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우리의 주장> 노숙자 비하발언, 마인드의 문제이다
<우리의 주장> 노숙자 비하발언, 마인드의 문제이다
  • 미디어제주
  • 승인 2005.03.17 09: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도 보건복지여성국장이 제주시 탑동광장에서 무료급식을 받는 사람들을 빗대어 “거지근성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단체로부터 사퇴압력을 받고 있다.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업무브리핑 과정에서 행한 발언이다.

본인은 뒤늦게 기자실을 다시 찾아 ‘말 실수’라며 사과의사를 표명했다. 제주에는 노숙자가 단 한명도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다 표현상 실수를 범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고위공직자, 그것도 사회복지행정 분야를 총괄하는 보건복지여성국장의 위치를 감안할 때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총괄 책임자의 마인드가 이 정도인데, 제주도의 복지행정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자괴감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아도 지난 1월 저소득층 자녀의 점심도시락이 부실하게 지급되고 있는 사실이 밝혀져 전국적으로 문제가 됐었는데, 사회복지를 담당하는 국장의 이런 발언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혹, 점심도시락과 우유를 지급받는 저소득층 자녀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더구나 탑동에서 급식을 받는 수혜자들을 한데 묶어 ‘거지근성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정도이면, 일반 사회복지시설 수용자에 대한 그의 시각은 어떠할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지금 제주사회는 수년간 계속된 경기침체로 인해 서민생활이 정말 어려움에 빠져있다. 실직자들도 크게 늘어나고,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소외된 이들도 많다. 노숙자와 빈곤은 개인의 차원을 떠난 중요한 사회적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도 정책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도청 국장이 "구세군에서 그들에게 밥을 먹여주고 있는데 밥을 줘서는 안된다" "설령 제주에 노숙자가 있다면 그들을 부랑인 보호소로 보내버리면 된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은 말 실수 차원이 아니라 그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이번 일이 어떻게 매듭될지는 모르나, 제주도 당국은 어물쩍 넘기려 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업무 추진과정에서 실수나 오류는 평가를 통해 시정될 수 있으나, 정책을 결정할 위치에 있는 고위 공직자의 잘못된 마인드는 심각한 문제를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