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1:14 (금)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복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복지
  • 이옥태
  • 승인 2012.02.28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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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옥태

복지국가는 거스를 수도 없고 그 중요성과 역할을 부인할 수 없는 시대적 필연이 되어 버렸습니다.

점진적이든 급진적이든 너나 할 것 없이 OECD 위상에 걸맞는, OECD 평균에 접근할 수 있는 복지 확대에 국가가 더 큰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의견에는 분분함이 없어 보입니다.

마침 선거를 한달 여 앞둔 이 시점, 우리나라 보수․진보 진영의 복지 확대 경쟁을 펼치는 모습을 보도하는 미디어를 접하노라면 도무지 제동 장치가 보이질 않습니다.

국내 유명대학교에서 사회복지를 가르치는 한 교수는 “우리 정치권처럼 보수와 진보가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복지확대를 외치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라며 상호 견제가 전무한 현 상황을 우려하고 있기도 합니다.

최근의 상황을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무상복지 시리즈의 한축을 이루는 무상 보육과 관련한 근자의 행태는 한편의 블랙 코미디를 연상케 합니다.

다음달부터 수많은 논란과 정부의 번복을 뒤로 한 채 무상보육 드라마 1탄이 개봉됩니다. 소득에 관계없이 0~2세 아동에 대한 무상보육이 전면적으로 시행된다는 사실은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들의 핫이슈입니다.

이달 들어 20만3000명(20일 현재)이 무상보육을 신청, 작년 어린이집 이용자 16만명을 훨씬 넘어섰다고 합니다. 이런 추세라면 월말까지는 30만~34만 명에 이를 전망이라고 합니다. 전업주부, 부잣집 등 자체 보육 여력이 충분한 가정에서도 “가만 있으면 나만 손해”라며 몰려드니 신청이 폭발한 것이죠. 공짜를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한편 브라질의 룰라 전대통령은 “왜 부자를 도우면 투자라고 하고, 가난한 사람을 도우면 비용이라고 하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복지공약을 무조건 퍼주기라고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는 것입니다. 실제 우리나라의 복지 지출은 더 늘릴 여지에 대한 의견에서는 보수․진보 진영 모두가 동감하고 있습니다.

세계은행 등의 통계를 보면 경제와 복지는 양립 가능할 뿐만 아니라 상관 관계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1999~2007년 사이 미국․일본․독일․한국 등 7개국의 사회․경제지표를 살펴보니 복지 지출과 경제적 성과가 비슷한 궤적을 그렸다는 사실이 이 주장의 주요 논거인 듯 싶습니다.

여하튼 보수든 진보 할 것 없이 올해 총선과 대선용으로 내세웠지만, 우리 복지 수준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GDP의 20% 정도로는 올려야 한다는 데 이의는 없어 보입니다.

다만,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는 0~5세 아동에 대한 보육료 전액지원 등 양 진영이 내놓은 복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연 55조원의 재원 문제와 이를 고려하지 않는 시행 시기의 문제, 중립적인 복지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빈곤노인과 고교 무상교육을 배제한 우선 순위의 문제, 건전하게 운영되는 시장을 통한 분배라는 경제 정의 문제와 조세 정의의 문제는 의견이 극명하게 나누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중요하게 다루어야 될 문제에 대한 고민은 논외인 것 같습니다. 물량 공세에 빠져서인지 효율과 품질의 문제를 너무 쉽게 간과하고 있습니다. 수요자의 상황에 맞추어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맞춤형 복지’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무슨 정책이든 맞춤형으로 하면 손이 많이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대규모의 인력 확충과 행정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지출도 복지비용의 일부임을 간과하는 것 같습니다.

복지는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사람답게 살 권리이고,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현대사회에 들어와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유용한 정책이며, 국가적인 측면에서는 미래의 성장 동력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완벽하게 만들었다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최고의 복지정책이라 할지라도 결국 이를 결실 맺게 하는 이는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사람에 의해 시행되고 사람을 위해 시행하는 사람의 문제이자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우리사회를 암울하게 하고 마음 아프게 하는 대표적인 이슈가 10대들의 폭력문제입니다.

지금 십대들이 보여주는 문제들은 자라는 동안 부모가, 사회가 유예시켜 뒀던 지불금을 이제야 복리 이자가 붙은 채 내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람을 키우는데 공짜는 없습니다.

우리 사회는 필자의 주변만 살펴보더라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낼 것만 같은 복지 시스템이 생애주기별로 비교적 양호하게 갖추어져 있습니다. 서두에서 언급한 0~5세아 무상보육을 고스란히 누리게 도와줄 보육시설, 문제아동에 대한 치료기관, 방치아동에 대한 아동복지시설 등.

교육심리 연구가들은 생애 만 2년은 부모 양육에 의해 아이의 인간에 대한 신뢰감, 우주애가 싹튼다고 합니다. 부모가 시간을 들이는 만큼 자녀가 바르게 자란다고 합니다.

“부모의 눈이 없는 곳에서 아이들이 보내는 많은 시간”은 문제를 키우는 시간입니다.

이를 종합하여 역설적으로 표현하면 복지가 사람답게 살 권리를 침해하고, 사회안전망을 조금씩 갉아내어 틈을 내며, 미래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복지의 양적인 팽창만을 약속하며 정권을 창출한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20년, 30년 후를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고 건전한 정의를 기본원칙으로 삼아 신중하게 논의하고 결정해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복지국가 설계 도면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이옥태>

 

* 이 글은 미디어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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