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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지킴이’ 신용만씨 “저 피아노 조율하다 왔어요”
‘한라산 지킴이’ 신용만씨 “저 피아노 조율하다 왔어요”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2.12.3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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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간 한라산에서만 공직생활 ‘외길 인생’ 청원경찰 퇴임 “다시 한라산으로”

지난해 '지방행정의 달인'으로까지 뽑힌 한라산국립공원 청원경찰 신용만씨. 올해말로 정년퇴직한 그가 새해에도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선다. 다시 한라산에 오르는 그의 카메라 렌즈에 한라산의 어떤 풍광이 또 담기게 될까.

임진년(壬辰年)이 마감되는 것을 불과 며칠 앞둔 지난 28일, 제주도청 4층 대회의실에서 하반기 퇴직 공무원들에 대한 포상 수여식이 있었다.

퇴직포상 수여자 16명 가운데 맨 아랫줄에 이름 석 자와 함께 직급 표시란에 ‘청원경찰’이라는 단어가 눈길을 끈다.

무려 37년 동안 ‘한라산 지킴이’로 살아온 신용만씨다. 지난해에는 행정안전부가 전국 30여만명의 지방 공무원들 가운데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천을 받아 선정한 ‘지방행정의 달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그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 청원경찰로서 희귀식물 불법 채취 및 밀반출 방지, 밀렵행위 단속, 탐방객 안전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수많은 동료 공무원들 사이에서 ‘달인’ 칭호를 받게 된 것은 말 그대로 그가 ‘한라산의 달인’이라고 불리기에 모자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라산 해설가로 활동하면서 한라산 자생 동식물 7000여종을 정리하고, 한라산 총서 등 수십권의 책과 홍보자료를 집필했다. 특히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추진할 당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현지 실사 때 안내를 맡아 호평을 이끌어내며 제주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일익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한라산에 근무하면서 있었던 일 중 가장 아쉬운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예전 네거티브 필름으로 찍은 사진 필름을 보관해둔 박스가 있었어요. 예전 한라산 고지대에서 방목이 이뤄질 당시의 사진 등 희귀한 자료사진들이 상당히 많았죠. 그 필름 자료를 사무실에 기증했는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가 여러 번 이사를 다니는 동안 사라져버린게 가장 안타까워요. 이제는 그런 사진을 찍고 싶어도 찍을 수조차 없는데…”

차마 말을 더 잇지 못하는 그의 표정에서 진한 아쉬움이 배어나온다.

지난해부터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들과 함께 사진 동아리를 구성한 것은 그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가장 뿌듯해 하는 일 중 하나다.

“3년 정도 근무하면 한라산에 자생하는 식물, 동물에 대해서도 배우고 탐방객들의 질문에 설명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기도 하다.

탐방객들의 ‘쓰레기 되가져오기’를 한라산에서 가장 먼저 정착시킨 것도 그의 노고가 컸다.

“처음엔 개인 돈으로 비닐봉투를 사서 쓰레기를 모아 봉투에 담아 쌓아두었다가 하산하는 등반객들에게 하나씩 들고 내려가달라고 부탁했죠. 몇 년 동안 그 일이 계속 이어지다보니 한라산이 가장 먼저 쓰레기 되가져오기가 정착됐어요. 이후에는 다른 국립공원에서도 견학하러 오기도 했어요”

인터뷰 말미에는 기자에게 “이건 저를 잘 아는 사람들도 잘 모르는 건데, 저 원래 부산에서 피아노를 조율하다가 제주에 왔어요”라고 이색적인 자신의 인생 경로의 한 자락을 알려주기도 했다.

“예전엔 국립공원 직원들에게 사법 권한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걸 모두 자치경찰이 맡고 있거든요. 그걸 사람들이 아는지 이제는 단속을 해도 말을 잘 듣지 않아 힘들죠”

일 하는 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지만 그는 정년퇴직을 하고서도 계약직으로 다시 한라산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됐다. 새해에도 한라산 구석구석을 누비며 ‘달인’으로서의 역할을 해나갈 그의 카메라 렌즈에 또 어떤 한라산의 풍광이 담기게 될지 자못 기대된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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