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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유적이 점점 사라진다” 보존 양호한 곳 극히 일부
“4.3 유적이 점점 사라진다” 보존 양호한 곳 극히 일부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2.04.02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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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기획특집] 사라지는 4.3 유적 <상> 4.3 유적 보존 체계 서둘러야
제주4.3평화재단 보고서 분석 결과 양호한 곳 조사 대상의 30% 불과

올해로 제주4.3이 일어난 지 64주년이 된다. 64년이라는 세월은 한 번의 인생이 지나가는 시간만큼의 간극이 있다. 하지만 세월을 잡을 수는 없다. 세월이 흐르면서 4.3의 기억들은 하나 둘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때문에 사라져 갈 기억을 잡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미디어제주>는 제주 도내 4.3 유적지 현황을 통해 4.3 유적의 중요성을 살피고, 보존가치를 되새기는 기회를 가지고자 한다. ·2차례에 걸쳐 4.3 특집으로 보도한다. [편집자 주]

[4.3 기획특집] 사라지는 4.3 유적 <상> 4.3 유적 보존 체계 서둘러야

4.3 유적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제주목관아 복원으로 4.3발발 도화선이 됐던 제주경찰서 옛터 등이 사라지기도 했다. 사진은 4.3 제주경찰서 옛터와 제주지방법원 옛터이다.

얼마전 반가운 결과물이 세상의 빛을 봤다. 제주4.3연구소가 펴낸 ‘4.3 유적지도. 이 지도는 64년전 당시 제주인들이 얼마나 아픈 시절을 보냈는지 일깨우게 한다. ‘4.3 유적지도를 통해 본 제주도는 섬 전체가 4.3의 아픔으로 채워줬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4.3’이라는 현재의 역사는 점차 묻히고 있다. 수많은 4.3 유적이 사라지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64년이라는 역사의 흐름은 제주도 곳곳에 새로운 개발을 낳고, 그 개발은 4.3 유적지의 훼손과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

제주4.3연구소가 ‘4.3 유적지도를 만들기 위해 제주4.3평화재단과 공동으로 발간한 보고서를 훑어보면 그 실상을 알게 된다. 

# 남아 있는 유적은 전체의 30%에 불과 

4.3 유적은 ‘4.3과 관련해 현재 남아 있는 역사적 의미와 가치가 있는 자취와 유물로 정의를 내리고 있다. 역사적 성격에 따라 잃어버린 마을, 은신처, 집단 희생터, 민간인 수용소, 비석, 후대의 기념물 등으로 분류된다.

제주 도내에 흩어진 4.3 관련 유적은 600곳을 넘는다. 이 보고서엔 산재한 4.3 유적의 절반에 가까운 264곳의 유적현황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나온 264곳은 제주시 동지역(옛 제주시) 95, 제주시 읍면지역(옛 북제주군) 115, 서귀포시 지역 54곳 등이다.

<미디어제주>가 이들 264곳의 보존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제대로 보존되고 있는 유적이 많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264곳 가운데 보존상태가 양호하거나 흔적이 있는 유적은 전체의 29.9%79곳으로 나타났다. 제주시 동지역이 33, 제주시 읍면지역 33, 서귀포 지역 13곳 등이다.

그러나 잘 보존되고 있는 유적 가운데 기념비 등을 제외하면 순수 유적지는 18곳에 불과하다. 이는 264곳의 6.9%에 지나지 않는다. 

# 현재 진행형 4.3 유적 반드시 보존해야 

왜 보존해야 하는가?’는 역사의식과 연관이 된다. 우리가 4.3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면 유적을 보존할 필요성이 없어진다. 하지만 4.3이라는 희생을 감내하며 살아온 제주인의 입장에서는 유적보존을 두고 ?’라는 의문을 달 이유가 없어진다.

역사인식의 결여가 4.3 유적을 파괴한 사례도 있다. 대표적으로 제주목관아 복원을 들 수 있다.

목관아 일대는 4.3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있던 곳이다. 4.3 발발의 도화선이 된 역사적 현장이다. 19473·1사건 때 제주지방감찰청 제1구경찰서인 제주경찰서 옛터는 목관아 복원으로 사라졌다. 1구경찰서 망루에서 경계를 서던 응원대의 발포로 6명의 주민이 희생됐고, 도민의 반발을 부르며 이후 4.3 발발의 도화선이 됐다. 수많은 도민들이 고문취조를 당하거나 구금됐던 곳이다.

목관아 복원은 제주경찰서 옛터와 함께 4.3피의자를 재판하던 제주지방법원 옛터 등을 앗아갔다.

4.3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4.3을 겪어온 이들이 있기에 그렇다. 그런데 목관아 복원으로 현재의 역사는 과거의 역사에 묻혔다.

목관아의 경우처럼 과거사를 되살리려는 행정당국의 의지로 인해 4.3 유적이 사라지는 곳이 있는가 하면, 각종 개발로 인해 4.3 유적이 사라지는 것 또한 현실이다. 도로개설로 유적이 사라지거나 저수지 매립 등으로 양민학살 희생터가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 지역별·마을별 4.3 유적 보존 장치 마련을 

4.3은 현재이면서 미래이기에 후세들을 위한 교육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후세를 대상으로 한 교육적 차원에서도 4.3의 유적을 통한 현장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려면 지역별, 마을별 4.3 유적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덧붙여야 한다.

현재 온전하게 보존되는 유적으로는 비석이나 기념물들이 많다. 그렇지 않은 유적들은 앞서 얘기했듯이 개발의 흐름에 뒤처지면서 사라지는 운명을 겪는다. 그렇다고 4.3 유적을 예전 상태로 복원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살아 있는 유적이 더 이상 파괴되지 않고, 파괴된 유적엔 4.3과 관련된 유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표석이라도 세웠으면 한다.

한 번 파괴된 유적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 파괴가 된 유적을 다시 되살리는 것 역시 몰지각한 역사인식이나 다름없다. 4.3 도화선이 됐던 곳을 살리겠다며 다시 목관아를 부술 수는 없다. 현재를 살고 있는 이들의 역사를 더 이상 파괴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4.3유적의 가치를 일깨우고, 이 유적의 보존을 통해 역사인식을 일깨우려는 행정당국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 이상 목관아 복원과 같은 행동은 없기를 바라면서.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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