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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은 기억의 장소…도시 재생에 행정 개입하면 곤란”
“골목은 기억의 장소…도시 재생에 행정 개입하면 곤란”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3.02.05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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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5일 ‘제주시 원도심 옛길 탐험’에 참가한 이들과 함께 걸으며

'제주시 원도심 옛길 탐험'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건축가 김석윤씨로부터 제주시 원도심에 대한 얘기를 듣고 있다.
기억이 묻어나는 곳. 그런 곳은 오래된 곳이 아니라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기억에 담겨 있다. 그런 기억들이 사라지기 전에 원도심을 둘러보는 의미 있는 행사가 마련됐다.

문화기획PAN(대표 고영림), 비아아트(대표 박은희), 게스트하우스 비앤비판(대표 신창범)이 공동으로 내건 제주시 원도심 옛길 탐험-기억의 현장에서 도시의 미래를 보다라는 주제의 프로그램. 5일 제주시 대동호텔을 출발, 원도심의 추억을 좇아간 이날 프로그램은 기억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는 자리가 됐다. 비날씨임에도 참가자들의 표정은 밝았다. 생전 보지 못했던 길, 아니 자신의 곁에 있으면서도 무관심하게 내버려둔 기억을 끄집어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프로그램은 도내 건축가 김석윤씨(김건축 대표)의 소개로 기억을 하나 둘 훑어갔다. 김석윤 대표는 숱한 도시 재생의 문제를 지적하며, 남아 있는 기억의 중요성을 설명해갔다.

김석윤 대표는 도시를 재생하려는 이들의 해결책은 피상적이다. 행정을 하는 이들은 땅장사만 하려 한다. 땅장사는 결과적으로는 도시에 살고 있는 이들의 땅을 뺏는 일이 된다면서 역사적 흔적이 개발로 인해 훼손되고 이는 곧 추한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고 문제를 던졌다.

결국 기억이란 정체성의 문제로 회귀된다. 이날 프로그램은 제주시 옛 모습의 아이덴티티는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제주의 근·현대가 시작된 칠성로를 시작으로 기억을 찾아가는 이들의 발걸음이 옮겨졌다. 도심속 초가를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박씨초가는 현재와 과거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제주의 최초 극장인 현대극장 건물도 그대로이다.

'제주시 원도심 옛길 탐험' 참가자들이 제주성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행정의 무관심으로 옛 제주시청 건물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기억이 늘 그 자리에 머물고 있는 건 아니다. 제주시청 자리였던 곳은 아예 사라지고 없다. 1950년대 건축가 박진후의 작품이던 이 건물은 행정의 무관심으로 사라지는 비운을 맞았다.

또한 아름다운 절벽을 간직하던 곳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무식의 첨단을 걷는 흉물이 된 곳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고희정 학생(제주대 2)어릴 때 걸었던 길을 설명을 들으면서 걸으니 다르게 보인다.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됐다문화의 특성을 살리는 일이 중요함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제주시 원도심 옛길 탐험'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는 고희정 학생(왼쪽)
이날 프로그램은 제주도민만 참석한 건 아니었다. 서울과 광주에 있는 이들도 한걸음에 달려왔다.

한국역사문화정책연구원의 김란기 대표는 골목의 회복은 곧 인간성의 회복이다. 경제적 가치가 아닌 사람 냄새가 나는 골목을 살리고 싶다. 그러려면 행정이 개입하면 곤란하다. 행정이 개입하면 골목은 사라진다며 행정 주도적인 원도심 활성화의 문제를 던졌다.

한국역사문화정책연구원 김란기 대표
광주비엔날레 대표 작가인 김주연 작가도 참가했다. 김주연 작가는 “2009년 도립미술관 전시를 하면서 제주에 왔고, 오늘 또 제주에 왔다. 오늘 본 풍광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런데 뭔가 안타깝고 붙들고만 싶다. 뭔가 담아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목소리는 개발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한결같은 목소리를 냈다. 오히려 골목마다 문화콘텐츠를 담아낸다면 그게 오히려 원도심을 살리는 길임이 이들의 목소리에 묻어 있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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