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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가 농촌 지켜야,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마련을”
“젊은이가 농촌 지켜야,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마련을”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2.11.17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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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씨감자 생산·보급, 친환경 농업 실천…농업회사‘삼다인’ 운영
‘농업이 제주미래의 희망’- FTA 위기, 기회로 극복한다 <11> 김태훈 씨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은 이미 발효됐고, 한·중FTA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화·시장 개방화시대를 맞아 1차 산업엔 직격탄이 날아들었다. 제주경제를 지탱하는 기둥 축인 감귤 등 농업 역시 위기감을 떨칠 수 없다. 그러나 FTA는 제주농업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일 뿐 결코 넘지 못할 장벽은 아니다. 제주엔 선진농업으로 성공한 농업인, 작지만 강한 농업인인 많은 강소농(强小農)이 건재하고 있다 감귤·키위·채소 등 여러 작목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췄다. 이들의 성공비결은 꾸준한 도전과 실험정신, 연구·개발이 낳은 결과이다. FTA위기의 시대 제주 농업의 살 길은 무엇인가. 이들을 만나 위기극복의 지혜와 제주농업의 미래비전을 찾아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씨감자종자 생산을 시작으로 농업회사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김태윤'삼다인'대표이사

“젊은이가 농촌에 있어야 농업이 살고 발전이 있죠. 기본적으로 젊은 농업인재들을 키워야하고, 그들이 생활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봐요. 높은 소득을 올리고 새 기술개발 등으로 농촌을 키울 수 있는 건 젊은이의 힘이고 몫이라 봐요"

감자재배를 하고 있던 부모를 돕기 위해 농촌에 들어와 씨감자 종자와 밭작물을 생산하며 부농의 꿈을 이뤄가는 김태윤 농업회사법인(유) ‘삼다인’ 대표이사(41).

“처음 농촌에 들어왔을 때 일본산 씨감자를 수입해 농사를 짓고 있었죠. 그런데 씨감자 종자를 구하지 못해 농민들이 서로 다투는 걸 보고 내가 해결해보겠다고 맘먹었죠. 그래서 인문계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은 원예학과를 지원해 조직배양을 전공하게 됐죠”

지금 김 대표의 기업의 모체가 된 씨감자와 인연을 맺고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고교 때였다. 씨감자 생산에 뛰어들기 위해 결심을 한 뒤 일본에까지 가서 조직배양 등 관련 연구를 했다.

김 대표는 처음 씨감자를 보급하기 위해 지금 ‘삼다인’의 전신인 ‘제주종묘’회사를 지난 1998년에 세웠다.

구좌읍 상도리에 있는 삼다인 회사엔 조직배양실(40평), 저온저장고(150평), 수경재배온실(600평) 등을 갖춰 씨감자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인 ‘싱싱오름’으로 시장에 팔고 있다. 연간 매출액은 10억 원 가량, 경영비를 뺀 나머지 일부는 재투자하고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전언이다.

이곳에선 직원 5명이 일하고 있다. 특이한 건 모두 김 대표보다 나이가 어리다.

씨감자종자를 생산하는 조직배양실

김 대표는 구좌읍 송당·행원·평대·세화 등에서 밭 15곳(15만평)에서 감자(5만평), 당근(7만평), 무(3만평)을 재배하고 있다. 연간 생산량은 2000톤(감자 400톤,당근 800톤, 무800톤)가량.

어린 나이에 농사를 시작했고, 농업회사를 운영하면서 겪는 어려움도 적잖았다.

회사에선 젊은 전문 인력교육을 위해 1년에 한 번씩 외국에 연수를 보내고 유통관련 교육을 받도록 육지부로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일정수준 전문성을 키워 능력을 올려놔도 농사가 힘들어서 중도에 나가버리는 경우가 많다.

“영농을 기계화하고 체계적으로 기획하려면 젊은 인력이 절실하지만 사람 구하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에요. 젊은이가 영농 마인드로 철저히 무장해 농업을 지켜야 하죠. 젊은 후계인력을 키우려고 투자와 노력하고 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게 현실” 이라며 김 대표는 안타까워한다.

