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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박근혜 당선인께 드리는 강정 촌로의 호소
[전문] 박근혜 당선인께 드리는 강정 촌로의 호소
  • 미디어제주
  • 승인 2013.01.1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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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님!

우선 대통령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는 강정마을에서 태어나 고향을 떠나 본 적 없는 고희를 넘긴 촌노(村老)입니다.

강정마을은 약 450년전에 설촌되어 아름다운 자연과 농토가 비옥하여 일강정(一江汀)이라 불리던 마을입니다. 더욱이 2005년도에는 환경부에서 생태우수마을로 지정됨에 따라 강정의 큰 자랑인 물과 생태를 더욱 보존하고 발전시킬 마음으로 잔뜩 부풀어 올라있었습니다.

그러나 청천벽력과 같이 2007년 4월 26일 물밑추진과 온갖 회유와 공작으로 추진한 것이 수면위로 떠올랐고 그때야 비로소 저와 대다수 주민들이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그해 앞서 2007년 4월 13일 김장수 국방장관이 내도한때는 이미 해군기지건설예정지가 남원읍 위미리로 결정되어 위미 주민들이 도청 앞에서 반대시위가 극에 달한 때였습니다. 그러므로 강정해군기지유치(입지) 결정은 단 13일 만에 선정한 꼴인 것입니다.

또한 구럼비는 저희들에게는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곳입니다. 그 어머니의 젖무덤 같은 구럼비가 폭음과 굴착기 소음으로 인해 갈기갈기 찢어지는 신음소리를 밤낮으로 들으며 밤잠을 못 이룬지 어언 2년이 넘었습니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야할 국가권력이 육백구십 명이 넘는 주민과 지킴이를 연행하였고 스물두명의 사람들을 구속 하였으며 사백팔십 명이 넘은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사법처리 하였습니다. 수백 년 동안 평화롭게 살던 한 마을이 국가권력에 의해 처참하게 파괴되고 있고 저희와 함께 하는 지킴이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절규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님!

강정마을 주민들은 안보와 이념에 대하여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조상대대로 이어온 터전과 공동체를 유지하며 이웃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기위해 반대하는 것입니다. 저와 강정마을 주민들이 어째서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지 간략하게 말씀 드리겠습니다.

첫째로 절차상 하자입니다.

주민동의는 고사하고 설명회도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동의절차 뿐 만 아니라 강제수용에 이르기까지 비민주적이고 비도덕적인 사업입니다. 헌법에 보장된 주민참여권과 사유재산권까지 유린하면서 진행되는 너무나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야 만 것입니다. 우리 마을은 국가권력에 의해 헌법을 유린당한 억울한 주민들입니다. 이토록 하자 있는 행정은 무효화 되어야 합니다.

둘째로 입지 선정입니다.

국가명운이 걸린 중대한 국책사업임에도 사전 입지타당성 조사조차 없이 단 13일 만에 대상 부지를 선정한 점은 두고두고 국정운영능력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어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므로 반드시 조사검토 후 재검토하여야 합니다.

셋째로 절대보전지역 해제 사유입니다.

해군기지 대상지인 구럼비는 재주특별자치도 특별법상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보전지역의 제도는 도세가 약하여 힘이 없으므로 권력과 대자본이 마음만 먹으면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자연환경이 무참하게 파괴되는 현상을 막기 위하여 절대보전지역, 상대보전지역, 보전지역 3단계로 나누어 지정되고 있으며 그중 절대보전지역은 어떠한 경우에도 해제가 불가능하도록 규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 날치기로 해제되고 말았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강정해군기지와 같은 것을 막기 위해 입법한 제도를 불법해제 함으로서 앞으로 제주도내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지키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넷째로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은 절대로 불가능 합니다.

이런 항구가 전세계적으로도 없을 뿐 아니라 민과 군이 한 항구를 함께 쓴다는 것은 기름과 물이 함께 섞일 수 없는 것처럼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크루즈 항은 현재 제주에 제주항과 화순항 두 곳이 있어 크루즈관광객 유치에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작년 제주항에는 14만톤 크루즈선이 입항 관광하였고 화순항은 자연항으로 종선을 이용한 크루즈 관광이 실시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 무슨 돈이 그렇게 많아 조그마한 제주도에 크루즈항을 또 만들려고 하는지 반드시 검토 분석하여야 할 것입니다.

여섯째, 사기행각으로 건설되는 해군기지는 절대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2007년 입지선정된 후에 설명회 한다고 400여명의 주민이 모인 자리에서 당시 해군전략기획단장 김성찬 소장은 어떠한 경우에도 토지 강제수용은 절대 없다고 공언 하였습니다.

협의 매수가 안 되면 바다를 매립해서 할망정 강제수용 계획은 추호도 없다고 하였는데 그 분이 참모총장이 되자마자 토지를 강제로 수용하고 말았습니다. 군 장성이 국민에게 거짓말과 사기를 쳤음에도 승진하고 국회의원이 되어 출세하는 우리나라 현실을 생각하니 가슴이 무너집니다.

위와 같이 강정해군기지에 관하여 단 한 가지라도 정당하게 추진된 것이 있으면 우리는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저의 마을 주민들은 행정과 해군의 속임수와 이간질에 행정이나 군을 믿지 못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끼리도 서로를 미워하고 믿지 못하여 반목하는 실정이며 하물며 부모와 자식의 정마저 무너져 내려 고통과 아픔의 한 복판에 서있습니다. 당선인께서도 가장 신뢰하는 사람들로부터 외면 받은 뼈아픈 기억과 추억을 가지고 계시기에 이러한 아픔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께서는 주민대통합을 약속하였고 상생을 위해 국회를 존중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1월1일 새벽 6시에 국회에서 강정마을 해군기지 예산에 대한 부대의견을 달고 통과함으로써 예산국회가 해를 넘기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그리고 2011년 예결위에서 여야간 협의한 사항마저 지키지 못하였습니다.

해군은 검증 후 예산집행이라는 부대조건의 의미를 선공사후집행이라고 해석을 하여 사업을 밀어붙임으로써 강정마을에는 건설업체들이 꼭두새벽부터 경찰을 앞세우고 폭력적으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당선인께서는 제주해군기지는 도민의 공감대가 형성된 후에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말씀한신 적이 있습니다.

저희에게 지난 6년은 하루하루가 전쟁 같은 나날이었습니다. 어질고 착한 우리 강정주민들을 지켜주십시오. 이 늙은 촌로가 살아생전 강정마을이 아름답고 평화롭던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날을 볼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우리나라가 진정으로 사람(民)이 주인(主)이 되는 세상이 되게 해주십시오.

부디 강정주민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셔서 참다운 군주의 길, 정의로운 사회가 구현되고 모두가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국가를 건설하는 위대한 영도자의 길을 걸으시길 갈망하오며 끝으로 대통령에 당선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경하 드립니다.


2013년 1월

강정마을 주민 윤상효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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