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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 배급서기
성년 배급서기
  • 미디어제주
  • 승인 2011.11.0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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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철훈 제주시 주민생활지원과 복지서비스연계담당

허철훈 제주시 주민생활지원과 복지서비스연계담당
올해가 사회복지공무원 탄생 20년이 되는 해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세월 속에 지난 추억을 더듬어 보면서, 이런저런 흔적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것 같다.

현재는 복지 공무원이 본청과 읍면동에서 일하고 있지만, 초창기에는 일선 읍면동에 배치, 방문하는 민원인들이 배급서기, 영세민담당이라고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배급서기의 주요 역할들은 사회에서 소외되고 차별받는 사람들의 진정한 복지향상을 위하여 대변자, 옹호자 사회행동가 및 지지자 등 다양한 클라이언트와의 상담, 안내, 방문 등 수많은 일들을 해내며 인간사의 사연들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만능해결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가고 있다.

불특정 다수의 민원을 상대하는 일반 행정과는 다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때론 사회복지 정책의 최 일선에서 복지서비스의 전달자로 민원인들과 맞닥뜨리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복지정책의 파수꾼 역할을 하며 이중적 신분으로 고심을 하기도 한다.

지금이야 수급자에게 지급하는 급여가 현금급여로 계좌입금 하지만 20년전 첫 걸음 내디딘 그 길을 여전히 걷고 있어선지 지난 추억을 되새김질 해보지 않고는 세상의 변화는 물론 초창기 생활보호대상자에게 쌀을 어깨에 메고 가가호호 방문하며 바가지로 퍼주던 생각을 어찌 잊으리오.

그 당시 복지공무원이 수혜자들에게 공공서비스 외 더 지원을 더 해줄 수 있는 방법은 민간자원 활용과 직원과 관내 사회단체에 결연을 맺도록 하는 방법으로 지역사회 자원을 통한 복지서비스를 실천하는 일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중복서비스, 편중서비스니 계획도 없이 무작정 추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드는데, 당시엔 사회복지전문요원의 역할이 백공으로 혼자 모든 복지를 처리하는 슈퍼-맨 이었던 것 같다. 이런 저런 일들을 가리지 않고 했던 시절, 그 초심을 지금은 많이 잃어버린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1997년 말, IMF 사태가 터지며 발생한 한시적 생계보호제도.

하루가 지나면 신청서가 책상에 수북이 쌓였다. 돌이켜보면 그 시기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외환위기 당시 발생한 빈곤문제는 더 이상 생활보호대상자, 노인, 장애인 등 일부 취약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실직·폐업 등을 통해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문제가 되었다. 빈곤이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식되면서 최후의 사회안전망을 공고히 다져두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200010월 국민기초생활보호제도 도입으로 지난 11년간 최후 사회안전망기능을 충실히 수행하였으며 사각지대의 문제, 개별욕구대응의 문제, 근로유인 강화의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은 것도 사실이다.

처음 도입할 때 정부가 생산적 복지의 꽃으로 내세웠던 획기적이라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현재 모습은 어떤가, 오히려 불만과 갈등의 제도로 전락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저소득층과 빈민을 위한 공공부조의 3층 구조에 사회보장체계를 수립하고, 사회복지서비스와 같은 비물질적 급여들이 확대되고, 자활, 사회적 기업 등 일자리와 관련된 복지체계가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 그나마 좀 더 인간적이고 공동체적인 사회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현재 읍··동에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한사람이 수급자 수백명을 담당하고 있는데 하루에 한 가정씩 방문을 해도 꼬박 16개월이 걸린다. 현장에 있는 어떤 직원은 과거에는 3개월 만에 구두뒤축이 닳았는데 지금은 늘 책상에 앉아서 일을 해야 되기 때문에 구두가 2년이 되어도 닳지 않는다고 말한다.

작은 정부가 사회복지를 줄이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살을 빼야할 곳이나 국민의 혈세가 줄줄 새는 이런 곳은 줄여야 하지만 사회복지 전담공무원 같이 꼭 필요한 인원은 더 늘려야 하는 당위성이 나온다.

복지공무원은 제주특별자치도의 복지행정의 꿈이요 희망이며, 미래 복지 제주를 창조할 주역이다. 이제 임용 20년을 회고하며 성년이 된 시점에 공직자로서 선진복지사회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도약할 때이다. <허철훈·제주시 주민생활지원과 복지서비스연계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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