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쏟아지는 주말에도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입구에서는 공사 중단과 해군기지 백지화를 요구하는 구호와 함성이 울려퍼졌다.
양용찬 열사 21주기 추모문화제를 겸한 제15차 제주해군기지 백지화 전국시민행동의 날 행사가 10일 오후 3시부터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열렸다.
빗속에서 열린 이날 전국시민행동의 날 행사는 한 여성 활동가의 삭발과 함께 시작됐다.
해군기지 백지화와 구속자 석방을 요구하면서 지난 7일부터 물과 소금마저 끊는 극단적인 단식 투쟁중인 장성심씨(42)는 이날 공사장 입구를 지키다 고착 과정에서 다친 다리를 이끌고 나와 삭발을 감행했다.
장씨는 “우리 국민들은 바보처럼 우리들 세금으로 미 해군기지가 건설되고 있는데도 그저 제주 강정마을의 문제라는 것으로 생각하고 계시는 것 같다”면서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이대로 해군기지가 건설된다면 미래의 한국은 없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장씨는 “주야로 경찰은 불법을 수없이 저지르면서 국민들의 인권을 무참히 유린하고 있다”면서 “어떻게 깊은 밤에 경찰이 공사차량 통행을 위한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느냐”고 공사차량 출입 때마다 수없이 지킴이들에 대한 고착을 강행하는 경찰을 직접 비난하기도 했다.
특히 장씨는 “다음달 말이면 내년 예산안이 최종 확정되는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반드시 지켜볼 것”이라면서 국회 예결위 소속 의원들에게 2013년 해군기지 공사비를 전액 삭감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어 연단에 선 김종일 평통사 전 사무처장은 “해군은 당초 올 9월말까지 1075억원 예산 중 78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었지만 500억원밖에 쓰지 못했다. 추가로 280억원을 집행하지 못하면 내년 해군기지 예산을 배정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공사장 정문을 지키는 현장 투쟁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처장은 또 “다음주부터 변호사, 학자, 문화예술인, 종교인들이 번갈아가면서 공사장 정문을 지킬 것”이라며 “고착을 하면 고착을 당하고, 연행하면 연행이 되면서라도 끝까지 평화적이지만 완강하고 지속적으로 투쟁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이달 초 강정에서 서울 광장까지 이어진 생명평화대행진을 돌아보면서 “강정에서 서울까지 걸었던 그 길은 강정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아픔을 씻어내기 위한 발걸음이었다”면서 “서민들이 하늘인 세상을 바로 여러분의 손으로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7시부터는 지난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 반대를 외치며 온 몸을 불사른 양용찬 열사 21주기 추모문화제 행사가 강정 코사마트 사거리에 위치한 강정평화센터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