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자유무역협정(FTA)은 이미 발효됐고, 한·중FTA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화·시장 개방화시대를 맞아 1차 산업엔 직격탄이 날아들었다. 제주경제를 지탱하는 기둥 축인 감귤 등 농업 역시 위기감을 떨칠 수 없다. 그러나 FTA는 제주농업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일 뿐 결코 넘지 못할 장벽은 아니다. 제주엔 선진농업으로 성공한 농업인, 작지만 강한 농업인인 많은 강소농(强小農)이 건재하고 있다 감귤·키위·채소 등 여러 작목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췄다. 이들의 성공비결은 꾸준한 도전과 실험정신, 연구·개발이 낳은 결과이다. FTA위기의 시대 제주 농업의 살 길은 무엇인가. 이들을 만나 위기극복의 지혜와 제주농업의 미래비전을 찾아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감귤의 경쟁력은 역시 맛이죠. 맛을 높여 고급 브랜드로 인정받을 때 수출 길도 열리는 거죠. 그래서 감협·농업기술센터 등에선 보다 나은 감귤 품종을 연구·보급하는 게 중요해요”

25살 때부터 30여 년 동안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에서 감귤을 재배해오고 있는 고영철 유농농장대표(58).

현재 노지 2300평과 12년째 운영하고 있는 하우스 1200평 등 모두 3500평(1만1550㎡)에서 감귤을 연간 2만㎏을 생산하고 있다.

고 대표가 생산한 감귤은 모두 농·감협을 통해 계통출하하고 있다. 절반 이상이 이름난 브랜드로 시장에 나갈 만큼 감귤 품질이 우수하다.

올해 생산한 감귤도 남원농협을 통해 당도 12브릭스 이상, 산함유량 1%이하인 건 ‘프라임’브랜드로, 당도 11브릭스 이상인 건 ‘클래식’브랜드로 나가고 있다.

이들은 도매시장에서 경락가는 ‘프라임’은 상품 1㎏에 3500~2500원, ‘클래식’은 1㎏에 1500~1000원 선에서 이뤄진다.

고 대표의 감귤은 제주감협을 통해선 ‘불로초’(당도12브릭스 이상)와‘귤림원’(당도10브릭스 이상)으로 시장으로 나간다.

“감귤원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아 뭐 얘기꺼리가 되겠냐”고 겸손해하는 고 대표는 나름대로 재배환경과 기술을 개선하고 꾸준히 실천해왔다.

남원읍 의귀리 고 대표의 하우스감귤원은 비화산회토양이지만 이곳 신흥2리 노지감귤원은 남향에 평지이고 화산회토양이다. 방풍수 정비와 간벌을 통해 농작업로를 정비했다. .

과원에 높은 이랑, 배수로, 다목적 스프링클러 설치했고, 나무 밑에는 잔디와 비슷한 ‘들묵새’를 뿌려 잡초를 제거했다. 5년째 개폐형 타이벡(토양피복)재배를 통해 감귤을 생산하고 있다.

이 같은 그의 노력으로 노지 과원에서 감귤 완숙과를 구분 수확해 50%가 브랜드감귤로 생산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게다가 이 감귤원은 모델 농장으로 알려져 견학하기 위해 찾는 발길이 잦다.

토양피복은 장마가 오기 전 5월말~6월초에 하고 두 달 동안 단수한 뒤 9월초부터 열흘에 한차례 당·산도검사를 받는다. 점적호수를 설치해 수온을 조절해 적합판정을 받으면 물을 주고 10일 지나 개수 검사를 한다. 당도는 확보한 상태에서 산이 빠지지 않으면 물을 줘야한다.

이곳에서 감귤재배 품종은 ‘다원’‘궁천’‘이시지’이다.

“감협에서 보급한 ‘이시지’품종은 꽃은 잘 피지만 과실을 잘 달리지 않아 관리하기 어려웠죠. 이를 연구하면서 개선해나갔어요. 감협·농업기술센터 등의 연구서를 참고했고, 직접 경험을 바탕으로 영양제 등을 엽면시비하고 전정하는 등 그래서 많이 나아졌죠”

‘이시지’를 전정해 ‘다원’에 접목했더니 열매가 많이 달렸다. 그렇게 해서 올해만 1800㎏을 따 ‘프라임’과‘클래식’으로 팔았다.

