모의인생 탐험
모의인생 탐험
  • 홍기확
  • 승인 2013.02.06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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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12>

누군가 인생을 이렇게 살라고 명쾌하게 얘기해줬으면 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책도 많이 읽어봤지만 인생의 방법론은 가지각색,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나는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다가 위험하지만 과거의 내 삶을 살펴보고, 미래에 살고 싶지 않은 삶을 정의해보았다. 나의 위치를 찾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1. 내가 착상되기까지
성인 남성이 평생 생산할 수 있는 500조개의 정자 중에서, 하필 그 날에 3~5만개의 정자들과의 달리기 경쟁에서 승리했다. 즉, 우리 엄마의 난자에 착상을 하고 말았다. 요즘 취직 경쟁률인 몇 백대 1은 아주 우습다.

2. 내가 태어나기까지
엄마뱃속에서 내 심장 박동은 1분에 150여회 뛰었다. 하루로 치면 이십만번 정도 심장이 뛰었으니 태어나기까지 6500만번 정도 심장 뛰기 연습을 한 셈이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기침과 함께 세상에 태어났다. 내 나름대로는 태어나자마자 부처님과 같이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치고 싶었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3. 세상을 뒤집고 나아가기
맥없이 누워있는 게 싫었다. 세상을 뒤집으려고 3만번이나 몸을 비틀고 나서야 겨우 성공했다. 헌데 뒤집고 나니 걷고 싶었다. 제대로 걸을 때까지 만번을 흔들리고, 천번을 넘어졌다. 세상사가 녹록치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4. 의사소통의 괴로움
쉬운 게 없다. 엄마와 얘기가 통하지 않는다. 그나마 엄마의 눈치가 9단이라 어물어물 얘기하면 용케도 내 욕구를 해결해 준다. 한 단어를 배울 때까지 백번 정도 연습을 해야 겨우 말할 수 있었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꽤나 성가신 일이다. 왜 진화론은 언어가 유전에 의해 진화되지 않는지 대답해주지 않는다.

5. 속도전이 필요하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누가 그랬던가? 10대는 10㎞의 속도로 인생이 진행되고, 20대는 20㎞로, 죽죽 나이가 먹어 60대가 되면 눈부신 속도인 60㎞로 인생이 흐른다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많긴 하지만 할 수 없는 것들도 많다.
십시일반(十匙一飯), 누가 지금의 나이에 몇 살을 보태줬으면 좋겠다.
구절양장(九折羊腸), 어찌 살아야 할지. 길은 왜 이리 험하고 많은지.
팔년병화(八年兵火), 아무리 투쟁해 봐도 꿈이란 걸 찾지 못하겠다.

6. 아차!
어른이 되어버렸다.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는 게 익숙한 일이 되어버렸다. 가끔씩 내 나이를 까먹기도 하고, 주위 사람들의 나이는 이제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칠전팔도(七顚八倒), 너무나 어설프다. 실수도 많다. 되는 게 없다.
육지행선(陸地行船), 의욕만 넘쳤다. 이루어놓은 것은 없다.
오리무중(五里霧中), 세월만 빠르게 간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7. 사기꾼
사람들은 떠나가고 남은 것은 별로 없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다시 젊어지고 싶다. 하지만 늦었다.
삼인성호(三人成虎), 내세울 건 과거의 영광과 두둑한 뻥.
이란투석(以卵投石), 의지가 없다. 이제 모험은 그만.

8. 조용한 마무리
일생(一生), 세상은 아무리 우겨도 한 번밖에 살지 못하는구나.

내 인생에 질문을 던져본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곳에 있다면 지금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앞의 숫자와 같이 마음에 들지 않는 표준적인 인생을 살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극적인 반전을 이룰 수 있을까? 어렸을 때 내 인생의 많고도 풍부했던 숫자들과 가능성들이 나이가 들면서 점점 줄어들고 있다.

어제 오랜만에 새벽까지 놀다가 늦게 잠들었다. 그랬더니 민감하신 내 몸은 변비라는 선물을 부메랑으로 돌려주셨다. 변비가 얼마만인지. 다음 번 변비로 화장실에서 고생할 때는 앞의 질문들에 하나라도 답할 수 있는 생산적이고 거룩한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다.

 

 

<프로필>
2004~2005 : (주)빙그레 근무
2006~2007 : 경기도 파주시 근무
2008~2009 : 경기도 고양시 근무
2010 : 국방부 근무
2010년 8월 : 제주도 정착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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