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본 ‘홍백가합전’에서 한류는 사라졌다. <닛간스포츠>는 ‘영토문제를 고려해 올해 ‘홍백’ 에서 한류는 제로’ 라는 제목으로 출연자 발표보다 한발 앞선 보도를 했다.
왜 일본 미디어는 한국 가수들이 ‘홍백가합전’에 출전하는지에 집중하는 것인가.
지난 해 K-팝 열풍에 힘입어 카라, 소녀시대, 동방신기 세 팀이 홍백가합전에 출전했다. 이를 단지 ‘얼마만큼 그들이 일본에서 성공했느냐’ 하는 그들의 ‘성공기’만으로 볼 것은 아니다.
일본인들은 매년 설 연휴에 NHK 홍백가합전을 보며 새해를 맞이한다. NHK 홍백가합전은 12월 31일 저녁부터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남녀 대항 형식의 음악방송이다. 1953년부터 시작된 텔레비전 방송으로 일본인들의 설 문화와 함께 해왔다. 지난해 시청률은 41.6%(1부), 35.2%(2부)를 기록했다. ‘홍백가합전’은 프로그램 역사상 80%를 웃도는 시기도 있었던, 그야말로 국민적 프로그램이다.
코타쯔(일본 난방기구 – 근래는 사용이 줄었다)에 가족들이 모여앉아 가요프로를 시청하며 새해를 맞는 건 우리들에게 낯선 풍경일 수 있다. 일본에 진출하기도 했던 개그우먼 조혜련이 “세대가 다른 가족끼리 모여서 다같이 볼 수 있는 가요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은 좋은 것 같다”고 한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가족들이 다함께 시청하는 프로그램이기에, 홍백가합전 출전은 ‘가수들에게’도 큰 의미를 갖는다. 자신들의 성공을 확인하는 것 뿐 아니라 앞으로의 미래에도 확실히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NHK는 ‘홍백가합전’ 출연자 발표에 앞서 회견을 가진 바 있다. <산케이스포츠> 보도에 따르면 NHK는 ‘한류 스타의 홍백 가합전 출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정치와 문화는 떼어서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한류 스타들은 한꺼번에 ‘제외’ 됐다. 이는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신호탄일 수 있다. 어떤 조직에서든 한번 ‘열외’ 되면 ‘고립’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고립’은 ‘소통’의 부재를 낳고 소통 없는 연결고리는 끊어지게 마련이다.
물론 강력한 팬덤문화는 그런 것 따위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추종자들이 스타에게 일방적으로 종속되는 소비자의 개념이 아니라 적극적인 활동 의미를 찾는 것이 바로 근래의 팬덤문화이기 때문이다. 궁국적으로는 스타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국제관계’ 보다도 자신의 삶의 의미, 희망에 관심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걱정이 되는 것은, 두 나라 사이에 유일한 소통의 장소가 되었던 ‘대중문화’라는 연결고리 마저도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적인 문화현상인 ‘한류’ 에 발맞춰 순수예술까지 그 열기를 점화하려는 시점이다.
‘지속적’ 교류가 아닌 ‘띄엄띄엄’ 교류만으로 새로운 불을 붙이기는 힘들다.
<고하나 특파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