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7월의 마지막 주말이었습니다. 구럼비 바위를 아이들과 함께 맨발로 걸었던 그 날을 잊지 못합니다.
할망물 식당에서 식판에 밥을 담아 구럼비 바위에 앉아 함께 식사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배를 두드리며 바다를 바라보며 얘기를 나눴던 그날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맨발로 느껴지던 따뜻한 그 감촉을 다시 느끼고 싶었습니다. 18일 7차 평화버스를 타고 강정마을 취재를 갔다가 결국 무모한 도전을 감행했습니다. 강정포구에 도착하자마자 ‘카약 택시’를 탔습니다.
경범죄 스티커가 발부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있었지만, 공짜로 카약 택시를 타고 구럼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어느 분의 얘기에 이미 제 마음은 기울어진 상태였습니다.
바닷물에 젖을까봐 노트북 컴퓨터는 다른 분에게 맡기고, 휴대전화와 카메라는 지퍼락과 비닐봉지로 꽁꽁 싸맸습니다. 물론 구명조끼도 입었구요.
다른 활동가 분의 도움을 받아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파도와 조류 때문에 쉽게 앞으로 나가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카약 노젓기의 고수인 활동가 분의 도움으로 열심히 민폐를 끼쳐가며 노를 저은 덕분에 드디어 무사히 구럼비 바닷가에 도착했습니다.
숨이 턱 막힐 정도로 황홀했습니다. 눈 부신 바다, 여전히 부드러운 곡선 굴곡의 커다란 구럼비 바위는 그대로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강정천 운동장에서 시작된 본행사 취재를 위해 구럼비에서 나온 뒤 30분 가량 지났을까. 구럼비에 있던 문규현 신부님과 고권일 반대대책위 위원장, 활동가 분들까지 14명이 연행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선심 쓰듯이 저를 공사장 입구까지 태워다준게 다 이유가 있었더군요.
경찰은 ‘집시법 위반’이라며 이 분들을 체포했습니다. 하지만 집회도 시위도 할 의사가 없었던 이들을 잡아가둔 이유는 결국 설치된 무대를 안전하게(?) 철거하기 위한 ‘꼼수’였습니다.
설치된 무대를 철거한 것조차도 ‘불법 철거’ 논란이 있습니다. 그 무대는 공유수면지역 내에 설치된 사유재산인 셈인데, 서귀포시 등 행정기관에서 발부된 철거 계고장 등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최근 국무총리실 기술검증위원회가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설계 오류를 명백히 인정했습니다. 지금 설계대로라면 ‘민항’ 기능은 전혀 할 수 없고 대한민국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함정들조차 자체동력으로 자유로운 입출항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공사를 강행하려는 해군과 공사 업체들의 불법 행위는 묵인되고, 수백명에 달하는 강정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인권이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는 걸 다시 확인한 하루였습니다.
정치권과 국무총리실이 미적거리는 사이에 조금씩 중덕 바닷가는 돌이키기 힘든 길로 가고 있습니다. 공유수면매립면허 취소 권한 등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국방부와 해군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우근민 지사의 결단이 필요한 때입니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