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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눈치만 볼 텐가. 부지소유권 지닌 부영을 움직여라”
“기업 눈치만 볼 텐가. 부지소유권 지닌 부영을 움직여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2.07.29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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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건축도 문화다] ② ‘카사 델 아구아’를 살릴 방법을 찾자

철거 위기에 놓인 '카사 델 아구아.
지난 2009년 지어진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 서귀포시는 이 건축물을 향해 철거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철거의 이유는 모델하우스, 즉 가설건축물이라는 이유에서다. 서귀포시는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작품인 카사 델 아구아의 목적에 대해 건축물이 아닌 콘도를 분양하기 위한 모델하우스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카사 델 아구아의 철거 논란은 앵커호텔 투자자의 재원문제와 앵커호텔을 짓던 금호건설이 워크아웃을 당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20101월 공사가 중단된 앵커호텔은 지난해 11월 부영주택이 전 사업자로부터 매매를 하면서 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카사 델 아구아가 빠졌다. 건축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설건축물은 존치기간이 2년이지만 2년씩 계속 연장이 가능하다. ‘카사 델 아구아의 존치기간은 2년이 끝나는 지난해 630일이었다. 부영주택이 카사 델 아구아를 매매계약에 포함하지 않은데다, 실제 건물 소유주인 제이아이디가 연장신고를 하지 않으면서 지난해 7월부터 카사 델 아구아는 불법 건축물이 돼버린 셈이다.

서귀포시는 불법 건축물이기에 관계 규정에 따라 행정대집행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갤러리로 허가를 해 준 적이 없다. 콘도를 분양하기 위한 모델하우스로 허가를 내 준 것이다가설건축물 연장요청도 하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여기에 한술 더 떴다. 지난 27일 한동주 문화관광스포츠국장은 당초 중문단지 조성계획 환경영향평가에서도 해안선으로부터 100m 이내는 영구건축물 허가가 안되는 지역이라며 처음부터 영구 건축물로 신청했다면 허가가 나지 않았을 곳이라고 말했다.

서귀포시도, 제주도도 다들 철거를 내세운다.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들 한다. 그렇다면 답은 없는가. 그렇지는 않다. 해답은 찾으면 나오게 돼 있다. 그 키는 앵커호텔을 건축중인 부영주택에 달려 있다.

다행히도 카사 델 아구아는 당장 철거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1심에서 패소한 제이아이디측이 서귀포시를 상대로 항소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앵커호텔 건축현장. 붉은색 원이 '카사 델 아구아'.
항소 제기로 시간은 번만큼 답을 찾으면 된다. 제주도는 핑계를 대지만 카사 델 아구아부지소유권을 지닌 부영주택이 마음을 돌리면 된다. 한동주 국장도 답을 알고 있다. 그는 건축물 부지는 부영의 소유이기 때문에 현재 상태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영구 건축물로 전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는 달리 말하면 합의가 되면 영구 건축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기업의 가치는 이익 추구다. 물론 돈벌이가 중요한 건 모두들 안다. 하지만 가치 있는 건축물을 살려야 한다는 문화가치는 기업의 돈벌이보다 가치가 없는 게 아니다. 행정은 부영 탓만 하고 있으나 행정이 제대로 된 의지를 지니고 기업을 상대한다면 카사 델 아구아를 살리지 못할 이유는 없다. 키는 부영주택이 가지고 있지만 그 키를 움직이는 건 바로 행정이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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