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돌풍’, 문화 상품의 기묘한 특성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싸이 돌풍’, 문화 상품의 기묘한 특성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 강성률
  • 승인 2012.10.04 09: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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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률 칼럼] <4> 문화 상품 수출의 역동성

 

 

싸이의 돌풍이 무섭다. 한달 동안의 미국 활동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장은 기자들의 집결지처럼 모였다. 취재거리가 되지 않으면 절대 눈길도 주지 않는, 그야말로 독사 같은 기자들이 그렇게 많이 모인 것을 보면 싸이는 대단한 성공을 거둔 것 같다. 그의 성공을 확인하려면 유튜브만 들어가도 쉽게 알 수 있다. 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싸이 돌풍’에서 중요한 것은 이 돌풍이 미국을 관통했지만, 미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터넷이 가능한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는, 또는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많은 논자들이 이야기한 것처럼, 싸이 돌풍에서 중요한 것은 <강남 스타일>이 한글로 된 노래라는 것이며, 세계 시장을 겨냥한 노래가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정말로 중요하다. 한국에서도 이제 한물 간 그가, 10년 전 데뷔곡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 만든 노래가 <강남스타일>이었다. 싸이의 이런 모습을 보며 즐거워한 국내 팬들의 인기가 식어갈 즈음 기묘한 현상이 발생했다. 국내 음원 차트에서는 순위가 내려가는데, 미국에서 흥미로운 반응이 발생하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엄청난 태풍을 일으켰다.

이 현상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문화 상품’의 그 기묘한 특성에 대한 것이다. 싸이 이전에 미국 시장을 겨냥해 몇 인기 K-POP 스타들이 진출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미국 전역을 돌며 영어로 노래하고 스타의 오프닝에도 참가하고 거리 공연도 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싸이는 철저하게 국내 시장을 겨냥했지만 전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여기에 문화의 중요한 특징이 있다.

조금 더 예를 들어 보자. 한류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겨울연가>나 K-POP 역시 수출하려고 만든 것이 아니었다. 당시 국내 시장을 노리고 만들었는데, ‘이상한(?)’ 환경 때문에 해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받게 된 것이다. <겨울연가>을 만들 때 누가 그 드라마가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어 욘사마 현상이 발생할 줄 알았겠는가? 초기 K-POP이 중국과 대만, 일본에서 그렇게 인기가 많을 줄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쉬리>와 <엽기적 그녀>가 그야말로 동남아에서 ‘엽기적인’ 성공을 거둘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런 현상이 발생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IT 산업의 발전, 즉 인터넷의 발전 때문이다. 외국의 문화 생산물을 클릭 한번으로 간단히 구매해(또는 불법으로 다운 받아) 바로 볼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사회가, 그리고 문화 환경이 바뀌어 버렸다. 예전의 그 복잡한 단계를 모조리 생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자신이 듣고 싶고, 보고 싶은 음악과 영화만 보게 되었다. 이것은 국가가 한 것이 아니라 대기업이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한 것이다. 돈을 위해 모든 일을 다 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산물인 것이다. 때문에 지금 한류를 국가가 키웠다고 하면 안 된다. 관이 나서서 이런 저런 일을 해야 한다고 떠드는 이들이 있는데, 관은 이제까지 해온 것처럼 아무 일 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아니, 규제를 줄이는 일은 필요하겠다.

한류 현상이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증명한 것이라거나 우리 고유한 문화의 승리라고 해서도 안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과연 한국의 고유한 것이 있는가? 식민지 일제의 유산과 미군정 이후 미국 문화의 유입이 이전의 전통과 복잡하게 혼합된 것이 지금의 우리 대중문화이다. 여러 요소가 복잡하게 섞여 있어 오히려 해외 수출에 용이하게 된 이 역설. 외국인들이 볼 때,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것이 한류일 것이다. 그래서 쉽게 받아들이면서도 신선한 그 무엇이 있다. 이것이 동남아에서 일본 문화를 대체하게 만들었고,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새로운 활력으로 비쳤을 것이다.

경계해야 할 것은 싸이를 롤 모델로 뮤지션을 키우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싸이는 정말로 예외적인 경우이다. 문화상품 수출의 성공 여부는 신만이 알 수 있는 영역이다(오, 마이 갓!). 비슷하게 만들거나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노리고 제작한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영화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작성해 나갔던 강제규가 한중일 합작으로 야심차게 만든 <마이 웨이>의 실패에서 우리는 배워야 한다. 처음부터 수출하려고 합작한 영화 가운데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단 한편도 없다.

문화 상품의 수출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역으로 그것을 분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싸이는 10년 동안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어갔는데, 여러 여건에 의해 폭발적인 인기를 전 세계로부터 얻었을 뿐이다. 정말로 이것이 전부이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도 어쩌다가 일본에서 엄청난 흥행을 했을 뿐이고, 클론도 어쩌다가 대만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을 뿐이다. 때문에 처음부터 수출하려고 하지 말고, 지금의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상품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이 선물처럼 주어질 수도 있다. 문화 상품의 성공은 정말로 이것밖에 없다. 그러므로 호들갑 떨 필요도 없다.

 

 

 <프로필>
 영화평론가
 광운대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
 주간 <무비위크> 스태프 평론가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집행위원
 저서 <하길종 혹은 행진했던 영화바보> <친일영화>
 <영화는역사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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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da 2013-01-15 04:49:51
Wow! That's a rellay neat answ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