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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제반 문제점에 대한 입장
[기고]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제반 문제점에 대한 입장
  • 이시우 사진작가
  • 승인 2012.03.15 1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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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이시우씨
민군복합형미항건설의 문제점

제주해군기지를 민군복합형항으로 만들었을 때 발생할 치명적인 위험이 있으므로 이에 반대한다.

무기를 탑재한 함정은 움직이는 탄약고라고 봐야 한다. 한국군은 미군과 같이 예상치 못한 탄약폭발사고에 대비하여 화재위험과 화학물질의 위험 등에 대처하도록 교범을 운용하고 있다.

모든 탄약은 폭발물의 양에 비례하여 안전거리, 일명 클리어 존(Clear Zone)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군산과 오산 미공군기지 탄약고 인근 지역의 하제마을과 황구지리 마을 주민을 이주시키고 안전거리를 확보한 것이 그 예이다.

따라서 기지에 출입하는 함정들에 대한 안전거리가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군함도 아닌 민간 크루즈 선박이 기항한 상태에서 우발적인 사고가 발생한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군사보안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이런 치명적 이유 때문에 군항을 민항과 분리하여 건설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상식인 것이다.

기지란 상대로부터 공격받을 것을 전제로 건설되어야 한다. 그런 시설에 군이 통제할 수도 없는 크루즈 선박을 기항시킨다는 것은 군의 판단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다. 또한 교전이 발생하여 급박한 후퇴가 임박했을 때는 급박한 시간안에 기지를 파괴하고 후퇴해야 한다. 전쟁의 경험에 의하면 이런 상황은 군이 통제하는 자산도 제대로 처리하기 힘든 것이 상례이다. 그런데 군이 통제하지도 못하는 민간선박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다음으로는 제주해군기지에 기항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해군 함정들 자체가 가진 위험성 때문에 민군복합항에 대해 반대한다.

미 이지스함을 비롯한 해군함정들은 4종류의 어뢰를 발사시키는 액체추진체인 오토연료Ⅱ(Otto FuelⅡ)를 사용한다. 미군교범에는 오토연료II를 “삼키거나, 흡입하거나 피부를 통하여 흡수된다면 유해하고 치명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미군 함정들은 근접방어무기인 팔랑크스에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한다. 1998년 하와이 항구에 정박중이던 미함정에서 팔랑크스의 오작동으로 주민들이 사는 시가지에 열화우라늄탄 3발이 발사된 적이 있었다.

바다 위에서 항상 소금기에 노출된 무기들은 정비불량 등으로 오작동 사고가 발생한다. 이 사건이 큰 문제가 되자 미국친우봉사회(AFSC)의 카일 카지히로(Kyle Kajihiro)는 미태평양사령부에 모든 열화우라늄탄 정보를 공개 청구한 바 있었고, 이 자료에서 태평양 미공군이 약 300만발의 열화우라늄탄을 한국과 오키나와에 보관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이 자료에는 미육군과 미해군에 관한 자료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우리는 미해군이 어느 정도의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하는지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열화우라늄탄은 제2의 변종핵무기라 불릴 정도로 핵폭발에 의한 피폭과 똑같은 피해를 일으키는 방사능무기이다. 다른 한국의 항구처럼 미군함정이 기항할 것이 명약관화한 제주에서 열화우라늄탄 오발사고가 날 가능성은 과연 제로이기 때문에 안심해도 되는 것일까?

미군의 핵잠수함 역시 문제이다.

2005년 진해해군기지에 미공격형 핵잠수함이 기항한 사진을 녹색연합이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엔 이것이 군사기밀로 논쟁되었다.

2002년 노틸러스연구소에 의해 기밀해제된 미군자료를 종합해본 결과 진해에 기항하는 공격형잠수함 4척 중 1척에는 핵탄두 토마호크 미사일이 장착돼 있음이 확인됐다. 높은 비율이 아닐 수 없다. 2005년 당시 대서양과 태평양의 핵잠수함에 약 2000개의 핵미사일을 탑재하고 있었다.

2008년 미해군은 훨씬 규모가 큰 전략핵잠수함 오하이오호를 부산에 입항시켜, 내부까지 언론에 공개했다.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은 24기의 트라이던트 미사일발사대를 갖고 있으며, 각 미사일은 8개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이들 핵무기를 장착한 미군함정들이 인천, 평택, 동해, 부산, 진해항에 수시로 기항하듯이 제주 역시 미해군의 기항지가 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2006년까지만 하더라도 해군은 제주기지가 미해군기지가 아니라 한국해군기지라는 논리로 피해나가려 했다. 미해군기지가 아니라 미군함정의 기항지가 되는 것을 지적한 것인데 말이다. 기지와 기항지는 규모 등에서 차이가 있으나 사고발생시 재앙적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는 전혀 다를 바가 없다.

