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적으로 학교 폭력 문제가 대두되자 경찰이 눈에 불을 켜고 있다. 그러나 경찰의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지난 4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등에 ‘학교폭력 근절 범도민 대책회의(안)’을 발송, 제주지방경찰청장 주재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를 열 계획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경찰이 주도하려는 이번 대책회의는 제주도교육청 차원에서 꾸려지고 있는 학교 폭력 문제를 뛰어넘는 것이어서 교육계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도교육청이 추진하는 학교 폭력 문제를 제쳐두고, 경찰이 직접 나서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경찰은 ‘범도민’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육청의 수장인 지사와 교육감, 일선 학교 교장, 학부모 등을 대책 회의에 불러들일 계획이다.
심지어는 이번 범도민 대책 회의에 학교 폭력의 온상지로 지목되고 있는 초등학교 학생 2명을 비롯해 10명의 학생도 동원시킬 계획이다.
경찰의 이번 행위는 ‘학교 폭력’을 단순한 교육적 차원이 아닌 ‘범죄적’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처럼 제주경찰이 학교폭력에 대해 발빠르게 대응하는 건 대통령의 신년사 등에서 학교 폭력에 대해 방침을 세우라고 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주경찰이 ‘범도민 대책 회의’를 주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경찰의 접근 방식은 학생들을 바라보는 눈이 ‘교육적’ 시각이 아닌 ‘범죄적’ 시각으로 보기 때문이다. 즉 학생들을 ‘잠재적 범죄 대상자’로 보는데 문제가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에서는 이번 회의에 부교육감이 참석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제주경찰이 이처럼 지사와 교육감을 불러놓고 대책 회의를 여는 것과 달리 서울시는 기관장 간담회를 갖고 시와 경찰이 학교폭력 협의회를 꾸리기로 했다.
한편 제주경찰은 지방청장의 일정을 이유로 당초 13일 계획된 학교폭력 근절 범도민 대책회의를 오는 17일 강행할 계획이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