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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정마을에 머물고 있는 지구의 ‘평화 지킴이’ 엔지 젤터
<인터뷰> 강정마을에 머물고 있는 지구의 ‘평화 지킴이’ 엔지 젤터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2.03.12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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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폭력을 낳을 뿐 … ‘전쟁 문화’를 ‘평화 문화’로 바꿔야”

12일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만난 영국의 평화운동가 엔지 젤터. 그녀는 지난달 24일 국제평화대회 참석차 제주에 왔다가 지금까지 강정마을에 머물고 있다.

“폭력은 또다른 폭력을 낳을 뿐입니다. 수천년 이어져온 ‘전쟁 문화’를 ‘평화 문화’로 바꿔야 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바로 이곳 강정마을이 그 전선입니다”

구럼비 발파 작업이 며칠째 이어지면서 제주 해군기지 문제에 전국민적인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노벨평화상 후보인 영국의 평화운동가 엔지 젤터(61)가 강정마을에 상주하면서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세계적인 이슈로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12일 오후,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동영상 인터뷰 중인 엔지 젤터를 만났다.

엔지 젤터는 지난 8일 공사장 안으로 들어갔다가 시공업체 인부들로 보이는 사람에게 발로 가슴을 걷어차이는 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 사진=강정마을 카페

젤터는 지난 8일 해군기지 공사장 펜스를 뚫고 공사장 안으로 들어갔다가 심하게 폭행을 당했던 상황에 대해서도 생생하게 증언했다.

“펜스가 뚫리고 제가 거의 선두에서 공사장 안으로 들어갔어요. 하지만 들어가자마자 시공업체 인부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붙잡혔고, 쓰러져 있는데 가슴을 두차례 발로 걷어차인 거죠”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한 여성 활동가는 자신이 제지하지 않았더라면 더 심한 폭행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자신을 폭행한 이들이 시공업체 인부로 보인다고 한 이유는 복장과 신발 때문이다. 젤터는 “분명히 군화를 신은 사람들은 아니었고, 작업용 신발을 신은 발에 걷어차인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팔레스타인에 있을 때는 심지어 실탄을 사용하는 상황도 겪었다”며 만만치 않는 내공이 쌓여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녀가 제주까지 와서 해군기지 공사 저지에 앞장서고 있는 이유는 뭘까.

젤터는 “지구가 죽어가고 있다. 지구가 죽어가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군대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구가 위기를 겪고 있는 기후 변화에 군대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기간 동안 가스와 석유, 우라늄, 중금속 등이 군에 의해서 채취, 개발돼 왔다. 더구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도 주요 보유국들이 핵확산금지조약을 준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에요.”

젤터는 지난달 24일 제주4.3평화기념관에서 열린 제주국제평화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에 왔다가 아직까지 강정마을에 머물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도 카약을 타고 구럼비 해안에 들어갔다가 경찰에 붙잡혔던 젤터는 벌써 두차례나 경찰서 유치장 신세를 졌다.

하지만 강정마을에서의 활약은 그녀의 화려한(?) 경력의 일부분일 뿐이다. 1980년대 이후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핵, 반전, 환경운동에 참여하면서 체포된 횟수만도 무려 100회를 넘는다고 한다.

지난 1999년 다른 여성활동가 2명과 스코틀랜드에 있는 핵잠수함에 잠입, 컴퓨터 장비를 밖으로 던져버렸던 사건으로 톡톡히 유명세를 치른 바 있다.

젤터는 이 사건으로 법정에도 섰지만, 법원은 그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더 큰 해악을 막기 위해 한 행동으로 보고 죄를 묻지 않은 것이다.

인터뷰 말미에 그녀는 세계 곳곳에서 평화운동을 벌일 때마다 꼭 걸쳤다는 망토를 펼쳐보였다.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것은 ‘무력’이 아니라 맨 몸으로 저항하는 것이라는걸 온 몸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엔지 젤터가 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걸쳤다는 푸른 지구가 그려진 망토를 펼쳐보이고 있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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