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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 과당경쟁, 그 끝은 어디인가?
렌터카 과당경쟁, 그 끝은 어디인가?
  • 미디어제주
  • 승인 2005.03.25 09: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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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출혈경쟁 문 닫는 업체 속출

제주시 연동 소재에서 W렌터카업체를 운영해 오던 강모씨(59)는 지난해 말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내렸다.

15년 동안 애지중지 키워온 회사의 문을 닫기로 최종 결심한 것. 한창 때는 50여명의 직원까지 둘 정도로 소위 ‘잘 나가던’ 업체였다.

“2~3년 전부터 경영난에 시달려 왔습니다. 덤핑 경쟁이 한몫했지요. 수요는 한정돼 있는데 업체 수와 차량 대수는 갈수록 늘다보니 ‘제살깎기’식 출혈경쟁이 벌어지기 시작한 겁니다. 지나친 가격 할인과 공급과잉으로 경영난이 악화돼 더 이상 업체를 운영할 수 없었지요.”

제주도내 렌터카업체들이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폐업’이라는 극단 처방을 내리는 업체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제주도내 렌터카업체 현황
지난해 11월 말까지 제주도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렌터카업체는 도내 업체 46개소, 다른 지방 영업소 24개소 등 모두 70개 업체에 이른다. 이들 업체의 보유 차량대수만 해도 8000여대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차량대수 4000여대에 비해 갑절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1998년 22개 업체(3094대), 1999년 24개 업체(3251대), 2000년 29개 업체(3999대), 2001년 38개 업체(4459대) 등 해를 거듭할수록 업체 수와 차량대수가 급증했다.

이어 2002년에는 전년에 비해 10개 이상의 업체가 렌터카 시장에 진출하면서 52개 업체로 불어났고 차량대수도 5000대를 훌쩍 넘어섰다. 그리고 2003년에는 65개 업체에 7206대의 차량이 운행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처럼 렌터카업체가 갑자기 불어나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이후 전국단위 영업이 가능해지자 다른 지방에 본사를 둔 대형 렌터카업체와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앞다퉈 제주 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탄탄한 자본력을 앞세운 이들 업체들은 현재 24개의 영업소를 설치, 1900여대의 차량을 운행 중이다.

특히 2002년부터 렌터카업체 설립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고 차량등록 기준이 종전 100대에서 50대로 완화되면서 업체 난립현상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생존경쟁 ‘치열’
대부분의 렌터카업체 관계자들은 요즘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라고 토로한다. 업체 난립에 따른 덤핑 경쟁으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는 것.

제주도자동차대여사업조합의 양일중 전무이사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쳐나면서 업체들 간 과당경쟁이 벌어지기 일쑤”라며 “가뜩이나 영세한 제주도내 업체의 경우 심각한 영업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제주도내 렌터카업체들의 월평균 가동률은 37%대. 즉 10대의 차량 중 4대만 운행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성수기를 제외한 비수기 기간에는 차량 가동률이 20%대에 머물면서 업체들 간 사활을 건 생존경쟁이 벌어진다.

실제로 3월 현재 중소형 아반테XD의 경우 대여료(24시간 기준)가 10만원 정도인데 업체들마다 60~70%까지 덤핑을 치는 바람에 2~3만원까지 내려간 상태다.

또 적정 요금이 12만원인 뉴EF쏘나타2.0의 경우 4만원선에서 대여되고 있다.

같은 차종이지만 최고가 업체와 최저가 업체의 가격차이가 7만원 이상 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원가가 업체마다 다르다보니 ‘80% 할인’ 등 고가 할인마케팅을 통해 관광객들의 눈을 속이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 다시 말해 비싼 요금을 책정해 놓고는 높은 할인율로 고객들을 유인하는 방법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동아렌트카의 현문길 전무는 “도내 렌터카 시장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면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제살깎기’식 출혈경쟁은 물론 서비스의 질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법은 없나
이처럼 제주도내 렌터카업계가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앞으로 문을 닫는 업체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자동차대여사업조합의 홍종환 과장은 “업체에서는 해마다 연말이 다가오면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차종으로 차량을 바꿨으나 지금은 차량 보유대수를 줄이는 데 여념이 없다”며 “소규모 업체들의 경우 영업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시장에서 퇴출되는 건 시간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렌터카 시장의 정상화를 꾀할 방안은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로선 뚜렷한 해법은 없어 보인다. 

지난해 제주도자동차대여사업조합은 “사업체 급증과 대여차량 공급과잉으로 자동차 대여시장의 수급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며 현행 자동차대여업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해 줄 것과 자율요금제를 허가제나 심의제로 변경해 줄 것을 건설교통부에 요청했다.

이는 업계의 최대 현안인 ‘공급과잉’과 ‘과당경쟁’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열쇠’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건설교통부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각종 규제완화 정책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조합의 한 관계자는 “무작정 시장경제 원리에 맡길 수는 없다. 렌터카 할인폭을 제한하는 등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영세업체 간 자율적인 통폐합이나 불법영업 단속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급과잉’과 ‘치솟는 할인율 경쟁’에 무방비로 노출된 제주 렌터카업계.
“적정 가격을 받고 고객들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는 영세업체의 소박한 바람이 언제쯤 실현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제주관광신문/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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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 2005-03-25 15:47:00
다음은 렌터카 공항호객 한번 해보시죠.
좋은 얘기가 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