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7:37 (목)
“학생들의 곤란함과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이들이 스승”
“학생들의 곤란함과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이들이 스승”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2.05.14 2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승의 날 특집] 올해로 38년째 교단을 지키는 제주사대부고 부대성 교사

부대성 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교사 스스로의 자기연찬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기뻐야 할 스승의 날이 이젠 교사들에겐 짐이 되고 있다. 스승을 공경하는 의미에서 작은 정성을 건네는 촌지는 보기 힘든 세상이 됐고, 스승의 날을 피하기 위해 휴업을 강행하는 학교도 있을 정도이다.

올해로 31회째인 스승의 날을 앞두고 제주사대부고 부대성 교사(59)를 만났다. 그는 교단에 선 지 38년째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젊음을 불사르던 20대의 젊은이는 어느덧 이순(耳順)에 접어들었다. ‘참 스승은 뭘까라는 고민을 그에게서 들어봤다.

오랜 세월 교단에 있으면서 아쉬운 점이 너무 많아요. 욕심이야 가르쳤던 애들이 원하는 곳에 진학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묻어나요. 좀 더 열심히 지도했더라면. 내가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고.”

40년 회한이 묻어난다. 그는 얼마 있지 않으면 정든 교단을 떠나야 한다. 1975년 제주대 수학교육과를 졸업하면서 곧바로 스승이라는 천직의 길로 들어섰다. 학생만 바라보고 살아온 세월이다.

스승이란 학생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학생과 호흡하는 사람이죠. 그들의 어려움과 곤란한 것을 해결해주는 이들이 바로 스승이죠.”

그러나 그는 스승으로서의 교사가 아닌, 사회의 냉대를 받는 교사가 되곤 하는 사회현상에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교사들이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어요. 안타깝죠.”

그는 교사들이 스승으로 평가를 받으려면 사회적 인식과 교사 스스로의 노력 등이 덧붙여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제주사대부고 미르학습관소속이다. 여기에 소속된 교사들은 아침 일찍부터 밤 11시까지 학생들과 동행을 하며 큰 꿈을 만들어간다.

제주사대부고 '미르학습과'에서 제자를 지도하고 있다.
교사들의 어려운 점을 사회에서 인지를 해줬으면 해요. 아침 일찍 출근해서는 밤 11시까지 개인적인 희생을 하는 교사들이 많죠. 그런데 왜 교육을 경제적 가치로만 보는지 모르겠어요. 교육을 백년대계라고 강조하지만 정작 교육의 중요성은 간과하고 있어요. 우리나라가 이만큼 발전한 건 인재들을 길러낸 교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그러면서 그는 교사들도 스스로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전엔 교사들이 3학년을 맡으려고 했죠. 바로 학생들로부터 공인을 받는 셈이죠. 그러나 이젠 서로 안하려고 해요. 물론 개인생활에 어려운 점이 있어서 그러겠지만 좀 더 노력하는 교사상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봐요.”

부대성 교사는 제대로 된 스승을 길러내려면 사회적 인식과 함께 교사 스스로의 변화를 요구했다. 여기에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학부모의 역할을 꼽았다.

집에서 선생을 폄하하면 그 학생은 학교에 와서도 스승에 대한 공경을 할 줄 모르게 됩니다. 부모가 선생을 공경해주면 자연스레 학생들도 따라하게 됩니다. 그러면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스승과 제자라는 본연의 구조로 돌아가게 되죠.”

그는 여전히 평교사다. 38년동안 현장에서 학생들과 부대끼며 살아왔다. 그런 노력의 결과일까. 그는 올해 스승의 날 선물을 받았다. 바로 국무총리 표창이다.

묵묵히 일하는 분들이 많은데, 상을 받은 게 미안해요. 참 스승이 더 많아요.”

담임을 맡은지는 오래 됐다. 기억이 나는 일을 얘기해달라고 했다. 그는 제주일고 당시의 일을 꺼냈다. 그 때가 1996년이다.

졸업식인데 한 학생이 나타나질 않더군요. 그 학생은 나중에 삼성SDI에 입사한 뒤 찾아왔어요. 졸업식에 나오지 않은 이유를 들어봤더니 명문대에 들어가지 못해 미안해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제자들이 찾아올 때가 가장 즐겁죠.”

제주사대부고 '미르학습관'에서 열공하는 여학생들과 한 컷.
그는 누누이 강조한다. 교사들의 자기연찬을. 그러면서 스스로는 욕심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머릿속에 그려가고 있다.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통해 세상에 숱한 욕심의 탈출구를 찾고 있다.

욕심을 부리면 충돌을 하게 되죠. 나를 합리화시키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욕심을 접는순간 마음이 편해지죠.”

그가 교단에 올라 선생님으로 불릴 시간은 오는 2015년까지다. 그러나 그에겐 영원히 스승이라는 두 글자가 존재한다. 그의 왼쪽 가슴엔 보이지 않는 사랑의 카네이션이 새겨 있다. 바로 지금까지 그가 길러낸 수많은 제자들이 보낸 스승이라는 선물이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