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불어온 ‘쓰나미’ 경보…“괜찮다”는 보도에 불안
또다시 불어온 ‘쓰나미’ 경보…“괜찮다”는 보도에 불안
  • 고하나 특파원
  • 승인 2012.12.0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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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고하나의 일본 이야기] ‘일본스럽지 않은’ 일본인이 되는 현상

지난 7일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했던 지역에서 규모 7의 강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4월 이후 19개월만에 미야기현에 발령된 쓰나미 경보는 2시간 만에 해제됐다.

이번 강진으로 신칸센 등 철도 운행은 일시적으로 중단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행히 원전 피해는 없었다. 일본 기상청은 이 지진이 지난해 3월 동일본대지진의 여진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괜찮다” “원전 피해 없다는 보도는 사실상 일본인들의 마음을 완전히쓸어내리지 못한다.

지난 동일본대지진의 악몽은 AC(옛 공공광고기구, 민간단체)라는 공익광고 음악과 함께 되살아났다. 당시 텔레비전을 타고 전국적으로 뉴스 사이에 쉴 틈 없이나왔던 이 광고를 모르는 일본인은 없었다. 몇가지 버전으로 일상 생활의 감사함매너에 대해 얘기하는 광고는, 지진과 쓰나미 피해 뉴스의 사이사이에 들어가서 도덕책에 나올법한 이야기들을 반복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들어줄만 했던 그것도 한달이 지나가니 오히려 짜증이 되어 밀려왔다. 일본 정부는 원전사고에 대해서도 무작정 괜찮다는 말만을 되풀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텔레비전 뉴스에 신뢰감을 잃은 일본인들은 인터넷 뉴스를 검색하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휘둘리기도 했다. 자연재해에 대해서는 이를 묵묵히 받아들이고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일본인들이 더이상 일본스럽지 않은행동들을 하기 시작한 것도 이쯤에서 시작됐다.

유튜브에서 다시 AC의 그 광고 음악을 찾아 들어봤다. 광고의 내용과 상관없이, 유쾌해지지는 않는다. 지난 대지진을 경험한 사람 중에 아무렇지 않게그 공익광고를 다시 볼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잘 알려진 대로, 해외 언론 보도 및 외국인들의 동일본대지진 후의 일본인들에 대한 이미지는 다음과 같다.

재해라는 현실을 조용히 받아들이고, 패닉이 되지 않는다.
주위 사람과 서로 도우며 냉정하게, 질서 정연히 움직인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줄을 서고 새치기를 하지 않는다.
소리쳐 울거나, 이성을 잃고 허둥대거나, 누군가를 몰아세우지 않는다.
게 중에는 절도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이는 산발적인 일에 불과하다.
무리로 약탈행위를 하지 않고, 하물며 폭동으로 번지는 일도 없다.

이런 질서의식을 높이 사는 외국인들은 상당수이다.

하지만 자연스러움의 미적가치를 중시하는 한국인들이 보았을 때 위와 같은 일본인들의 침착함질서의식은 다소 부자연스럽게보이기도 한다.

눈앞에서 많은 이들의 죽음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고도 비교적 빠른 시간내에 침착함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결코 단기간에 되는 일이 아니며, 같은 욕망을 가진 인간으로서 이해하기 힘든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에 관하여 재단법인 국토기술연구센터 이사장 오이시히 사카즈(67·)씨는 일본인의 자연재해사관, 일본인은 반드시 다시 일어선다라는 타이틀로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2011.5 WiLL>

그의 주장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일본인의 독특한 정신성은 일본이 취약한 국토 환경에 의해 계속하여 재해를 맞게 되고, 이로 인해 길러지게 된 것이다.”

그는 일본이 지형적. 환경적으로 취약한 근거를 아홉가지로 들고 있는데, 그 중 네 가지를 소개한다.

지진=국토면적은 세계 지표면적의 0.25%임에도, 진도 4이상의 지진 약 10%가 일본에서 발생하며 진도 6이상은 전세계 약 20%가 일본에서 발생하고 있다.

강우=지구 총 면적의 2배이상의 연간강수량은 장마 말기와 태풍이 오는 시기에 집중되어 있다. 그 때문에 수해가 많다.

강풍=일본열도는 마치 태풍이 지나는 길에 따라서 난 것과 같이 펼쳐져 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태풍의 영향을 받는다.

강설=국토 면적의 60적설한랭지역에 있다.

일본인들은 인사할 때나 초면인 사람에게 말을 걸 때 보통 날씨에 관한 얘기로 시작을 많이 한다. 초면인 사람에게도 오늘은 덥네요” “정말 춥네요” “활짝 개서 기분이 상쾌하네요” “비만 너무 오니까 좀 그렇죠?” 등등 날씨에 관한 숱한 표현은 인사말로서 일상화 되어 있다.

얼마전 한국인이 일본의 프로그램에 나온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친구와 만나면 뭐라고 인사를 하느냐?”고 묻자 그는 일본말로 밥 먹었어?”라고 대답했다. 말이 끝난 순간 스튜디오는 웃음바다가 되었다. 어떻게 만나자마자 밥을 먹었냐고 물을 수 있는지가 우습고 신기했던 것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는 밥을 먹었느냐는 말 속에 숨겨진 속뜻을 모르기 때문이다. ‘진지 잡수셨어요?’가 단순히 진지를 잡수셨는지가 궁금한 게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다.

이는 단순히 배가 고프냐는 질문이 아니라, 끼니를 거르지 않고 건강히 탈 없이 지내고 있느냐는 말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이러한 우리의 인사말과 일본인의 날씨에 관한 인사말 또한 비슷한 맥락이다. 워낙 날씨에 많은 영향을 받고 살아가는 일본인이기에 날씨에 관한 인사는 곧 그 사람의 근황을 묻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매해 수많은 일본인은 자연재해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 오이시씨는 이렇듯 취약한 환경속에서 살아온 역사와 함께 일본인은 자연재해에 마주했을 때 침착하고 묵묵하게 이를 받아들이는 국민이 된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자연이 준 재해라 할 수 없는 지난해의 원전사고후 일본인들은 패닉을 일으켰다. 사재기를 하고, 일본을 떠나거나 국내의 안전한 곳으로 피신을 했다. 매뉴얼 사회 일본의 원전 매뉴얼이 신뢰를 잃기 시작하자 국민은 불안에 떨고 동요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지난해 이미 일본스럽지 않은시기를 거친 이 땅에 다시 큰 지진이 발생했다. ‘확실성에 금이 가기 시작한 일본인들은 괜찮다는 보도에도 아직 불안한 상태다. 그저 인내심만으로 환경을 묵묵히 견뎌온 동일본지역의 사람들에게도 비바람에, 눈이 오고, 여진까지 일어난이번 겨울은 견디기 힘든 시련이다.

괜찮을 거라는희망을 붙잡고, 불안한 마음을 다잡는 사람들. 불안을 겉으로 나타내기 전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견디는 사람들.

연일 지진 뉴스가 끊이질 않는 일본에 다시 강설의 겨울이 왔다.

<고하나 특파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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