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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생명과 생존에 직결되는 사안 관심 가져야"
"인류의 생명과 생존에 직결되는 사안 관심 가져야"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1.12.1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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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 2012년 사목교서…교회의 '연대의 초석' 역할 주문
"하느님이 주신 제주의 자산 끊임없이 파괴하려 하고 있다" 비판

강우일 주교 
천주교 제주교구의 강우일 주교가 내년 사목교서를 통해 제주교구 신자들에게 교회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연대의 초석'이 되는 역할을 주문하고 나서 주목된다.

강우일 주교는 11일자 가톨릭제주 주보에 실린 '세상을 사랑하는 소공동체'라는 제목의 2012년 교구장 사목교서에서 "교회는 세상의 모든 불의한 제도와 구조, 죄와 악과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많은 사람들이 연대하여 이 도전과 싸움을 함께 펼쳐 나갈 수 있도록 연대의 초석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주교는 이어 그리스도 제자로서의 역할을 주문하면서 "이스라엘은 끊임없이 과거의 역사에서 배우고 역사 속에서 하느님이 베푸신 은총과 자비에 감사하며 하느님의 뜻을 '오늘의 역사' 속에 살아내려고 애썼다"며 "오늘 우리도 이 나라 역사, 제주의 역사 속에서 배우고 오늘 하느님의 뜻을 찾으며 이를 실현하려고 애써야 한다"고 역설했다.

강 주교는 이를 위해 "불과 60여년 전 이 제주 땅에 왜 수많은 우리 부모형제들이 피를 흘려야 했는지 기억을 되살려 내고 그 희생과 참극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문해야 한다"며 "이 비극의 역사를 통하여 하느님께서 우리가 오늘 무엇을 배우기를 원하시는지 깨우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강 주교는 "제주의 가장 큰 자산은 모두 하느님이 만들어 주신 것들이다. 제주의 청정한 물, 바위, 오름, 만장굴, 곶자왈, 주상절리, 고사리, 억새, 흑돼지, 구럼비, 연산호, 붉은발말똥게, 온갖 어패류 등 우리가 만든 것은 하나도 없다"며 "그런데 사람들은 개발에 대한 무비판적인 욕심 때문에 농약을 쏟아붓고, 나무를 베어내고, 굴삭기로 파헤치고,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하며 끊임없이 제주의 자연을 훼손 파괴하고 멸종시키려 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또 "후쿠시마 원전폭발 사고 이후 세계의 여론은 원자력 발전의 안전 신화에 종지부를 찍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인간의 통제와 제어가 불가능한 핵폐기물을 양산하는 원전을 다른 나라에까지 수출하여 국부를 축적하려는 부끄러운 정책이 여전히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신자유주의의 세계 경제 구도로 대기업만 살아남고 중소기업이 몰락하고 국민의 과반수가 비정규직에 몸담으며 중산층이 무너지고 빈곤층이 급증하는 양극화 가운데 한미 FTA를 추진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강 주교는 "인류의 생명과 생존에 직결되는 이같은 사안들을 짧은 임기로 정략적 이해관계에 휘둘리며 일하는 몇몇 정치가와 행정당국에만 책임을 떠넘기고 마는 것은 후손들에 대한 우리 모두의 용서받기 어려운 나태와 무책임"이라고 꾸짖고 "교회는 사회교리를 가르치며 모든 신자들이 지역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에 관심을 갖도록 초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천주교는 이처럼 각 교구별로 다음해 역점을 둘 사목 목표와 방향을 정하고 이를 반영하여 교구장 사목교서를 작성한다. 하지만 교구 중심제인 천주교에서는 한국 천주교회 전체에 적용되는 공동 사목교서는 발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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