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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구현사제단 “구럼비 폭파, 잔인하고 살벌한 광기에 몸서리”
정의구현사제단 “구럼비 폭파, 잔인하고 살벌한 광기에 몸서리”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2.03.13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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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전종훈 신부가 12일 강정포구 서쪽 방파제에서 미사를 봉헌한 뒤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전종훈 신부, 이하 사제단)이 12일 강정포구에서 미사를 마친 뒤 정부와 해군의 해군기지 공사 강행에 대해 강력한 어조로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올바름에 이르는 길을 무너뜨렸으니’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사제단은 지난 3월 7일부터 구럼비 바위가 폭파되고 있는 데 대해 “강정마을은 지금 아수라장이다. 타락의 극치를 본다. 소름이 돋는다. 잔인하고 살벌한 광기에 그만 몸서리친다”고 광기 어린 공사 강행을 비판했다.

사제단은 이어 “지금 이 나라는 4대강 사업으로 생명이 젖줄을 만신창이로 짓이겨놓고도 좋다는 나라요, 국가경제를 거덜낼 불평등 통상조약을 날치기로 가결시키고도 잘 됐다며 으스대는 나라”라며 “우리가 꿈꾸던 대한민국은 사라졌고 전혀 알지 못하는 대한민국을 향하여 달려가는 중”이라고 성토했다.

“겉으로는 개발과 안보를 내세우지만 속내는 돈”이라며 정부의 노골적인 본색을 들춰내기도 했다.

2003년 새만금 갯벌, 2006년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2009년 용산 재개발구역, 2010년 4대강 사업 등 하나같이 자연유산을 망치고 사람을 해치는 저 무서운 사업의 근본 동기는 결국 재물이라는 것이다.

사제단은 “우리 처지는 바오로 사도의 탄식 그대로”라며 ‘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세상의 형체가 사라지고 있습니다.’(코린토 1서 7,31)라는 성경 구절과 예언자 요나의 ‘사십일이 지나면 니네베는 무너진다.’(요나 3,4)라고 한 절규가 동시에 메아리친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지난 5년 동안 강정주민들이 나서고 뜻있는 활동가들이 합세하고, 급기야 작년부터 천주교회의 지체들이 바다를 건너 이곳까지 달려온 것은 바로 이같은 요나와 바오로의 호소를 전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이어 사제단은 “그러나 정부는 가던 대로 가야겠다며 고집을 부린다. 하느님이 만드신 ‘믿음의 바위 구럼비’ 온 몸에 구멍을 내고 폭약을 터뜨리고 있다”며 ‘정말 몹쓸 짓’이라고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구럼비 바위를 ‘태초부터 하느님과 사람이 만나던 신인상봉의 만년 묵은 반석’에 비유하면서 “이 바위를 때려 부수고 나면 우리는 도대체 어디서 올바름에 이르는 길을 걸을 수 있단 말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또 사제단은 12일부터 열리는 주교회의 춘계정기총회에서 “2010년에 4대강 사업에 대한 명확한 가르침을 제시함으로써 거짓에 시달리던 민심에 숨통을 틔워주었듯이 다시 한번 신앙인의 나아갈 바가 무엇인지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강정포구 서쪽 방파제에서 집전한 12일 오후 미사에는 많은 수녀들과 천주교 신자들이 함께 했다.

미사와 성명서 발표가 끝난 뒤 전종훈 신부는 <미디어제주>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부터 현장의 아픔을 직접 느끼고 체험하는 것을 통해 실질적으로 해야 할 일을 찾고 아파하는 생명체와 함께 기도해야 하겠다는 ‘시대적 소명’으로 강정마을을 찾았다”고 밝혔다.

전종훈 신부는 이어 올해 첫 월요 순례를 강정마을로 온 데 대해서도 “구럼비 뿐만 아니라 밀양, 삼척, 쌍용자동차 등 전국 곳곳의 노동 현장과 개발 현장이 모두 성한 곳이 없이 앓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4대강과 재능교육 등 장기파업 노동자들도 만나러 갈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사제단은 4.3 추념일 하루 전날인 다음달 2일에도 해군기지 건설로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구럼비를 다시 순례할 예정이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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