땅을 빌려 밭을 만들어 농사를 짓고 있는 김 대표는 장기임대와 땅 구하기의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10~20년을 내다보고 기업농을 하기 위해선 우선 땅을 농사지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해요. 하지만 그럴만한 땅을 빌리는 게 매우 힘들어요. 자본의 한계도 있고, 땅을 만들어놓더라도 주인이 되돌려 달라고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아 난감하죠”

영농비에서 밭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예전엔 5~10%가량이었지만 지금은 30%(무밭은 40~50%)까지 높아졌다. 임대료가 높아지면 생산비가 올라가고 그래서 농업을 투기적으로 하려는 성향을 보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젊은이가 농촌지킴이란 믿음을 갖고 영농에 온힘을 쏟고 있는 김 대표이사

팔 물량과 팔 곳을 정해놓고 계약재배를 하면서 태풍이 당근 밭을 쓸어버려 물량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김 대표는 날씨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새로운 것을 자주 찾고 연구·실천하는 게 김 대표는 성공의 비결이다.

우수한 씨감자 보급으로 씨감자 부족문제를 해결에 기여한 게 대표적인 사례이다.

처음 제주종묘를 세워 씨감자 생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뒤 점차 당근·무 까지 영농을 늘려나갔다. 2000년부터 유통일본산 씨감자‘대지마’품종을 수경재배온실에서 연간 300톤을 생산,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대학 졸업 전에 친환경교육을 받았다는 김 대표는 친환경농업에도 관심이 많고 몸소 실천하고 있다. 영농을 처음 시작하며 친환경농업을 조금씩 하다가 점차 늘려나가 지금은 4만평을 인증을 받았다.

김 대표는 수확하는 당근·무를 대기업과 계약재배와 직거래를 통해 처리함으로써 생산유통의 계획화와 안정처리에 나서고 있다.
“종전엔 생산량 100%를 가락동시장을 통해 팔았지만, 지금은 연간 1200톤 가운데 70%를 직거래하고 있죠. ‘신세계푸드’와 연간 계약을 맺고 직접 납품하고, 나머지는 다른 납품업체에 공급해요. 계약재배를 통한 직거래는 소득은 높지 않지만 값을 안정적인 구도로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김 대표가 개량해 쓰고 있는 당근 수확기.
김 대표는 종전엔 수작업으로 의존하던 당근 수확을 자신이 트랙터를 개조한 당근수확기와 퇴비살포기 등을 이용함으로써 생산비와 인력난을 해소해나가고 있다.

“당초 일본에서 수입하려했는데 기계조작법과 도내 재배법이 서로 맞지 않아 도내 실정에 맞게 개조해서 쓰고 있죠. 지금은 인건비 20% 절감되는데 앞으로 30%까지 끌어 올려야죠”

FTA와 관련, 김 대표는 농가와 정부차원의 적정한 대책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농가는 정부 등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경쟁력와 실력을 키우려는 게 관건이죠. 정부는 지금처럼 ‘우는 아이 젖주기’나 ‘나눠주기’등 달래기식에서 벗어나야 해요. 2세 영농인에게 영농기법과 실력양성을 위한 투자 등 근본적인 지원책 마련 쪽으로 가야죠”

무엇보다도 김 대표는 지역의 젊은이들을 영농으로 유도하고 농촌지킴이 몫을 하기 위해 늘 노력한다. 이는 앞으로 제주농업이 비전이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후환경 등은 나빠지고 있지만, 품목다양화와 경영비 절감 연구 등을 통해 소득안정화 쪽으로 간다면 제주농업의 전망은 밝다고 봅니다”

김 대표는 제주농업이 앞으로 살기 위해선 젊은 농촌 인재가 마을을 떠나지 않도록 하고, 농촌으로 젊은이가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힘줘 말한다.

“지금 농촌젊은이들은 하고 싶어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어요. 이들에게 자립할 수 있는 지원체계마련이 시급해요. 정부가 관심을 갖고 인센티브도 주고, 현 트렌드에 맞는 영농을 할 수 있도록 해야죠. 농업을 하고 싶어도 진입장벽이 너무 높지 않습니까. 이를 해결해줘야 합니다”

김 대표는 일을 할 때도 ‘그저 열심히만 할 게 아니라 생각을 하면서 해야 한다’는 생활철학을 갖고 있다.

“누구나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지만 차이가 나는 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창의적으로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요.

앞으로 김 대표의 계획은 농업을 직접 생산에서 벗어나 가공 등을 통해 다른 산업과 연계시켜 한 차원 높여가는 데 있다. 관광과 연계를 한 농산물 판매장과 식당, 로컬 푸드를 정착시키는 등 오늘도 새로운 발전을 위한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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