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런 이 땅에서 사랑을 베푸는 공동체를 꿈꾼다”
“고통스런 이 땅에서 사랑을 베푸는 공동체를 꿈꾼다”
  • 강성률
  • 승인 2012.06.0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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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률 칼럼]<1> 종교가 인류에 기여하는 방법

부처님 오신 날 EBS에서 방영한 <법정 스님의 의자>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작년 이맘, 영화가 개봉될 때 의미 있게 보았는데, 그 사이 일에 치여 살다보니 까마득히 잊고 살았다. 다시 보니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영화는 형식적으로 매우 소박하고 단조롭지만, 영화가 회고하고 추모하는 법정 스님이란 분의 삶이 워낙 깊고 높은지라 울림이 없을 수 없다.

법정 스님의 삶은, 그의 저서처럼 무소유의 삶이었다. 대학 3학년 때 머리를 깎은 후, 현대사에서 가장 탁월한 스님 가운데 한 분인 효봉 스님의 가르침을 받으며 많은 깨우침을 얻었다. 이후 그는 불교계의 개혁과 대중화를 위해 많은 일을 하다가, 더 깊은 깨달음을 위해 산속 불일암에서 홀로 정진하였다. 그의 저서가 많이 팔리면서 세속적 이름이 높아지니 그는 다시 더 깊은 산 속, 사람이 출입할 수 없는 곳으로 들어가 정진했다. 서울의 길상사 역시 그가 만들었지만 직접 경영을 하지는 않았다. 십수 억을 넘었다는 인세도 사회의 의미 있는 곳에 사용했다.

법정 스님의 삶은 버리는 삶이었다. 그의 글도 그렇지만, 그는 그것을 직접 실천했다. 그가 위대한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실 속세를 떠나 불가에 귀의한다는 것은 속세의 욕망을 버리는 것을 말한다.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자신을 버리고, 그런 욕망을 누르면서 삶의 근원적인 질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법정 스님은 철저하게 그런 삶을 살았다. 신발 한 켤레, 찻잔 하나면 족한 삶을 살았다.

세상의 종교 가운데 나는 불교가 가장 철학적이고 실존적이며, 그래서 가장 높은 경지의 종교라고 생각한다. 인간이기 때문에 지닐 수밖에 없는 욕망의 근원을 찾아가 기어이 그것을 넘어서기 위해 끊임없이 용맹정진하는 구도의 자세도 고개를 숙이게 만들지만, 무엇보다 세상의 오묘한 이치를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넓게 이해하려는 자세도 어떤 종교보다 인간적이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버리려는 그 자세가 사람을 경건해지게 만든다.

이에 비하면 기독교의 교리는 신적이다. 신이 창조한 세계를 믿어야 한다는 믿음을 먼저 강조한다. 그리고 이 믿음에 근거해 세속의 욕망과 출세를 기원하게 만든다. 그래서 기독교는 끊임없이 성공을 기원하게 만든다. 그것이 신의 전지전능한 능력의 표시이면서 기독교인의 표시로 보이도록 만들려고 한다. 기독교인이 불교인에 비해 배타적이고 욕망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기독교인이다. 왜 나는 불교의 장점을 알면서도 기독교인이 되었을까? 불교는 버려야 한다는 그런 자세로 세상을 대하기 때문에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지만, 세속을 살아가는 사바세계의 중생들에게는 그것이 결코 쉽지 않다. 버려야 한다는 마음은 알겠는데, 그래서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알지만,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지독히도 어렵다. 그래서 많은 불교도들도 기독교인과 마찬가지로 절에 가서, 버려서 평안을 갈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가정의 안정과 평안을 갈구한다. 이 역설!

나는 기독교의 이기적인 욕망을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가 살았던 그 시대처럼 고통스런 지금의 이 땅에서 예수의 사랑을 베푸는 공동체를 꿈꾸기 때문에 기독교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가난하고 약하고 없는 자를 위해 세상에 왔고 그들의 아픔을 위로해주신 예수님의 그 넓고 깊은 사랑을, 지금 이 세상에서 실천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기독교를 버리지 못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예수의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지금 강정에서 매일 미사를 드리고 있는 신부님들의 그 마음을 나는 무엇보다 깊이깊이 존중한다. 그것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 종교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아, 영화 한 편을 보고 너무 많은 생각을 한 것 같다. 이래서 평론가의 삶이 고달픈 것인가?

 

 

▲ 영화평론가 강성률 교수. <미디어제주>
 <프로필>
 영화평론가
 광운대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
 주간 <무비위크> 스태프 평론가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집행위원
 저서 <하길종 혹은 행진했던 영화바보> <친일영화>
 <영화는역사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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