“토양피복한 상태에서 여름 순을 많이 솎아줘야 열매가 덜 떨어져요. 손을 덜 들여 순 솎음을 하지 못한 건 낙과가 많은 듯해요. 순과 열매가 경합을 해서 그런지 순을 많이 따줘야 열매에 수분이 많이 가 낙과가 덜 됩디다”

감귤나무 밑엔 원래 클로버를 심었는데 뱀 등이 나와서 ‘들묵새’를 뿌리게 됐다.

“들묵새는 9~10월 감귤 수확기에 나와 2월까지 자라다 5~6월이면 거의 없어지죠. 잡초가 생기지 않아 제초제를 뿌리지 않아도 되고, 유기질이 풍부해서 자연 거름이 돼 별도로 유기질 비료를 뿌릴 필요가 없어요”

고 대표는 수확한 감귤은 반드시 나무상자에 저장했다가 내놓는 것을 고집한다.

“요즘은 플라스틱 컨테이너에 감귤을 주로 담고 있지만 나무상자에 넣으면 이점이 많아요. 꼭지가 덜 마르고, 덜 썩어 열매가 싱싱하죠. 계통출하 할 때 작업하기도 쉽죠”

감귤을 재배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신경이 쓰이는 게 역시 값이다.

“타이벡 재배가 늘면서 과잉생산이 되면 문제가 되죠. 올해는 당도가 높고 산도가 낮아 값이 좋았지만 요즘 값이 떨어지고 있어 걱정이죠. 더욱이 값이 내려가면 생산농가들이 너도나도 ‘홍수출하’하는 경향이 있어 값은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을 겪게 되죠”

에서 바로 감귤을 출하하려는 생산자들도 많아 문제라는 고 대표는 이 때문에 과일 자체의 산도가 덜 빠지고 가격형성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는 생각이다.

고 대표는“감귤은 예조하고 저장시켜야 좋은 맛을 유지할 수 있다고 봐요. 생산자들은 조합 등과 상의해서 출하량 조절을 할 필요가 있어요”

소농들도 열심히 노력해 값을 좋게 받기 위해선 감귤을 맛있게 만드는 길 밖에 없다는 게 고 대표의 지론이다.

“과거엔 태흥2리 작목반이 대구 등지에서 감귤 판촉·홍보활동을 했어요. 맛있게 만들면 파는데는 지장이 없죠”

고 대표는 유통과정에서 대형선과장이 많이 생기고 있는 건 바람직하지만 이에 따르는 애로도 만만찮다고 말한다.

“대형선과장에선 물량처리가 잘 안 돼 힘들어요. 차례를 지키려면 1주일 정도 기다려야 선과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상품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하우스감귤을 처리하는 소형선과장은 많지만 노지감귤 쪽은 적어서 개산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앞으로 제주지역 감귤산업의 미래는 비관적이지만은 않다고 고 대표는 보고 있다.

“FTA등 악재가 많긴 하지만 중요한 건 맛있게 만들어 브랜드화하면 살 길이 있죠. 그래서 수출하려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남원읍지역 제주지역 감귤재배의 시초지이지만 실제로 화산회토양이어서 감귤 말고는 할 게 별로 없어요. 그래서 더욱 연구·노력이 필요해요”

FTA와 관련, 고 대표는“당국에선 감귤을 반드시 제외품목에 넣어야 해요. 농가도 열심히 품질을 높이는데 노력해야죠. 감귤 밭을 자주 찾아 보살피는 건 기본이고요”

앞으로 제주지역의 농업은 과학영농으로 나가야 미래가 있다고 고 대표는 주장한다.

“비가림·하우스재배, 토양피복 재배 등으로 많은 개선이 있었죠. 노지감귤재배는 힘든 게 현실이에요. 그래서 많은 연구를 꾸준히 하고 실천해야죠. 농가도 열심히 노력한다면 전망은 나쁘지 않다고 봐요”

젊었을 때 부모 말씀 잘 듣지 않아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가출해 제주시에서 숱하게 고생을 했다는 고 대표는 ‘부지런해야 한다’는 삶의 교훈을 얻게 됐다고 전한다.

평소 생활철학을 묻자, 고 대표는“농사를 지어보면 땅과 식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자기가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게 되죠. 그래서 욕심을 부리지 말고 열심히 살자는 게 신조예요”

<하주홍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