10년 전만 해도 군사기밀이었던 미군의 한국항구 기항 사실은 이제 미군 스스로 언론에 적극 홍보하면서 기밀은 커녕 가십거리조차 안된다. 둔감해지게 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미군의 기만술 중에는 조금씩 병력을 파병하는 대신 처음부터 대규모 항모전단을 배치하여 그 다음부터는 웬만한 군사력 배치는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전술이 있다. 소위 대못작전이다.

전략핵잠수함인 오하이오급을 기항시켜 내부까지 언론에 공개함으로써 이젠 공격형잠수함 정도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생기지 않게 된 것은 대못작전이 성공한 결과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한다고 해서 핵잠수함에 장착된 핵탄두 미사일의 존재나 위험성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군함정이 기항하는 곳은 대부분 민항이다. 인천항과 동해항에 기항한 이지스함 등은 놀랍게도 민간선박이 정박한 부두 곁에 태연히 이들 군함이 정박해 있었다. 이는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같은 군함기항의 문제는 유사시에 공격을 받는 일이 발생하면 민과 군이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상시라 할지라도 앞서 언급한 군함들의 무기 오작동이나 불의의 사고 등으로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해군기지를 민군복합미항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은 미친 짓이거나 위험한 발상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군함은 그 자체가 거대한 탄약고이다. 이들의 폭발사고를 대비해서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는 것은 필수이다. 만에 하나 클리어 존을 확보했다고 해도 폭발물에 섞여 있을 화학물질 등의 2차 피해를 고려하면 민항과 군항은 일부러라도 분리시키는 게 상식일 것이다.

군사문제보다 경제문제를 앞세운 민간인들이 설령 그런 주장을 했다 한들 군이 이런 요구를 수용했다고 자랑할 일이 아니다. 해군이 토론에서 세계 최초로 어디에도 없는 민군복합형 미항을 만들 것이라고 자랑하는 것은 세계 최초의 어리석음과 무책임을 광고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민항에 군함을 기항시키는 것이 습관이 된 우리 군과 미 해군의 관성이 빗어낸 발상이 민군복합형 미항이다. 이는 미항이 아니라 재앙이 될 것이다.

군사기지 문제는 먹고사는 문제인 생활문제 이전에, 죽고 사는 문제인 전쟁의 문제이다. 군사기지의 사고는 단순사고가 아니라 재앙적사고의 가능성을 전제로 계획되어야 한다.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군대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면 그것은 목적이 전도된 것이다.

사이버네틱스로 표현되는 고도기술과 대량 살상화된 무기와 시설의 유기체인 군사기지는 관리 소홀 자체가 재앙적 위기로 발전할 여지를 항상 안고 있다. 발전할수록 위험해지는 역설을 안고 있는 것이다.

담배 연기에도 민감한 현대인에게 오토연료Ⅱ나 열화우라늄 가스나 핵폭발의 위험은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국가안보와 더불어 민간안보가 강조되는 것은, 적과 싸우기도 전에 민간이 위협받는 군사기지의 현실 때문이다.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

민군복합항 뿐 아니라 순수 군항을 건설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리는 반대한다.

그것은 지정학적 이유 때문이다. 1969년 8월 17일 박정희대통령은 미 유에스뉴스앤드 월드 리포트지와의 회견에서 제주도를 미국의 핵기지로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오키나와에 배치된 핵미사일을 철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주는커녕 오키나와 정도의 먼 거리만로도 중국이 전쟁을 결심할 정도의 위협이 된다는 것은 이미 한국전쟁을 통해 얻어진 경험이었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은 맥아더장군에게 대만해협 봉쇄를 위해 제7함대 배치를 명령했다. 이 명령으로 미국은 타이완을 건져 올린 대신 중국대륙을 “잃었다.”

결국 한국전쟁은 미국과 중공의 싸움을 피해갈 수 없었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7함대가 배치된 곳은 대만과 중국사 이의 중간바다 정도쯤으로 인식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7함대가 출동한 곳은 일본의 사세보항이었다. 사세보항에 7함대가 배치된 것만으로도 중국은 미국과의 전쟁을 결심했던 것이다.

미중관계에 긴장이 발생할 경우 제주에 기항한 미군 함정을 중국이 어떻게 바라볼지는 한국전쟁을 통해 이미 증명된 셈인 것이다. 제주해군기지가 미군의 미사일방어체계에 편입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우리에겐 그저 가능성의 문제일 수 있지만, 중국이 느끼기엔 현실성에 더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는 것도 어려운 상상만은 아닐 것이다.

대양해군론의 문제

대양해군론은 이미 동맹인 미국조차 폐기한 전략이다. 전형적인 대양해군론은 냉전시기 대양에서 소련해군함정과 교전하거나 대륙을 향해 공격을 할 경우를 상정, 핵무기를 중심으로 운용되던 전략이었다.

