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문제를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느끼는 이가 있다. 다문화가정을 꾸리고 있는 송인호씨(50)다. 송씨는 18년전 일본 여성과 결혼해 4남매를 두고 있다.
그는 “이주 여성들에게 지원은 해주지만 실질적인 보탬이 되지 않고 있다. 도움만 받으면서 돈만 축낸다는 시선들이 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그래서 그는 지난 8월 성산용역개발이라는 이름을 가진 용역회사를 만들었다. 여기에서 일하는 이들은 모두 다문화가정 가정과 이주여성들이다.
송씨는 “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일을 하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 왜 일을 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할 일이 없다고 한다”며 “매일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용역회사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초창기엔 채 10명도 되지 않았으나 이젠 용역회사에 참여하는 이주민이 50명을 넘는다. 이들은 동부지역의 당근, 무, 밀감밭과 건설공사 현장에 투입된다.
송씨는 일거리를 찾기 위해 시작한 용역회사와 아울러 이주민들에게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한글교실로 만들어졌다. 여기엔 누구의 도움도 없었다. 송씨가 자비를 털었다. 3층 건물을 지었다. 2층은 자택으로, 3층엔 한글 공부방을 마련했다.
송씨는 “이주여성들은 국적도 다르고 수준도 다르다. 한글 초보수준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이들이 있기에 맞춤식 한글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송씨가 제공한 한글공부방은 전문적인 강사도 있으나 이주여성 스스로가 강사가 되기도 한다. 강사는 성산읍주민자치위원회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유일하게 남으로부터 받은 도움이기도 하다.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자립기반을 만들어주는 일. 마냥 지원만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을 송씨의 행동이 일깨우고 있다. 송씨는 “그다지 자랑할 일은 아니다. 찍어둔 사진도 없다”며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