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을 누구보다 손꼽아 기다리는 이가 있다. 바로 장애인 배드민턴 국가대표 김연심씨(43·제주도장애인배드민턴협회)다. 그는 오는 2014년 인천에서 열릴 장애인 아시안게임에 출전, 메달을 자신의 고향인 제주에 안기겠다고 한다. 그가 2014년을 목표로 하는 이유는 2010년 광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표 선발전에서 라이벌 이선애에게 패했죠. 3차 선발전까지 치렀으나 광저우는 저의 몫이 아니었어요.”
이선애씨는 광저우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다. 그러나 김연심씨에겐 라이벌이 있기에 강한 승부욕을 키우게 한다.
“가장 기뻤을 때는 국가대표가 될 때였죠. ‘이 여자만큼은 이겨야겠다’는 마음으로 덤볐고 태극마크를 단 거죠. 그 사람이 없었으면 승부욕도 없었을 거예요.”
스포츠에서의 라이벌은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많다. 바로 ‘이겨야 하는’ 목표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김연심씨도 그런 라이벌인 이선애씨가 있기에 코트에서 맹활약을 하는지도 모른다.
셔틀콕을 만진 건 우연이었다. 전업주부인 그는 여가를 즐기려 코트에 뛰어들었다. 선수가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휠체어 배드민턴의 맛에 빠져들었다.
“2006년 7월 창원에서 대회가 열린 적이 있어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참가를 했었죠. 그런데 여자단식 2위를 한 거예요.”
그 후로 그의 인생은 바뀌기 시작했다. 슬슬 욕심이 생겼다. 도내 대회를 싹쓸이 한 그는 2009년 국가대표로 발탁된다. 그 해 서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복식 금메달, 혼합복식 은메달, 여자단식에서도 동메달을 거둬들인다.
“대표를 할 생각은 없었죠. 합숙도 힘들잖아요. 그런데 마침 세계선수권대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리기에 욕심이 생겼어요. 살림은 친정언니에게 부탁했죠.”
2009년 서울대회에선 40일간 합숙에 들어갔다. 올해 과테말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을 앞두고도 60일이나 합숙훈련을 했다. 처음엔 ‘살림은 누가 하지?’라는 걱정 때문에 태극마크를 다는 게 부담이었으나 이젠 그런 부담은 훌훌 던진지 오래다. 가정주부에서 국가대표로, 더 나아가 그에겐 아시안게임이라는 목표가 계속 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드민턴이 주는 즐거움은 말로 다 표현을 하지 못해요. 즐기면서 시작했기에 서러움도, 아쉬움도 없어요. 다만 아직도 장애인 배드민턴에 대한 인지가 덜 돼 있다는 점이 아쉽죠. 비장애인과 잦은 교류가 됐으면 해요, 장애인 스포츠 수준이 그렇게 낮은 건 아니거든요.”
그의 승부욕을 불사른 이가 라이벌 이선애라면, 그가 국가대표로 오르는 데 도움을 준 이는 최애경씨(제주시생활체육협의회 생활체육지도사)다. 김연심씨는 3년동안 그의 지도를 받았으며, 자신의 조력자인 최씨와 함께 2014년을 목표로 뛰고 있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