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8일)은 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이다. 대한민국이 수능으로 들끓는 하루다. 일본은 이날만큼은 대한민국의 수능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쏟아낼 정도로 한국 교육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그렇다면 일본 교육은 어떤지 고하나 일본 특파원을 통해 일본 교육을 들여다본다.[편집자주]
매년 이맘때가 되면 일본에서도 ‘한국의 수능 한파’가 미디어를 타고 불어온다.
수험생을 돕는 경찰, 열정적인 부모들의 모습, 응원하는 선후배들의 모습이 TV를 통해 방송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으레 ‘이상하리만큼 열정적인 한국의 교육열과 그 문제점’에 관해 논하는 식이다.
한국의 문화가 일본에 잘못 전해지는 경우는 다반사인데, 한국 교육에 관한 이미지 즉, ‘학력지상주의를 배경으로 한 수험전쟁과 학원 등을 포함한 교육비 부담, 애써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가 힘든 현실’ 등에 관해서는 비교적 정확하게 알려진 편에 속한다. 그 중에서도 ‘대학’ 과 ‘학력중심’ 의 문화는 가장 먼저 화두에 오르는 부분이다.
지난 6일 <야후 재팬 헤드라인 뉴스>에서는 ‘위조여권을 만들어 외국인학교에 자식을 부정입학시킨’ 부모 47명과 브로커 5명이 인천지검에 기소된 사실을 ‘비뚤어진 한국의 교육열’이란 부제로 게재되었다.
그렇다면 ‘비뚤어지지 않은’ 일본 교육의 실정은 어떨까?
현재 일본에서는 1980년대부터 시작된 ‘유도리(여유)교육’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유도리 교육’은 지식중시형 교육방침을 주입식 교육으로 판단, 이를 지양하기 위해 학습시간과 내용을 줄인 경험중시형 교육방침을 말한다 즉 ‘여유로움’이 있는 학교를 목표로 하는 교육이다. 실제로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운동회 달리기에서는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손을 잡고 다같이 골인’ 하는 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유도리 교육’이 지난 2011년부터는 ‘탈유도리 교육’으로 탈바꿈된다. 초등학교는 2011년도, 중학교는 2012년도, 고등학교는 2013년도부터 시작된다. 현재는 고등학교에서만 ‘유도리 교육’ 이 이뤄지고 있다.
‘유도리 교육’은 PISA(OECD국가 학생의 학습도달도 조사)에서 국제적 순위가 낮아졌다는 결과로 나타났다. ‘유도리 교육’이 이뤄지면서 ‘학력저하’를 비롯한 각종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이런 문제점을 분석,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유도리교육’에 매스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일본 매스컴 등에서는 문부과학성의 이같은 방침을 ‘탈유도리’라고 부른다. 하지만 문부과학성은 ‘유도리(여유)도 아니고 주입식도 아닌 교육’을 내걸고 있다. 이 학습지도의 이념은 △정확한 학력 △풍부한 인간성 △건강·체력을 겸비한 살아가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으로 집약된다.
문부과학성이 지향하는 ‘탈유도리’ 학습측면에서는 △기초지식과 기능의 습득 △지식과 기능을 활용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표현하는 힘을 육성 △스스로 학습하는 의욕 양성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넘버원이 되지 않아도 돼. 원래부터 특별한 온리원”
이는 일본의 국민그룹 SMAP의 ‘세상에 하나뿐인 꽃’ 이란 노래의 가사 일부이다.
이 노래는 지난 30년간 가장 많이 쓰여진 곡(저작권 사용료 조사 결과 1위)으로 일본저작권협회를 통해 발표됐다. 졸업식에서 자주 불려지는 이 곡에는 ‘유도리 교육’ 을 받은 ‘유도리 세대’ 의 가치관이 담겨있다. ‘노력하면 일등이 아니어도 괜찮다’, ‘개성을 키워가는 것이 중요하다’ 는 ‘건전한’ 메시지다.
하지만 ‘유도리 세대’의 문제점은 분명하다. 여유와 자유를 교육이념으로 내세운 ‘유도리 교육’은 자립심 부족과 목표상실, 혹은 의욕결여의 어두운 면으로 나타나고 있다. 학력저하 뿐만이 아니라 일본 기성세대들과 마찰을 빚고 있어 사회문제로도 번져가고 있는 시점이다.
지난해부터 교육의 방향을 재조정한 일본. 올해는 한국의 교육을 어떻게 진단할지 주목된다.
<고하나 특파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