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7:37 (목)
“카사 델 아구아 철거를 반대합니다. 건축문화이거든요”
“카사 델 아구아 철거를 반대합니다. 건축문화이거든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2.07.2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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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건축도 문화다] ① 왜 ‘카사 델 아구아’를 철거해야 하나

'카사 델 아구아' 외부 모습.
집은 인간의 삶과 함께 한다. 그러기에 집은 단순히 기거하는 용도로 이해하면 안된다. 집은 본질적으로 그 시대의 문화를 보여주기에 가치가 있다. 때문에 우리는 집에 문화적 가치를 부여해 건물이 아닌, 건축활동이라고 부른다.

엊그제 제주지방법원의 판결을 바라보며 아쉬움이 남는 건 이 때문이다. 판결이야 법대로하는 것이지만,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를 건축이 아닌 건물로 바라보는지 안타깝다.

행정대집행을 해야 하는 서귀포시 입장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서귀포시도 카사 델 아구아를 건축이 아닌 건물로 이해하고 있다. 서귀포시는 카사 델 아구아를 갤러리나 카사 델 아구아로 표현하지 않는다. 지상에 임시로 세워둔 가설건축물, 모델하우스로 이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건축물을 설계한 리카르도 레고레타(1931~2011)는 왜 카사 델 아구아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카사 델 아구아물의 집이라는 뜻이다. 레고레타는 제주의 물과 바람과 빛을 이 건축물에 모두 담아냈다. 레고레타는 모델하우스를 의식해서 카사 델 아구아를 세상에 내놓은 게 아니었다. 앵커호텔이라는 거대한 작품과 어울리는 갤러리로서 카사 델 아구아라는 작품을 제주에 선사했다.

'카사 델 아구아' 내부 모습.
'카사 델 아구아' 내부 모습.
'카사 델 아구아' 내부 모습.
왜 레고레타인가라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세상과의 이별을 고한 레고레타는 그냥 건축가가 아니다. 스페인에 안토니오 가우디가 있듯, 멕시코엔 리카르도 레고레타가 있다. 더욱이 이들은 그 나라만 대변하는 건축가가 아니다. 세계인들이 찬양하는 건축가들이다. 그러기에 이들이 세운 건축물이 있다는 자체로도 의미는 달라진다.

우리는 수많은 건축물을 없애고 있다. 없애는 이유는 헐어서, 개발을 위해서 등등 다양하다. 그런데 건축물을 없애고 나서는 후회를 한다. 1990년대 사라진 건축물을 보자. 김중업의 작품으로 옛 제주대 본관이 있다. 안전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철거된 건축물이 옛 제주대 본관이다. 사실상 보수를 통해 살릴 수도 있었으나 행정은 외면했다. 제주도 출신 건축가의 작품인 남제주군청 철거도 마찬가지다. 김한섭의 작품인 남제주군청은 근대건축에서 제주의 지역성을 드러낸 건축물이었으나 새로운 청사를 만들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렇듯 카사 델 아구아도 철거에 직면해 있다. 레고레타의 작품은 아시아에 단 2개 뿐이다. 일본과 제주도에 있다. 일본에 있는 작품은 내부를 볼 수 없다. 다행히도 제주도에 있는 카사 델 아구아는 모든 이들에게 개방돼 있다. 문화공간인 갤러리이기 때문이다. ‘카사 델 아구아가 철거된다고 하자 주한멕시코 대사까지 찾아와서 읍소할 정도였다. 멕시코 대사가 서귀포시를 찾은 이유는 그 나라 사람의 작품이기 때문이 아니다. 문화적인 가치가 있는 건축물이기에 제주도민을 위해, 제주를 찾는 이들을 위해 남겨두라는 얘기였다.

카사 델 아구아를 그냥 건물로 바라보지 말았으면 한다. 작품성 있는 건축물이라고 인식 전환을 해보라고 행정에 권하고 싶다. 건축은 바로 문화이며, 그 시대를 살고 있는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다른 지역은 일제 때 일본인들이 만든 소위 적산가옥도 보존한다는데, 우린 법대로만 집행, 의미 있는 건축물을 철거하려는 의지가 아쉽기만 하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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