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의 별명은 까불이다. 내 별명은 장난꾸러기.
집사람은 조용한 아들보다는 항상 까불거리는 까불이 아들이 마음에 드나보다. 나 역시 만만치 않은 장난꾸러기라 아이나 집사람을 놀리는 것에 훈훈한 쾌감을 느낄 때가 많다.
장난은 내 일상의 반려자이자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소중한 존재 이유이다. 일상이 장난이니 일생이 유쾌하다.
2012년의 마지막 일요일. 유쾌한 사고가 일어났다. 아는 형님의 아이와 우리 아이를 실내놀이터에 맡겨 놓았다. 그리곤 짬을 내 집사람과 책을 읽을까하는 부푼 마음으로 커피숍으로 향했다.
연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조용한 음악과 독서를 기대하던 우리 부부는 이 곳은 아니다 싶어 새로 생긴 커피숍으로 향했다. 그런데 휴무. 나는 휴무라는 표지판을 보자마자 다른 커피숍을 찾기 위해 그 자리에서 차를 후진하려고 했다.
그 순간 꽝! 방금 기어를 후진으로 놨는데 이게 무슨 경우람? 어쨌든 골목길에서 차가 없다고 여겨 후진을 위해 갑자기 멈춘 내가 잘못이다. 당황하지 않고 차에 내려 살포시 뒤를 돌아보았다. 매우 표준적인 아메리칸 스타일의 외국인이 차 문을 박차며 내렸다.
“당신이 나를 쳤어! 당신이 나를 쳤다고!”
전후사정이 어떻든 100% 내가 잘못한 건 맞다.
“진정하세요, 제발”
“당신이 나를 친 거 맞아!”
“알아요. 제가 잘못한 거 맞아요. 정말 죄송해요.”
그런데 집사람이 옆에서 거든다.
“이번 차사고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난 건가요?”
엉? 이걸 왜 물어? 그런데 외국인 아저씨 답변이 상큼하다.
“한국에서 처음이 아니라, 지구에서 처음 난 사고에요!”
아…. 푸른 별 지구. 흥분한 와중에 센스가 있으시구나. 나는 사고 현장의 사진을 찍은 후 외국인에게 차를 천천히 빼달라고 말했다. 1미터 정도 차를 뒤로 빼자 외국인이 내렸다. 잠시간 묵념.
내 차의 뒷범퍼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심히 일그러져 있었다. 내 차를 똑바로 쳐다 볼 면목이 없었다. 가슴 한 켠이 시려왔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반면 상대방의 차는 갤로퍼에 휀다(fender)라는 방어막을 장착한 무적차량이었다. 둘이 치고 박고 싸우면 전투라 하고, 일방적으로 때리는 걸 공격이라고 한다. 나는 공격받은 게 유력하다.
호기심 많은 나는 내 차로 인해 긁혀서 묻은 상대방 차 휀다의 페인트를 쭈그리고 않아서 문질러 보았다. 쉽게 지워졌다. 다시 내 차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외국인을 힐끗 쳐다보았다. 흥분은 이미 가라앉은 듯 보였다. 이 친구도 두 대의 차를 번갈아보며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공격했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나는 명함을 주며 말했다. “저는 000에 근무하는 000이라고 하는데, 실례지만 어디 사세요?”
외국인은 당당하게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저기 산다고 말했다. 우린 이웃사촌이었다. 이웃사촌은 어쨌든 사돈의 팔촌보다는 가까운 거다. 우리는 쌍방이라는 이질적 인격체에서 이웃사촌이라는 동질감을 느꼈다. 가슴이 훈훈해 지면서 무언가 복받치는 감동이 밀려왔다. 그리고 외국인의 다음 말 한 마디는 감동의 정점을 찍었다.
“댁 차는 완전 망가져서 수리비가 많이 들겠네요. 저는 사소한 긁힘이니 그냥 가던 길 가셔도 되요.”
고맙긴 하다. 하지만 아까 쭈그리고 앉아 페인트 자국을 밀 때 나는 보았다. 상대방 차의 전조등이 실핏줄같이 가느다란 두 가닥의 전선에 의지한 채 덜렁거리고 있음을. 나는 용감하게도 애처로이 매달려 있던 전조등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이 전조등 수리하려면 그래도 돈이 5만원은 들 것 같은데요?” 이 놈의 오지랖은. 그냥 가만히 있을 걸. 외국인도 적잖이 당황한 듯 했다. 하지만 남아일언중천금!
