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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설명회’와 ‘토론회’의 개념정리
<데스크논단> ‘설명회’와 ‘토론회’의 개념정리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5.03.25 09: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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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어떤 주제나 문제를 갖고 토의하거나 대안을 모색하는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일반화된 것이 토론회이다. 토론회는 어떤 문제에 대해 찬성측과 반대측 양 진영으로 나뉘어 서로 논의하는 집단적 토의방법을 뜻한다. 실제 생활에서 견해가 대립됐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토론회가 활용된다.

또 심포지엄(symposium)이 있다. 심포지엄은 어떤 특정한 문제에 대해 몇 사람이 의견을 말하고, 그 의견들을 바탕으로 참석자가 질의 응답을 하는 형식의 토론회를 말한다.

이와함께 전문적인 기술 또는 정책, 아이디어 등을 검토하고 연구하는 방법으로는 워크숍(workshop)과 세미나(seminar)를 들 수 있다.

이 두 단어는 혼용해 사용하기도 하는데, ‘일터’ 또는 ‘작업장’을 뜻하는 말인 워크숍은 전문적인 기술 또는 아이디어를 시험적으로 실시하면서 검토하는 연구과정을 일컫는다. 워크숍은 보통 문제제기, 문제해결을 위한 조언, 문제해결법의 강구와 해결, 잠정적 결론의 형성 등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세미나는 본래 교육기관에서 교수의 지도하에 학생들이 공동으로 토론·연구하는 교육방법 중 하나였다. 그러다가 학회 등에서 지명된 몇 회원의 연구발표를 토대로 전 회원이 토론하는 연구활동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공청회(public hearing)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일정한 사항을 결정함에 있어서 공개적으로 의견을 듣는 형식의 행정절차를 뜻한다.
공청회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의사결정과정에 국민을 참여시킴으로써 민주주의의 요청에 부응하는 제도이다.

#작위적이고 억지스런 개념정리
토론회와 심포지엄, 워크숍, 세미나, 공청회 등은 이상과 같이 정의를 내릴 수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설명회는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 설명회는 말 그대로 어떤 사안에 대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는 모임을 일컫는다. 일종의 프리젠테이션(presentation)이라고 할 수 있다. 프리젠테이션은 알고 있는 것을 영상물 등의 매체로 잘 표현한 후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동의 또는 의견 수렴을 통해 다시 한번 잘 표현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용어규정 및 분류는 구분을 쉽게 하기 위해 작위적으로 정리한 것일 뿐, 실제 이들 단어는 다소 혼란스럽게 사용되곤 한다. 특히 주최자가 아닌 참가자의 경우 토론회와 심포지엄, 세미나, 워크숍 등을 동일한 개념으로 이해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필자가 이런 구분을 하는 이유는 최근 열리고 있는 43개 읍.면.동 순회 ‘제주형 자치모델’ 도민설명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억지스런 면 때문이다.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사회자나 관계 전문가들은 참석자들에게 ‘토론회’가 아니라 ‘설명회’라는 점을 특히 강조한다. 21일 제주시 일도2동사무소에서 열린 설명회에서도 사회자는 “오늘 이 자리는 토론의 시간이 아니라 장.단점을 설명하는 시간이다”며 토론회와 설명회의 차이점을 명확히 이해해달라는 양해를 구했다.

전문가로 참석한 한 교수도 “장.단점에 대해 설명하면 잘 이해안되는 부분이나 내용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답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강조했다.

사회자 등의 이러한 당부의 말은 설명회 장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점진적 대안과 혁신적 대안의 옳고 그름을 논하고, 도민설명회 개최의 부당성을 지적하는데 따른 일종의 ‘자제 요청’인 것이다.

#요식절차로 전락되는 느낌
그러나 이 또한 명쾌하지는 않았다. 설명을 들은 부분에 대해 질문을 하는데, 어느 범위까지는 설명회장에서 행할 적절한 질문이고, 어느 범위부터는 적절하지 않은 질문인지에 대해 쉽게 구분이 안되기 때문이다.

토론회가 아니라 설명회 자리이기 때문에 설명하는 내용을 듣고 모르는 말이나 내용에 대해서만 질문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 이날 질문한 참석자 대부분이 질문 도중 자신의 입장과 견해를 밝혔기 때문에 적절하지 못한 질문이라고 해야 할까.

마치 초등학생이 선생님께 질문을 하듯이, ‘000는 무슨 뜻입니까?’ 하고 질문해야 적절한 것이라면, 인터넷 정보화시대에 43회에 걸친 설명회를 뭣하러 개최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단순히 설명만 하고 끝내려 했다면 12분의 프리젠테이션 상영물을 책자로 잘 만들어 각 가정에 우편으로 발송하고 의견을 써서 제출하라고 하면 될 것 아닌가.

단순한 설명을 위해 43차례의 설명회를 개최하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예산적으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토론은 결코 용납 안되고, 질문은 의견개진이나 자신의 견해를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 질문만 해야 하고, 자신들이 하는 말을 잘 새겨 들은 후 인지도 조사에 반영시켜 달라는 것이다.

설명회가 ‘그들만의 요식 절차’로 전락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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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문가 2005-03-26 09:34:53
설명회나 토론회나 그게 그건줄 알고 갔었는데,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했다.
잘난척 하는 전문가가 잘 새겨들어야 할 말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