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약속은 민군복합항이다. 3선 가도에 성공한 민주통합당 의원들도 ‘해군기지가 아닌 민군복합항이어야 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왔다.
제주도민들의 입장도 매 한가지다. 현재 도민들이 알고 있는 사실은 “강정마을에 15만톤급 입출항이 가능한 민군복합항이 들어서고, 그걸 현실화시키기 위해 공사가 진행중이다”는 점이다.
그런데 정부와 해군측의 약속이 사실이 아니라는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국방부 대변인이 “분명 해군기지다”는 발언을 공중파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밝힌 데 이어, 어제(19일)는 우근민 제주도지사도 이 문제를 거론했다.
우근민 지사는 이날 제주도의회 일문일답식 도정질문에서 “제주도가 위촉해서 시뮬레이션에 참여한 사람들이 다녀와서 ‘15만톤 크루즈 입항이 가능합니다’라는 보고를 안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우근민 지사는 “저도 믿지 않는다”고 했다.
우근민 지사는 제주도를 책임지고 있는 수장이다. 제주도라는 거대한 함대를 이끄는 수장의 입장은 복잡할 수도 있다. 자신보다 더 거대한 함대를 이끌고 있는 이들과 맞장도 떠야 하고, 때로는 대화로 문제를 풀기로 해야 한다. 그런데 수장의 입장에서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이 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냥 지켜볼 수는 없는 일이다.
우근민 지사는 분명 “믿지 않는다”고 했다. 15만톤 시뮬레이션 결과에 대해 우근민 지사가 믿지를 못한다면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민군복합항’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가 된다.
우근민 지사의 “저도 믿지 않는다”는 발언은 제주도민들을 착잡하게 만든다. 제주도민들은 그동안 15만톤 크루즈가 자유롭게 입출항하는 민군복합항을 머릿속에 그려왔다. 우근민 지사의 한 마디에 도민들의 그같은 상상은 완전 깨져버린 것이다.
도민들이 머릿속에 그려둔 상상을 복원시키려면 우근민 지사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사실이 아니라면 뭔가 단호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근민 지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당장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는 일이다. 청문도 끝났고, 우근민 지사 스스로도 ‘믿지 않는다’면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는 일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듯하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을 숱하게 지켜보지 않았던가. 지켜보다가는 오히려 더 큰 화를 부를 수도 있다. 우근민 지사가 이걸 모를리는 없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