“그래도 댁 차에 비하면 제 차는 사소한 것 같네요. 그냥 없던 일로 하지요.”
나는 두 손을 공손히 모아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혹시 몰라, 아픈 곳은 없냐고 물어보았다. 당연히 멀쩡하다고 한다.
외국인과 헤어져 다른 커피숍을 가던 중 집사람이 킥킥 웃어댔다. 아주 유쾌한 사고였다고. 조금 나른했는데 졸음이 확 깼다고. 그리고 나에게 유쾌한 사고의 교훈을 말해주었다.
“외국어 공부가 중요한거야. 우리가 영어 못했으면 그렇게 편하게 끝나지 않았을 거야. 영어공부 열심히 해야 해” 그런가? 사고가 난 건 맞고 우리 애마의 뒷범퍼는 너덜거리는 데, 너는 그런 생각을 하고 교훈을 얻었구나.
삼강오륜에 따르면 부부유별(夫婦有別)이라고 했던가? 우리 부부는 조금 다르다. 부부유전(夫婦遺傳)이다. 나도 사고가 난 후 그저 집사람과 똑같이 외국어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뭔가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애매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어떠한 사고(事故)도 유쾌하게 받아들이면 유쾌한 사고(思考)가 된다.
오늘은 꼭 뒷범퍼 수리를 맡겨야겠다. 사고는 언젠가 또 일어날 것이다. 그때도 유쾌한 사고가 일어나길!
<프로필>
2004~2005 : (주)빙그레 근무
2006~2007 : 경기도 파주시 근무
2008~2009 : 경기도 고양시 근무
2010 : 국방부 근무
2010년 8월 : 제주도 정착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1) 고급 영어(비즈니스, 학술)를 배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아무래도 국내에서는 고급영어를 배우고 구사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가령 석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목숨을 걸고 외국에서
공부하는것이랑 비스니스 회화책과 학술서적을 그냥 읽으면서
편하게 공부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을 듯 합니다.
2) 꾸준히 공부하기 힘들다.
-저도 일주일에 2~3번 술 먹고 하다보면 1주일간 영어공부를 안 할 때가
있는데 이렇게 영어를 말 안하다가 외국인 친구를 만나면 간단한
문장으로밖에(소위 말하는 패턴회화) 말을 못합니다.
하지만 꾸준히 매일매일 공부하다 만났을 때는 외웠던 문장을
써먹게 되고 그게 기억에 남아 실력이 부쩍 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즉, 외국어만 써야 하는 환경이 아닌 이상, 또 본인의 의지가 남다르게
강하지 않은 이상 꾸준히 공부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의지’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즉, 외국여행가서 불편하지 않고, 외국인을 만나도 간단한 얘기는
주고받을 수 있는 수준의 회화능력과
영어로 된 책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독해력만 갖추자는
제 나름대로의 ‘필요성’
이 강한 필요성이 약한 의지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4. 결론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영어 공부도 잡다하게 이것 저것
공부하여 견식을 넓히면 쌓이고 쌓여 영어 실력이 는다.
1) 국내에서 영어공부가 가능한가? : 상황에 따라 판단.
- 좋은 회화책 한 권 달달달 20~30번 읽고 외우면 기본 회화는 된다.
- 하지만 고급회화는 기대할 수 없다.
- 물론, 일반적인 직장인에게 고급회화는 불필요한 경우가 많으므로
어느정도 한계를 설정해 ‘완벽’이 아닌 ‘최적’을 추구하는 것이 낫다.
- 그래도 시간과 돈의 여유가 있다면 어학연수나 석박사 과정등을
위해 외국으로 떠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2) 국내 영어공부의 한계 극복방안
- ‘의지’를 갖자.
- ‘필요성’을 발견하자.
어찌 보면 이런저런 영어공부방법 책에 다 있는 유치한 내용이지만,
‘일반인’이자 소위 ‘국내영어공부파’의 체험이 담긴 글이니
영어공부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참고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