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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하거나 실망하기 보다는, 새로운 싸움 준비해야"
"만족하거나 실망하기 보다는, 새로운 싸움 준비해야"
  • 미디어제주
  • 승인 2006.06.24 07: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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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 5.31 지방선거, 우리에게 남긴 것은(김효철 북제주자활후견기관장)

5.31 지방선거가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차떼기 정당이란 오명은 여전하고 공천비리, 성추행 파문에도 한나라당은 전국적 압승을 이뤄냈다. 내년 정권교체가 여권 내에서마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휘날리는 파란 깃발이 또다시 '역사는 진보하는가'라는 의문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한나라당이 잘해서라기 보다는 열린우리당이 죽 쒀서’라는 표현이 마땅할 듯 싶다.

 

 

#"한나라당 잘했다기 보다는 열린우리당이 죽 쒀서"

이른바 개혁을 내세운 참여정부갖미국과의 대등한 관계’‘양극화 해소’‘비정규직 문제를 해결’ 등 개혁을 떠들었으나 스스로 사회경제적 의제에 있어 신자유주의 정책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더니 이라크 파병이나 평택미군기지 이전에서 보여준 것처럼 오히려 충실히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는데 지나지 않았다.

결국 비정규직 확산, 양극화 심화, 중소제조업 붕괴, 성과 없는 정치다툼에나 휩싸이면서 노무현 정부는 출범 당시 추진력을 잃은 지 오래고 무능정권으로 낙인됐으며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 세력의 공격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제주에서도 다르지 않다. 집권여당이 지사후보 선출을 놓고 당원들이 선출한 후보조차 인정하지 못한 채 얼마 전까지 상대당 소속이던 김태환 지사 영입에 애쓰는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했다.

5.31지방선거의 결과는 열린우리당이 지난날 해놓은 일에 대한 자업자득이며, 스스로 약속한 개혁을 배신한 행위에 대한 심판을 받음 것임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

#반민중적 심판대상인 한나라당은 오히려 승자로 부활

그럼에도 이번 선거결과를 열린우리당에 대한 심판성격으로 규정하고 담담히 받아들이기에는 결과가 너무 암담하다. 이번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보여준 반민중적 성격과 무능, 독선에 대한 심판은 있었지만 숱한 반민중적 행태와 부정, 부패를 보여 온 또 다른 심판대상인 한나라당은 오히려 절반에 가까운 지지를 얻으며 승자로 부활했다.

물론 제주지역에서 민주노동당이 얻은 20.1%라는 지지율은 고무적인 것이고 중요한 성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나라당 압승이라는 결과는 열린 우리당과 한나라당이라는 보수정권에 대한 숱한 배신감과 실망, 분노를 진보개혁을 주장하는 민주노동당으로 결집시키는 데에는 실패했음을 말한다.

보수 양당이 벌인 공천비리와 진흙탕 선거판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 또한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한 것이다.

더욱더 아쉽고 걱정스런 것은 선거가 그저 반노무현 정서나 반한나라당 정서에 따른 투표행위가 주를 이뤘을 뿐 진정 제주도 미래를 위한 고민은 부족했다는 점이다.

당선을 최고 가치로 보는 정당이나 후보자는 더 말할 것도 없고 당선예측을 보도하기에 바쁜 언론보도나, 정책보다는 정서 선거에 더 쉽게 영향 받는 유권자가 여전했던 지난 선거를 볼 때 이번 선거 역시 한계가 너무도 뚜렷한 선거였다.

#"만족하거나 실망하기 보다는 새로운 싸움 준비해야"

제주도 미래에 엄청난 변화와 영향을 미칠 한미 FTA나 군사기지 문제, 의료나 교육시장개방, 환경문제와 같은 구체적 정책내용이 주요 선거이슈로 부각되거나 후보자를 선택하는 결정적 근거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번 선거 결과에 만족하거나 실망하기보다는 앞으로 또 다른 싸움을 준비하기 위한 또 다른 계기였다는 데에 만족했으면 좋을 듯 싶다.

질펀한 잔치 뒤 새벽녘 누구보다 먼저 뒷정리를 하며 하루를 준비하는 우리네 어머니들처럼, 힘든 싸움을 끝내고 남보다 먼저 새로운 싸움을 준비하는 전사들처럼 우리는 앞서 올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

<김효철 북제주자활후견기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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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 2006-06-25 10:56:40
올곧음이란 말을 당신에게 사용하는 것처럼 어울리는 표현은 없을 것입니다.
항상 좋은 생각, 옳은 생각...
같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