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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 델 아구아'는 무한한 가치가 담긴 '문화의 아이콘'
'카사 델 아구아'는 무한한 가치가 담긴 '문화의 아이콘'
  • 조미영
  • 승인 2012.09.14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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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라틴아메리카의 열정을 볼 수 있는 곳

「조미영의 여행&일상」이라는 코너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여행의 기록을 우리 일상의 이슈와 함께 잘 버무려 맛깔 나는 이야기를 만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쿤스트하우스 외관

스페인 북부의 항구 도시 빌바오는 철강 산업의 쇠퇴로 암울한 회색도시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들은 미국의 유명한 구겐하임미술관을 이 도시에 유치한다.

그 후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에 의해 탄생된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은 전시물보다 더한 유명세를 타며 연간 100만 명이 찾는 관광명소가 된다. 몰락해가던 빌바오시는 이를 계기로 스페인의 유명관광지로 거듭난다. 이를 두고 ‘빌바오 효과(Bilbao Effect)’라는 단어까지 탄생시키며 명성을 얻게 된 것이다.

 

쿤스트하우스 정원의 분수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인에는 훈데르트 바서에 의해 지어진 쿤스트 하우스(Kunst Haus)가 있다. 자연미를 그대로 살린 독특한 건축물로 많은 방문객들을 불러 모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사람들은 이들 건축물을 보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쏟으며 찾아온다. 이는 건축물이 단순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닌 문화적 아이콘으로 거듭 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얼마나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가를 알게 해주는 좋은 예들이다.

 

카사 델 아구아 1층 로비

그런데 지금 제주는 그와 반대의 현상으로 인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멕시코 건축의 거장 리카르도 레고레타(1931~2011)의 유작인 ‘카사 델 아구아’에 대한 철거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제주컨벤션센터 내에 추진 중이던 앵커호텔의 홍보관으로 활용되다가 사업 시행자가 바뀜으로 인해 용도 폐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가설 건축물이었던 관계로 사용기간 연장을 받지 못한 불법 건축물 딱지를 달고 법의 집행처분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의 언론과 학자들은 물론 멕시코의 외무부 장관까지 선처를 호소하고 있지만, 시행사와 행정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의 무한 가치보다 당장 눈앞에 보여 지는 현물의 유한 가치에 급급해 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 왔다. 그들은 어쩜 소위 말하는 문화의 가치라는 것이 뜬구름처럼 여겨질지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여유를 갖고 눈을 돌려보자. 제주의 관광인프라를 확장시킨 제주올레의 경우 원형을 간직한 제주문화가 남아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구불구불한 올레길과 돌담 그리고 초가 등이 곁들여진 풍광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감흥은 많이 줄었을 것이다. 아무리 빼어난 해안도로가 있다 해도 아스팔트 길에 아파트가 즐비한 거리를 걷고 싶어 하는 이는 없다. 거기에는 문화의 향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지역마다 마을 이야기를 발굴하는 ‘스토리텔링’작업이 한창이다. 뛰어난 경치 못지않게 그 곳에 이야기가 스며있을 때,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식당이나 상품 등에도 이런 스토리를 입히며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카사 델 아구아 2층 객실 입구

하물며 ‘카사 델 아구아’는 레고레타가 2009년에 디자인한 작품으로 그의 말년의 작품 성향을 볼 수 있는 예술품이다.

특히 라틴아메리카의 위대한 건축가가 동양의 섬 제주도의 자연과 환경을 어떻게 해석하고 풀어냈는지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작품이다. ‘카사 델 아구아’가 지금 그 곳에 존재해 있어야만 하는 이유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중문 관광단지 내에 위치한 컨벤션센터는 산과 바다를 아우른 아름다운 경치를 품고 있다. 이곳에 이야기와 향기를 보태줄 수 있는 ‘카사 델 아구아’의 가치를 읽어주기 바란다.

푸른바다를 보며 라틴 문명의 태양과 감성을 함께 상상할 수 있는 흥미로운 경험을 계속할 수 있도록 말이다.
 

 

<프로필>
전 과천마당극제 기획·홍보
전 한미합동공연 ‘바리공주와 생명수’ 협력 연출
전 마을 만들기 전문위원
현 제주특별자치도승마협회 이사
현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 이사
프리랜서 문화기획 및 여행 작가
저서 <인도차이나-낯선 눈으로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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