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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이면서 소소한 것들에 의미 부여…낯섦의 미학
일상적이면서 소소한 것들에 의미 부여…낯섦의 미학
  • 미디어제주
  • 승인 2012.08.14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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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고하나의 일본이야기 1] 기획테마 (1) 나오시마, 나에게 오라!

<미디어제주>가 글로벌 제주의 이미지에 맞춰 특파원 제도를 운영한다. 우선 일본을 시작으로 특파원 체제를 확산시켜 갈 계획이다. <미디어제주>는 첫 해외 특파원인 제주 출신 고하나씨를 통해 일본 현지의 문화와 재일동포의 삶을 추적한다.[편집자주] 

나오시마의 상징인 '노란 호박'.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으로 세토나이카이 해변에 위치해 있다.

나오시마 주변 지도

예술의 섬나오시마, 나와라 自我! 

예술로 가득한 섬나오시마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가? ‘섬 전체가 예술로 가득하대!’ ‘세계적인 예술가, 건축가들의 작품으로 가득한 곳이 일본에 있다던데?’, 혹은 한국사람(이우환) 미술관도 있다던데?’ ‘환상적인 섬이었어등등. 나오시마를 다녀온 사람들에게는 잊혀지지 않을 곳이다. 하지만 얘기만 들어본 사람들에게는 그런 섬에 불과하다. 또한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저런 장소혹은 무관심이다. 몇몇에게는 돈지랄’(?!)의 섬일지도 모른다.

일본 시코쿠 카가와현 나오시마(直島), 그 섬을 소개하려 한다. 아니, 그 섬을 빌어 우리네 안의 비어있음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나오시마
, 나에게 오라 

일본의 온천과 목욕문화가 발달 되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런 일본인들에게도 나오시마의 목욕탕은 다른 세계이다. 낯선 곳이다. 

나오시마의 목욕탕(www.naoshimasento.jp)
슈클로프스키는 예술에다 낯설게 하기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다. 이는 인간의 지각이 일상의 친숙한 것보다 낯선 것에서 더 미학적 가치를 느낀다는 것이다. 즉 사람은 평소에 접하는 것들보다 쉽게 접하지 못하는 것들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많은 일상적이고 소소한 것들이 낯선 풍경으로 채색된 이 섬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게 만든다고 할 수 있다. 


의미라
무엇에 대해서?  

교과서에서 본 듯한, 혹은 미술관에 걸려 있는 그림이 무조건 어려울 것이라고, 나와는 동떨어져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이미 구시대의 것이다. 일반적으로 19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 포스트모더니즘의 미술의 구도를 통해 현대 미술에서 문화의 혼성이 거론되기 시작하여 미술관의 엄숙주의 또한 깨지기 시작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은 어렵다. 아니,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예술은 고귀하고 어려워만 한다고 생각하도록 누군가에 의해 주입되어진 것만 같다.

필자가 중학교 시절, 미술 선생님으로부터 고등학교 입학 시험에 대해 들었던 얘기를 기억한다. 당시(몇 년 전이었지?) 입학시험에 나온 문제 하나를 제주도 전체에서 단 한명이 맞추었다는, 뭐 전설과도 같은 그런 얘기. 이미 오래전 일이라 기억도 가물가물하니, 믿거나 말거나.

여하튼 그 당시 시험의 정답이었던 (물론 이제는 무척이나 유명한) ‘잭슨폴록의 작품 또한 이 섬에 있다
 

그냥 있다. 덩그러니

'노란 호박'과 아울러 나오시마의 상징인 '빨간 호박'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이다.
스스로 그러한자연(自然)처럼, 자연에 동화되어 처음부터 그곳의 일부인 냥 그곳에 존재한다.

물론 처음부터 이곳에 예술이 자연스러웠던 것은 아니다. 나오시마는 카가와현 북쪽 해안에 자리잡은 둘레 16km의 작은 섬이다. 불과 3500명이 거주하고 있는 이 작은 섬이 연간 50만명의 세계인이 찾는 예술의 낙원으로 바뀐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나오시마의 베네세 하우스(관련: 베네세 나오시마 아트 사이트 http://www.benesse-artsite.jp/)에서는 201111월부터 20127월까지 오픈 20주년을 맞아 <生成 지금, 여기, 우리들, 그리고 미래에> 라는 기획전을 열었다. 生成(SEISEI)생겨나고 다시 변화해 가는의미에서 다시 과거를 돌아보고, 지금 이 곳에서 다시 새로운 가치 창조를 향해 가자는 염원을 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스무살. 성인이 되는 나이. 그동안 이 섬은 얼마나 많은 변화를 겪었으며 그 안에 어떠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

일본의 대표적 교육 그룹 베네세의 회장 후쿠다케 소이치로는 부친인 선대 사장의 뜻을 이어받아 현재의 나오시마를 예술의 섬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그의 부친 후쿠다케 데츠히코는 1985년 나오시마 시장과 함께 어린이를 위한 지상낙원을 만들어보자는 취지하에, 나오시마를 다시 세우기 시작했다. 원래 나오시마는 구리 등을 제련하던 곳으로서 폐기물이 쌓이기 시작, 사람들이 점차 섬을 떠나고 있었다. 버려져 가는 섬의 복원이란 명제하에 나오시마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나오시마를 예술경영, 경제적 효과와 성공의 측면으로 조명하는 견해가 많다. (나오시마 프로젝트 투자액은 460억엔이다) 하지만 나오시마에 세계인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이 비단 <사람의 손으로 파괴된 섬을 사람의 손으로 다시 아름답게 바꾼 성공사례>에서만 기인한 것일까 .

나오시마 마을 풍경
기계적인 사물의 질서로 재편되어 온 도시의 삶은, 인간에게 자연을 찾도록 만든다. 여유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로 가득한 도시. 하지만 휴가철을 맞아 찾아간 피서지에는 사람, 사람, 사람. 거리 또한 자동차로 북적인다.

형형색색의 예술 작품을 느끼며 걸어다녔던 어느 날의 조용한 저녁. 갑자기 먹먹함이 밀려왔다. 빵빵해진 풍선을 바늘로 콕 찌른 듯 했다. 이상하게도 하고 터지는 게 아니라 퓨슈슈슉하고 적당히 공기가 빠져나갔다.

빈 자리에 자아(自我)를 돌아볼 여유한모금 들어간다.

그 근처 어딘가에 내 존재의 빈 방이 있으리라고, 거기에 들어가 보라고.

나오시마가 속삭이는 듯하였다.

 

 
<프로필>
신성여자고등학교 졸업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일본 아루자포럼 부집행위원장
미디어제주 일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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