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기도청에서 파견근무중인 일본인 친구(카나가와현청 소속 공무원)가 부인과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왔다. 두 사람 모두 제주도는 처음이라서 2박3일 동안 직접 도내 관광지 이곳저곳을 안내하게 되었다.
以心傳心이라고 할까. 이 친구도 한국생활을 시작한지 6개월 남짓 됐고, 나 역시 2년여 간 일본 파견근무 경험이 있다보니 언어소통에서나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여행지 곳곳에서 필자에게는 대수롭지 않았지만 이들 부부에게는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들이 꽤 있었던 모양이다.
대충 나열해 보면 이렇다.
보행 중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인도 위 개구리 주차, 타인에게는 소음에 지나지 않는 버스 안 휴대전화 통화 소리, 정말 보고 싶지 않는 공공장소에서의 침 뱉기, 무뚝뚝하게 음식을 건네는 식당 종업원, 승차에서부터 하차까지 한 마디 말씀도 없는 택시기사 등이다.
일본인들은 자기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기보다 혼자서 삼키려는 경향이 있다고 하지만, 이 친구는 한국에 일부러 배우러 온 입장이기 때문에 비교적 시원하게 자기 입장을 털어 놓았다.
물론 한국에서 배울 점이 불편했던 점 보다 훨씬 많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손님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할 정도로 손님을 가족처럼 허울 없이 대하는 따뜻한 인심에서 강한 인상을 받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좋은 인상이 우리들의 작은 실수로 희석될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2002년 한·일 공동월드컵을 비롯한 각종 국제행사를 치루면서 제주도민의 시민의식도 어느 정도 향상 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외국인들의 눈과 귀에는 가시와 같은 것들이 주위에 산재한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는 지난 11월12일 세계7대자연경관 발표를 통해 다시 한번 제주도 자연경관의 우수성을 전 세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물주가 창조한 대자연의 선물에 대한 평가만이 아니라, 거기에 걸맞는 도민의식이 더해져야 제주가 전 세계의 보물로서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