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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문제, WCC총회 통해 전 세계 NGO들에 각인
제주해군기지 문제, WCC총회 통해 전 세계 NGO들에 각인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2.09.1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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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총회 결산] <2> 총회 본회의 비공개 직전까지 간 IUCN 위상 ‘흔들’

지난 6일부터 15일까지 열흘간의 대장정이 모두 마무리된 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는 제주도와 한국 정부에 많은 성과와 벅찬 과제를 동시에 남겼다. 지구촌 최대의 환경 축제로 치러진 WCC총회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지난 15일 폐막된 제주 WCC총회는 '사상 최초, 사상 최대' 등 숱한 수식어로 치장됐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각국 정부와 스폰서 기업에 휘둘리고 있는 IUCN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드러낸 반쪽짜리 이벤트였다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국내에서 자주 써먹던 수법이 제주WCC총회에서는 안 통했군요”

세계자연보전총회 폐막을 이틀 앞둔 지난 13일 저녁, 제주해군기지 결의안을 철회하는 안건이 IUCN 운영위원회 주도로 본회의에 기습 상정됐다가 회원들의 반대로 무산된 것을 두고 회의장에서 누군가 한숨과 함께 내뱉은 말이다.

제주해군기지 결의안은 이번 제주 WCC 총회 기간 내내 회의장 안팎을 뜨겁게 달군 핫 이슈였다.

국방부와 해군은 해군기지 결의안이 발의 요건을 갖춰 공식적으로 발의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회의장 곳곳마다 보도자료를 뿌려대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제주해군기지 사업이 ‘친환경적인 공법’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둘러대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기자회견 중에는 해군본부 관계자가 당초 계획했던 77도 항로법선이 아닌 30도 항로로법선으로 변경됨으로써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핵심지역인 범섬 일대를 침범하게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와 해군은 단지 배가 많이 다니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또 항로 고시 권한이 국토해양부와 제주도에 있다는 이유를 들어 책임을 제주도에 떠넘겼고 제주도는 아직까지도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컨택그룹 회의를 거쳐 총회 폐막일인 15일 본회의에 해군기지 결의안이 상정됐지만, 표결에 붙여지기까지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심지어 의장이 찬성, 반대 양측으로부터 4분씩 의견을 개진한 후 표결을 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은 직후 보도진의 퇴장을 요구하는 결의가 제안, 의결됐다.

이어 이번에는 아예 의결권을 가진 대의원 외에는 모두 퇴장시키고 ‘폐쇄 회의’로 진행하자는 제안까지 나오자 회의장 분위기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에 한 회원이 “모든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야말로 IUCN의 이념에 맞는다”는 요지의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본회의가 비공개로 운영되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당초 내려진 보도진 퇴장 요구 의결에 대해서도 다시 재입장을 요구하는 의견이 제안됐고,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되는 상황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IUCN의 역사에 가장 큰 오점으로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결국 해군기지 결의안은 표결에 붙여졌고 정부 회원은 찬성 20명, 반대 68명, 기권 60명으로 반대 의견을, NGO 회원들은 찬성 269명, 반대 120명, 기권 128명으로 찬성 의견을 내 부결 처리됐다.

정부 회원과 NGO 회원 투표가 각각 과반수를 넘겨야 결의안이 공식 채택되는 IUCN의 안건 의결 시스템에서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결과였다.

하지만 표결에 참여한 NGO 회원들 중 압도적인 과반수가 찬성 표를 던진 것 뿐만 아니라 정부 회원들 중에서도 무려 27%가 넘는 기권표가 나왔다는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표결 결과에 대해 한 회원은 “긴급 발의안이 아니라 처음부터 이 모션(Motion)을 통과시키는 방안을 준비했다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특히 강정마을 주민들의 투쟁이 WCC총회를 뒤흔들면서 전세계 NGO의 주목을 받고 지지를 얻어낸 것에 매우 큰 의의가 있다”고 분석했다.

겉으로는 숱한 ‘역사상 최초’, ‘사상 최대’라는 등의 화려한 수식어로 치장된 총회였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각국 정부와 스폰서 기업들의 입김에 흔들리고 있는 IUCN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 반쪽짜리 이벤트였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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