그러나 미 해군은 걸프전 당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음을 깨달아야 했다. 그래서 대양해군정책을 폐기하고 국지전에 투입돼 역할을 할 수 있는 체계로 정책을 바꾸었다.

전략 핵잠수함의 핵탄두 발사대는 연안작전에 투입되기 위해 특수부대침투용 설비로 개조되었다. 미군정책은 해양에서 연안으로 바뀐 것이다.

해군은 대양해군론과 더불어 균형자론을 언급하여 왔다. 대양해군 건설을 통해 동북아 세력 균형을 주도할 균형자가 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같은 세력균형론은 세력균형에 대한 역사나 이론에 대한 오해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역사적으로 균형자의 자격은 한국이나 벨기에 터키같이 강대국에 끼인 나라에게 주어지는게 아니라 영국, 독일, 미국 같은 강대국에게 돌아간다. 한국이 이들 정도의 강대국이 되고, 분쟁의 중심에 휘말려 있지 말아야 하는 조건을 필요로 한다. 균형자론은 우리에게 적합한 정책이 아닌 것이다. 균형자의 자격 요건을 갖추고 있지 못한 나라가 의지만으로 균형자가 되고자 할 때 세력균형을 깨는 불균형자가 되고 만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방어중심의 연안해군을 공격중심의 대양해군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기동타격대와 작전기지가 필요하다는 것이 제주해군기지의 필요성이라면 이는 미해군의 정책과 불일치란 문제를 떠나서 재고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세력불균형을 초래할 위험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해군은 이어도 등에서의 영토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중국이 작년 7월 이어도를 정기순찰 대상해역으로 포함시킨다는 발표가 불을 붙였다. 영토주권 수호는 국가로서는 당연히 대비할 일이다.

그러나 목적을 수행하는 수단이 잘못됐다. 중국이 파견한 것은 군함이 아니라 순시선이다. 중국의 경찰행동을 한국이 군사행동으로 대응하면 중국도 당연히 군사행동으로 수위를 높일 것이다. 이것은 이어도가 분쟁대상이 되기를 바라는 중국의 의도에 정확히 부합하는 일이다. 이어도 사수를 위해 필요한 것은 중국과 같은 수준의 경찰행동이어야 한다.

독도에서의 절제된 대응은 이미 국민적 공감대를 얻은 정책이다. 그런데 왜 이어도에 대한 정책은 차이가 나야 하는지 설득되지 않는다. 해군기지가 있는 진해와 부산 어디라도 이어도는 중국이나 일본보다 가깝다. 이미 유리한 조건에 있는데도 무리해서 제주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보고 중국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이어도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현실화 되어가는 것을 보고 나온 뒤란 점을 주목해야 한다. 원인 제공자가 한국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억측일까? 중국 위협을 가상하여 벌인 제주해군기지건설이 실제 중국을 자극한 것이다. 한때 유행했던 외교용어로 한국은 자기실현적 예측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중국위협론의 문제

해군은 강정해군기지 건설의 이유로 남방해역 해양수송로 보호를 들고 있다. 20년 전부터 ‘중국 위협론’이 대두했지만 중국이 해양수송로를 위협한 사례는 없다.

1400년경 명 영락제는 정화를 시켜 아프리카까지의 항로를 개척했다. 이는 엔리케 왕자나 콜럼부스보다 수십년 앞선 성과였다. 그러나 중국은 서양을 압도할 수 있었던 이 기회를 포기했다. 서양은 중국에서 얻을 보물이 있었지만 중국은 서양에서 얻을 보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영토주의와 자본주의 중 팽창과 제국을 지향한 것은 자본주의였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영토주의 국가였다. 서양자본주의 국가처럼 팽창과 침략을 국익의 중심으로 채택하진 않았다. 말라카해협 등에서 해양수송로를 위협한 것은 가까운 중국이 아니라 멀리 있던 네덜란드 포르투갈 같은 자본주의 국가였다.

현재도 해양수송로에 긴장이 발생할 경우 더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대외경제의존도를 높이고 있는 중국일 것이다. 오히려 중국의 해양수송로 사용은 미국의 보호 또는 위협 하에 있다. 중국은 해양을 대신하여 이미 카자흐스탄 등의 유전을 매입하여 파이프라인을 건설하였다.

말라카해협의 해적활동도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고 설령 봉쇄된다 해도 여러 우회로가 있다. 이란과 같이 미국 등이 압박할 때에 중국은 해양수송로 차단을 고려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남방해양로는 이란의 페르시아만처럼 해로 차단의 효과가 없다. 태평양으로 조금 돌아가는 불편을 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 이전에 강정마을주민들의 가슴은 이미 갈갈이 찢겨지고 말았다. 구럼비 바위의 붕괴로 안보의 근간이어야 할 국민의 신뢰가 붕괴되었다. 세계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신뢰도 붕괴되었다. 그 폐허의 자리에 세우는 군사기지가 과연 아름다운 미항이 될 것인가? 

<이시우.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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