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사라지면 우리 인간도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져요”
“새가 사라지면 우리 인간도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져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1.11.0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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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새에 푹 빠진 지남준씨 「저어새...」 책으로, 사진전으로 메시지 던져

지남준 제주카메라클럽 회장이 10여년동안 앵글에 담은 저어새에 관한 얘기를 책과 사진전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새에 미친 사나이가 있다. 그것도 저어새에 대한 한없는 애정이다. 지남준 제주카메라클럽 회장(47)은 지난 199912예쁜새에 눈독을 들였다. 따뜻한 남쪽을 찾아 겨울을 나려던 저어새에 눈길이 쏠렸다. 그렇게 10년이 훌쩍 지났다.

머릿결이 살랑살랑 날리는 새 한 마리가 눈에 띄었죠. 예쁘더군요.”

저어새는 개체수가 전 세계적으로 2000마리가 채 되지 않는 희귀종이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돼 있다. 그가 10여년전 앵글에 담을 때만 하더라도 그는 저어새가 멸종위기 동물인지는 아예 몰랐다. 그냥 예뻐서 셔터를 누르던 그는 시간이 흐르면서 저어새를 보호하는 일종의 보호자가 된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오늘(4) 13마리가 하도리에 왔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기자와의 취재중에도 그의 머릿속엔 온통 저어새로 넘쳤다. 제주에서 겨울을 나는 저어새는 20여마리에 불과하다. 따지고 보면 제주엔 1%의 저어새만이 찾는 셈이다. 때문에 그는 저어새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불안의 시선을 던졌다.

올해 1월 저어새의 개체는 1848마리라는 통계가 있어요. 제주도에서 발견된 28마리를 포함한 것이죠. 그러나 멸종위기 동물이기에 아예 사라질 수도 있어요.”

자칫 그의 논조는 저어새만을 위한, 저어새의 보호를 외치는 듯하다. 하지만 아니다.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걸 동물에게 하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남준 회장이 저어새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의 삶이 우선이지만 사람만 살려고 개발을 해서는 안된다고 봐요. 함께 살 수 있는 길은 분명히 있어요. ‘공존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우리가 생태를 부르짖는데 그러려면 환경이 좋아야죠.”

그렇다면 어떤 게 공존일까. 그는 현재 상황에 대한 인식을 꺼내들었다. 현재 상황이란 제주도에 저어새가 있다는 점이다.

제주도에 있는 저어새를 보려고 외국인들이 오곤 해요. 가까이는 일본인, 멀리는 벨기에와 독일에서도 찾아옵니다. 왜 그들이 일부러 제주를 찾아올까요.”

그는 성산일출봉과 오조리·하도리 등을 연계한 탐조관광을 자원화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새의 삶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해야 한다는 점을 덧붙였다.

올레 2코스엔 저어새가 쉬는 곳이 있어요. 그 곳을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서식을 방해 하곤 해요. 어떤 이들은 해코지를 하기도 합니다. 저어새가 나는 모습을 찍겠다고 돌을 던지는 이들도 있어요. 일부러 살지 못하게 할 필요는 없잖아요.”

저어새를 찍기 위해 돌을 던지는 이들도 있다. 「저어새-두번째 이야기」에 실려 있다.
 
저어새를 찍으려고 하루 종일 위장텐트에 잠입해 허탕을 친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새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촬영하려 애를 쓰지만 한편으로는 자신도 저어새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미안함도 있다.

선배에게 새를 날리면 벌 받는다는 말을 듣기도 했어요. 새들은 추운날 날아오르려면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거든요. 애들(그는 저어새를 이렇게 부른다)이 말을 하는 동물이라면 제게 소송을 했을 수도 있어요. 내 자신이 저어새의 천적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는 최근 저어새-두번째 이야기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기존 조류를 탐사한 기록을 담은 도감류와는 다르다. 10여년간 저어새를 지켜보면서 느낀 감정을 그대로 실은 에세이집이다. 더불어 그는 5일부터 오는 30일까지 한라수목원내 자연생태학습관에서 책 제목과 같은 이름의 사진전도 열고 있다.

지남준 회장에게 물었다. 저어새를 언제까지 카메라에 담을거냐고.

계속해야죠. 이제야 좀 알 것 같은데요. 찍어야 한다는 뭔지 모를 의무감도 작용해요.”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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