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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도지사의 지나친 요구 - 잃어버린 5년, 강정의 평화
대통령과 도지사의 지나친 요구 - 잃어버린 5년, 강정의 평화
  • 현문권 신부
  • 승인 2012.02.2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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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문권 신부 특별기고] "도지사의 해군기지 문제 걸림돌은 외부세력인가?"

현문권 신부
# 대통령과 도지사의 연설

지난 22일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4주년 기념연설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에 대해 “국가미래와 경제발전·안보를 위해 올바른 결정이었다”면서 민주통합당의 ‘말 바꾸기’ 행태를 정면 비판했다. 물론 이 연설에 대해 국민들은 대통령 친인척 비리사건과 청와대 직원들의 비리사건에 대한 사과를 기대한 것과는 달리 국민에 대한 공격적인 연설이었다며 부정적인 시각이었지만, 이 연설로 인해 제주해군기지 건설문제는 다시 전국적인 이슈가 되었으며, 건설 강행이 예상되면서 공안정국이 다시금 형성되리라는 우려를 낳았다.

왜냐하면 대통령의 회견에 이어 총리실 주최 비공개 회의가 있었으며 이를 통해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정부의 강경한 태도가 실력 행사로 드러날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특히 총리실 비공개 회의에 다녀온 우근민 제주도지사도 24일 기자회견에서는 제주해군기지에 대하여 ‘협조’와 ‘민항 기능 확보’ ‘무분별한 논란 중단’ 등 세 가지를 언급하였다.

문제는 정권 초기부터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정권의 모든 것을 부정하면서도 유독 FTA와 제주해군기지 건설에서 만큼은 전임 정권에서 이뤄진 올바른 결정이라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에서 이뤄진 것이라 할지라도 한미 FTA와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그 시작과 함께 문제점을 내포한 정책인 것은 사실이다. 이명박 정권이 전임 정권에게 자신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을 보면, 마치 우근민 도지사가 전임 김태환 도지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과 같은 꼴이다.

# 도지사의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도민협조 요청?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는 지난 22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이중협약서’체결에 관여했거나, 절대보전지역 관리를 맡은 도청 3개 부서에 경고처분 요구를 했다. 지난해 제주도의회의 의뢰를 받아 민군복합항 건설 전반에 대해 조사를 벌인 제주도감사위원회는 업무처리를 소홀히 한 2개 분야에 대해 시정(수자원본부)과 권고(민군복합형관광미항추진단, 항만개발과) 조치를, 3개 부서에는 경고처분을 각각 요구했다고 22일 밝혔다.

신분상 조치인 경고처분 요구를 받은 부서는 민군복합형관광미항추진단, 도시계획과, 항만개발과 3곳이다. 경고처분을 받은 3개 부서는 명칭이 다른 기본협약서 체결, 민군복합항의 기능과 성격을 구체화하려는 노력 부족, 절대보전지역 관리 소홀 책임을 물었다.

뿐만 아니라 2007년 해군기지 건설의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여론조사에 대하여 ‘여론조사 비용 1억원 편법 운영과 검수절차가 생략된 결과 발표’, ‘지방자치학회와 한국갤럽의 표본추출 대상 불일치 및 조작 의혹’ 등과 관련해 제주도의회 행정사무조사, 감사위원회 감사 요청으로 이어져 감사위원회는 조사를 통해 절차상 위법·부당하게 이뤄진 점에 대해 공무원 4명 문책 처분을 요구했으나, 김태환 전 도지사는 여론조사 잘못은 업무처리 과정상 문제일 뿐 정책 결정은 유효하다고 일축한 바 있다.

제주도민이면 누구나 해군기지건설 강행의 시작이 절차적으로 매우 부당하고 잘못된 것임을 알고 있다. 또한 당시 제주도의회에서는 한나라당이 주축이 되어 의회폭력을 통하여, 제주도정은 김태환식 밀어붙이기식 행정행위를 통하여 강정주민들의 의견은 무시된 채 시작된 사건임을 기억하고 있다. 특히 정부(국방부)와 지방정부간의 협약도 이중으로 작성하여 도민을 기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도민 협조만을 당부한다. 마치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사업에서 사업 주체가 정확히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무분별하게 대통령과 전국민들까지 끌어들이며 협조만을 부탁하는 모습과 같다. 도민들과 국민들이 왜 협조를 하지 않는지 먼저 성찰하고 해결방안을 노력할 때 국민과 도민들은 자연스럽게 도정에 협조할 것이다.

# 도지사의 윈윈해법은 해군기지가 ‘민항기능을 확보’하는 데 있다?

우근민 도지사는 선거에서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강정해군기지 건설 문제에 대한 윈윈 해법이 있음을 공공연하게 말했다. 도지사가 된 후에 그 해법이라는 것이 해군기지 건설은 기정사실이고 이에 대해 떨어지는 떡고물을 먹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제주도에 대한 지원 약속은 실제로 전무하다. 또한 도지사의 해법 중의 하나는 15만톤 크루즈 접안이 가능하도록 해 민항으로도 사용하도록 하는 데 있지만, 국방부와 정부는 꼼수를 부리며 이 또한 수용하지 않을 태세이다. 제주도정이 설계가 잘못됐다고 주장해도, 대통령 연설 이후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과연 안보문제에 있어서 해군기지 건설은 통 크게 타협할 수 없는 문제인가?

