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제주지역을 자연재해가 없는 안전지대로 만드는 게 저의 꿈입니다. 당장 우기가 닥치기 전에 지금 진행하고 있는 저류지 공사를 마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갑작스레 민원이 생겨 현장에 다녀오느라 인터뷰 약속시간을 20여분 늦었다며 미안해하는 홍기화 제주시 건설교통국 재난관리과 주무관(38·토목직 7급)이 말하는 평소 바람이다.
세계적인 이상기온 등으로 마치 열대성 스콜이라도 내리듯 제주지역도 집중호우가 잦아지고 있어 재해위험 예방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집중호우 때 도내에서 침수 피해가 적었던 건 저류지 효과가 컸다고 봅니다. 도내 저류지는 다른 지역과 달리 토질이 물이 잘 빠지는 특성을 갖기 때문이지요. 저수지는 물이 있어야 하지만 저류지는 물이 없어야 집중호우에도 대비할 수 있죠”
재해위험지구는 침수·붕괴·유실·고립·해일위험지구와 취약방재시설지구 등 6가지로 나눈다.
홍 주무관은 “제주시지역엔 침수·붕괴위험지구가 있고, 이미 12곳을 정비를 마무리해 해제됐다”며“제주시내 재해위험 지구 26곳 가운데 올해 7곳을 정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재해위험지구의 피해예방공사는 진행이 잘 되고 있는 것 같지만 우기 전에 공사를 끝내야 합니다.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회의를 하고 머리를 짜내느라 모두가 바쁘죠”
지난해 9월 초등학교가 물에 잠겼던 조천읍 대흘지역을 재해위험지구로 지정하기 위해 타당성 용역에 들어갔다며 전문가의 검토 뒤 국비를 신청하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전한다.
“재해위험지구 정비는 50년 이상 뒤를 내다보고 대비하는 공사입니다. 그래서 조그만 관이 아닌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규모인 큰 박스를 잇는 걸 보고 그럴 필요성이 있느냐고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쓴웃음을 짓기도 해요”
홍 주무관은 “도내 침수 재해예방을 위해선 배수로와 저류지를 확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강조하며 올해 초 지정된 붕괴위험지구 2곳을 내년부터 지정에 들어간다고 소개한다.
울산의 건설회사에 다니다 공무원이 좋을 것 같아 2004년12월1일자로 제주시 도시과 주거환경개선사업 보상업무를 시작으로 공직에 몸을 담았다는 홍 주무관(토목직7급).
감독공무원이 회사 소장과 얘기하는 내용을 들으면서, ‘칼(제 때)출근 칼 퇴근’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고향에서 일할 수 있다는 등 기대감이 홍 주무관이 공직을 택하게 한 계기가 됐다며 쓱 웃는다.
울산대학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뒤 1급 토목기사인 홍 주무관은 재난관리과로 오기 전엔 주로 공사감독, 보상감독 업무를 해왔다.
“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 감독을 끝난 곳에서 지역주민 등이 해가 지난 뒤 침수피해가 없어져 고맙다고 전할 때 보람을 느끼죠. 건설과에 근무할 때 다른 지방 민원인이 사기당해 산 토지 보상이나, 중산간지역을 사진만 보고 샀는데 땅 위치도 모르고 사기당한 민원을 해결해 준 게 기억에 남습니다”
재해위험지구 정비 사업을 추진하며 겪는 어려운 점이나 애로사항도 적잖다
“침수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배수로나 소하천정비 사업을 할 때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지 않는 사람의 땅을 배수로에 포함시켜야 할 때 보상협의 등에 어려움을 겪을 때는 난감합니다. 어쩔 수 없이 피해를 보는 경우 해결의 타협점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죠”
또 공사를 진행하면서 지형적으로 지대가 낮아 바닷가 쪽에 배수처리가 잘 안 되는 경우, 공법을 찾기 어려울 때가 많고, 침수피해 공사를 진행할 때 먼지·소음이 생기로 도로전체 터파기할 때 현장에서 민원이 생길 때가 홍 주무관이 겪는 어려움이다.
“침수피해 예방공사는 도로나 일반 토목공사와 달리 비가 오면 물길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파악하고, 유역을 검토해야 합니다. 때문에 수리·수문학, 토질 쪽으로 전문성 개발에도 힘써야 하는 게 당연하죠”
“공무원은 권위의식 없이 시민들이 편할 수 있게 사심 없이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억지로 하는 친절이 아니라 마음속 에서 우러나오는 친절을 보이는 진정한 공무원의 자세가 아닐까요”
공무원으로서 신조를 묻자 “형평성 있는 자세를 갖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익사업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홍 주무관은 말한다.
홍 주무관은 “앞으로 셋째가 태어날 예정입니다. 서귀포보건소에 다니는 아내와 온 가족들이 건강하고 편안했으면 좋겠다”는 게 또 다른 바람이다.
“국지성 호우 때문에 앞으로 침수피해가 경우가 많이 생길 것으로 예상돼 더욱 예방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특히 농로에서 자기 밭으로 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토사측구를 메워버리던지 옹벽을 만드는 건 금물이죠. 물이 흩어지지 않아 한쪽으로 집중할 때 침수 피해를 가져온다 는 점을 명심해 주민들이 이런 건 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재해예방을 위해 도민들에게 바라는 홍 주무관의 마지막 당부이다.
<하주홍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