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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 잘못 꿴 해군기지 … 억지공사 순응할 국민 어디있나?”
“첫 단추 잘못 꿴 해군기지 … 억지공사 순응할 국민 어디있나?”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2.03.22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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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정포구 방파제에서 만난 김갑득 할아버지, 구럼비바위 보며 한숨만

21일 강정포구 방파제에서 만난 김갑득 할아버지. 그는 "우근민 지사가 멋진 도지사가 됐으면 좋겠다"며 공사정지 명령에 한 가닥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해군참모총장이 제주를 방문한 지난 21일, 해군은 구럼비 해안 발파 작업을 시작한 뒤로 가장 많은 횟수의 발파 작업을 강행했다.

오후 4시부터 한 시간 동안 무려 14차례의 발파 작업이 진행됐다. 특히 이날은 케이슨 제작장을 만들기 위한 발파 작업이 아닌, 해안 노출암에 대한 발파 작업도 함께 이뤄졌다.

강정포구 방파제에서 이를 지켜보던 강정 주민들과 활동가들 사이에 긴 한숨과 함께 장탄식이 새어나왔다.

눈을 가늘게 뜨고 구럼비 바위가 폭파되는 모습을 지켜보던 한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인터뷰를 청하자 말을 꺼내기도 전에 방파제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공사정지 청문을 하는 동안만이라도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해군이) 보란듯이 더하는 것 같다. 처음부터 거짓말로 시작된 일이니 끝까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을 거다.”

올해로 73세인 김갑득 할아버지는 그러면서도 “우근민 지사가 멋진 도지사가 됐으면 좋겠다”며 공유수면매립 공사 정지 명령에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매일 새벽부터 사이렌이 울리고 오늘 보는 것처럼 펜스 근처에서, 바다에서 경찰하고 부딪치고…. 사람 사는 게 아니야.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주민들 80% 이상이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입장이야.”

5년 넘게 이 일에 시달리다 보니 마을 주민들이 대부분 노이로제에 걸렸다는 게 김 할아버지의 전언이다.

“3년 전에는 한 명이 약을 먹고 죽다 살아났고, 또 얼마 전에는 목 매달고 죽으려다 겨우 살아났다. 사람들이 냉정을 찾지 못하고 마음만 급해지다 보니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두렵기만 해.”

김 할아버지는 정부와 해군이 주민들을 설득하는 것을 아예 포기해버린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전임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이 설명회 때 ‘절대로 토지 강제수용은 하지 않겠다’고 주민들 앞에서 얘기한 후 한달만에 강제수용을 당했다. 결국 시세의 절반도 보상받지 못했다”며 직접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김 할아버지가 가장 안타까운 것은 마을 주민들이 마음을 다치고, 부딪치면서 심성이 변해가는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5년을 이렇게 지내다 보니 그 선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경찰만 보면 저절로 욕이 나올 지경이 됐다”는 것이다.

김 할아버지는 해군기지 입지 선정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잘못됐기 때문에 끝까지 억지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첫 단추를 잘못 꿰기 시작했기 때문에 거짓말로 끝나야 할 상황이다. 끝끝내 억지 공사를 강행한다면 순응할 국민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하면서 답답한 가슴을 치기만 했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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