2009년 3월 31일 정부는 세종로 중앙청사에서 민관합동 행정협의조정위원회 본회의에서 제2롯데월드 건축을 허용키로 최종 확정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향후 체결될 예정인 공군본부-롯데물산간 합의서 이행을 조건으로 제2롯데월드 초고층(112층, 555m) 신축을 허가할 수 있게 됐다. 공군과 롯데측은 이에 앞서 서울공항 동편활주로 방향 3도 변경과 이에 따른 장비·시설물 보완, 서울공항에 배치된 경공격기 KA-1대대의 원주 이전에 대해서도 사실상 합의를 봤다.

안보 문제지만 대기업이 빌딩 건설을 하면 전투기 이착륙에 중대한 위험에 노출됨에도 불구하고 공군활주로 방향도 변경할 수 있는 것이 대한민국 국방부다. 물론 대한민국 국민의 요청이 대기업의 요청만 못한다 싶지만(?), 화순 해경부두를 기항지로 사용하자는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강정을 세계평화를 위한 공간으로 발전시키자는 의견도 있다.

김황식 총리의 표현대로 해군기지에 15만톤 크루즈 선박 접안이 과도한 시설이라면, 민군복합항이라는 정부의 도민 설득도 잘못된 것이고, 우근민 도지사의 입장도 난처하게 된다. 하긴 불과 13㎞ 떨어진 화순항에는 7000억 해경부두가, 강정에는 1조 해군기지가 있게 되니, 좁은 제주도에 총리가 지적한 대로 과도한 시설임에는 사실이다.

# 도지사의 해군기지 문제의 걸림돌은 외부세력인가?

지난 5년 동안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로 마을주민과 평화운동가, 수녀, 신부, 대학생, 기자 등 197명을 연행, 체포하는 등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과 인권침해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들에게 부과된 벌금이 무려 6억원에 달한다. 특히 KBS 추적60분을 통해서는 아흔을 넘긴 할머니를 비롯해 시위에는 단 한 번도 참여하지 않은 시민을 포함해 많은 마을 주민들이 법원 출두 통지서를 받고 법정에 서야 하는 상황이 알려지기도 했다. 보통 소시민들의 위기의식과 공포는 이미 하나의 폭력으로 작용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강동균 마을회장 뿐 아니라 주민들, 평화운동가들이 구속됐는가 하면, 지난 24일 법원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문정현 신부(72)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이와 함께 공무집행방해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영찬(61), 이강서 신부(50)와 박도현 수사(50)에 대해서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경범죄처벌법 등의 혐의로 기소된 8명의 신부들에게는 벌금 10만원을 선고했다.

도지사는 해군기지 건설 문제의 해법으로 ‘당사자 해결의 원칙'을 주장한다. 그럼 당사자는 누구인가? 해군기지 건설문제는 당시 정부와 해군, 김태환 전 도지사와 제주도청, 제주도의회 다수당이었던 한나라당이 교묘하게 당사자인 마을 주민들을 처음부터 배제시키면서 시작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당사자 해결의 원칙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백번 양보하고 당사자 해결의 원칙을 이야기하지만 제주도정과 도지사는 당사자를 만나려고 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들을 체포, 구속, 벌금형 등으로 압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누가 당사자이고, 그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는지 도지사에게 되묻고 싶다.

또한 도지사는 외부세력들로 인해 무분별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외부세력은 누구인가? 도지사에게 오마이뉴스 김동현 칼럼 “그래, 나는 외부세력이다”를 읽어보실 것을 강추한다. 칼럼에서는 다음과 같이 강변한다.

“국가폭력과 제왕적 도지사로부터 힘든 생활을 하는 강정주민들에게 문제는 ‘외부세력’이다. 자신의 오류를 결코 인정하지 않는 ‘자본-국가’ 그들이 바로 외부세력이다. 공권력이라는 무시무시한 물리력 앞에서 ‘연대’의 힘으로 뭉쳐 있는 시민들을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외부세력’이다.”

# 너 강정아, 너는 한국에서도 가장 보잘 것 없지만, 너에게서 평화가 탄생하리라!

강정마을에 갈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누가 순박한 마을주민들을 범죄자로 만들고, 투사로 만들고 있는가? 누가 꽃을 가꾸는 마을 주민들에게 깃발을 들게 만들었을까? 누가 일터로 나가는 주민들의 발길을 200㎞ 제주도보순례로 향하게 했을까? 누가 이들을 종북좌파세력으로 매도하고 있는가? 누가 이들을 평화를 호소하며 전국으로, 일본으로, 미국으로 갈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을까? 왜 많은 사람들이 강정을 찾아오고 있을까? 왜 강정에 오지 않으면 미안한 마음이 들게 될까?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는 한 마을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민감한 문제이며, 국가적으로도 민감한 문제일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미국 패권주의와 관련된 국제적인 분쟁과 관련되어 있고, 안보제일주의 대한민국의 정체성 변화의 문제와 관련돼 있고, 개발과 보전이라는 지역적인 문제와도 관련돼 있는 문제이기에 대통령과 우근민 도지사는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는 혜안이 필요하다. 대한민국과 세계를 향해 강정은 매우 작은 마을이지만 이곳에서부터 세계를 향한 평화의 깃발이 시작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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