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10:04 (토)
권력무상 귀하
권력무상 귀하
  • 미디어제주
  • 승인 2012.05.29 16: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강문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귀포시지부장

강문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귀포시지부장
“지역구 행사에 얼굴을 내밀어야 하는 것쯤이야 당연지사이지만, 아무리 괴로워도 인지상정으로 건네는 술잔만큼은 거절하기 힘들었다“며 전직 도의원은 현직의 고충을 그렇게 털어냈더랍니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붙여진 간담회에 술잔을 뿌리치는 화술, 차고 넘치는 잔을 몰래 비우는 요령은 역대 단체장의 수만큼이나 숱한 술회가 남겨져 있지요.

최근 전직 지사님의 음주운전사건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 분을 탓하려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비열함을 아니 탓할 수 없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대학동창회장을 맡고 계신 체육대회에 술잔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도내 모든 기관 단체장도 예외는 아니었을 테지만 전용기사가 잘 모셨을 것이고, 그렇게 그 분은 혼자 남겨졌을 것입니다.

술잔에만 인지상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분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공직자가 ‘벼슬 관’을 가슴에 달았겠으며 가문의 은총을 받았겠습니까마는 그 ‘인지상정’이란 것은 권력무상 앞에 헌 신짝만큼도 못했단 말입니까?

어느 대통령은 퇴임 말로가 그리 썩 좋지는 않았지만, 가신은 여럿을 둔 것으로 유명하지요. 골프 라운딩에도 앞뒤 필드를 그들이 에워싸면서 여유로운 샷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충복이 여럿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란 것은 익히 다 아는 사실이지요.

권력을 가지고 있을 때는 많은 사람이 머리를 조아립니다. 주변에 사람들로 넘쳐납니다만 아쉬운 것은 있을 때는 없을 때를 생각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우근민 지사님 앞에는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어느 축산인은 시민과의 대화석상에서 ‘지사님 만나기가 하늘 따기보다 더 어려웠다’며 토로했더랍니다.

이제 다가올 정기인사에도 누군가는 지사님으로부터 승진 임용장을 받을 것입니다. 그리고 정당정치 하에서 허락된 비관료출신도 상당수 들어와 있거나 앞으로도 들어올 것입니다. 아직은 ‘권력 잃은 후’를 생각하기조차 싫겠지만, 진심이라면 도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그런 관료를 임명해야 하겠지요.

다시 화제를 바꿔봅니다.

지난 신년인사회와 같은 대규모 행사에도 김태환 전 지사님은 혼자 오셨습니다. 손수 운전대를 잡고 오신 모습에서 평범한 소시민 일상을 느꼈다기보다 비켜가지 못하는 공인의 스포트라이트를 보면서 ‘누군가 곁에 서 주었으면’하는 공허함이 밀물처럼 밀려왔더랍니다.

저는 그 분 재직 시에 도정을 우호적 보다는 냉소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공직자의 한 사람이지만, 할 수만 있다면 그 분의 곁에 서 드리고 싶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그분은 9급 공무원을 시작으로 40대 군수와 관선, 민선을 넘나들며 제주시장과 도백을 지냈던 제주도정의 한 축이였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사석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공식적인 행사에서만큼은 곁에 서기를 두려워 말아야 합니다. 가진 권력도 색안경을 벗고 ‘아름답다’ 말해 드려야 합니다.

이참에 공직사회에서 줄서기로 우후죽순 생겨난 신조어도 더 이상 난무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두서없이 맺고자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