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추억
런던의 추억
  • 조미영
  • 승인 2012.08.20 15:5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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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영의 여행&일상」이라는 코너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여행의 기록을 우리 일상의 이슈와 함께 잘 버무려 맛깔 나는 이야기를 만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트라팔가 광장

런던 올림픽이 끝났다. 열대야의 밤이었지만 지난 17일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한국 축구의 환희도, 손연재의 미소도, 그리고 신아람의 눈물도 모두 추억으로 저물어 간다.

그리나 현실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응원했던 국민도 참여했던 선수들도 모두 여운을 안은 채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커다란 잔치를 치러 낸 런던 시민은 마무리를 잘 해야 한다.

"Post Olympic Economy Depression"이라는 말이 있다. 올림픽 이후의 경기 침체를 뜻한다. 대형 경기장을 짓고 건물을 올리고 길을 뽑는데 몰두하다보니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국가의 위상과 다른 나라와의 경쟁으로 막대한 개최 비용을 쏟아부은 후유증이다. 국가 부도사태를 맞은 그리스는 물론 2008년 올림픽을 치렀던 베이징 역시 대규모 주경기장에 대한 경영 적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시행착오 덕분인지 런던올림픽 주경기장은 겉치레를 벗어버렸다. 8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었던 경기장이 올림픽 이후 2만5000석으로 축소할 수 있도록 조립되어진 것이다. 더욱이 건축재 역시 재활용 자재와 폐가스관 등을 활용해 비용을 줄임은 물론 환경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이런 성과를 이뤄낸 그들은 최고의 그린 올림픽을 실천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개막식과 폐막식에는 기술과 자본 대신 자신들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 내보였다. 이게 그들 힘의 원천이라 과시라도 하듯......,

그렇다. 이는 하루아침에 쌓여진 것도 누군가 한사람의 영웅에 의해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그들 삶의 경험에서 삭히고 쌓인 결실들이다. 그렇기에 아무나 쉽게 따라할 수도 한순간에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고 보니 오래전 런던을 여행하던 때의 경험이 새삼스레 다가온다.

 

런던의 2층 버스

여행을 할 때면 난 버스를 주로 애용한다. 지하철의 빠름보다 바깥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버스가 내겐 더 매력적이다. 런던에서도 주로 버스를 탔다. 더욱이 런던의 빨간 버스는 보는 것부터 기분이 좋다. 처음 버스를 타고 트라팔가 광장으로 가던 날이었다.

초행길이었던 탓에 내릴 곳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잔뜩 긴장을 하고 있었다.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야 했기에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 내리는 문 쪽으로 가려는데 차장 아저씨가 내게 뭐라고 말을 한다. 왜냐고 그랬더니 차가 멈춘 후에 일어서야지 운행 중에 일어서면 위험하다고 혼내는 것이다.

멋쩍은 미소를 띠며 도로 앉아 목적지에 도착하길 기다렸다. 우리나라에서는 목적지 도착 전에 내릴 준비를 했다가 바로 내리지 않으면 혼나는데 여기서는 반대로 일찍 일어나면 안되는 것이었다.

건널목에서도 차가 오고 있을 때면, 차 먼저 지나가라고 기다리다보면 늘 내게 먼저 지나가라는 손짓을 한다. 차가 우선시 되는 우리의 습관에 길들여진 나로서는 황공할 정도였다. 심지어 건널목이 없는 곳에서 무단횡단 하는 경우에도 차들이 모두 멈춰서 다 지나갈 동안 기다려준다.

교통 질서의 기준은 사람에 대한 안전이 우선이었다. 공공건물에서 문을 밀고 지날 때 뒷사람이 오고 있으면 그 사람이 문을 지나갈 동안 문을 잡아주는 에티켓이나 서로 살짝 스치면서도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일쯤은 아주 흔한 일이었다.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과 그리는 사람.

그리고 그들의 삶엔 예술이 가깝게 자리 잡고 있다. 어느 날 미술관에서 장바구니를 든 아주머니가 골똘히 그림 한 점을 감상하다 가는 걸 보았다. 편안한 슬리퍼 차림으로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가던 아주머니는 백화점의 쇼 윈도우 대신 미술관의 그림을 보며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고 있었다. 공공 박물관과 미술관 등이 무료로 개방되기에 가능한 여유이기도 하다.

 

스텀프 상설 공연장

또한 영국은 뮤지컬의 본고장이다. 런던의 웨스트엔드에는 일년 내내 공연이 끊이지 않는다. 에비타,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이 이곳에서 탄생했다. 이 작품들을 만들어낸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공적임에는 틀림없지만, 비틀즈와 롤링스톤즈 같은 세계적 그룹들을 배출하는 여건이고 보면 단순한 천재의 탄생만으로 이루어진 업적은 아닌 것 같다. 그들의 문화가 위대한 예술가를 잉태하는 건 아닐까?

그렇다고 그들이 다 옳다는 건 아니다. 과거 산업화의 부작용과 제국주의의 흔적이 그늘로 남아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하나씩 다듬어내는 힘을 키워나가고 있다는 걸 이번 올림픽을 통해 느끼게 한다. 내가 부러운 건 바로 그것이다.
 

 

  ▲ 조미영 여행 작가. <미디어제주>
<프로필>
전 과천마당극제 기획·홍보
전 한미합동공연 ‘바리공주와 생명수’ 협력 연출
전 마을 만들기 전문위원
현 제주특별자치도승마협회 이사
현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 이사
프리랜서 문화기획 및 여행 작가
저서 <인도차이나-낯선 눈으로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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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2012-08-21 13:31:58
글이 읽을만 해서~ 앞으로도!

그냥 2012-08-21 13:31:52
글이 읽을만 해서~ 앞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