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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내세우면 되나요. 녹봉을 받으면 그 값은 해야죠”
“말만 내세우면 되나요. 녹봉을 받으면 그 값은 해야죠”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1.10.23 10:00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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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열전] (21) 축구가 자신의 인생이 된 제주일고 기능직 공무원 김희천 감독

김희천 감독이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축구 인생을 설명하고 있다.
1970년대 쟁쟁한 축구 스타들 가운데 유일한 제주 출신이 있다. 바로 김희천 제주일고 축구 감독(57)이다. 차범근 허정무 조광래 등 쟁쟁한 스타들과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무대를 누빈 그였다.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체육훈장 백마장을 받는 등 그의 가슴엔 체육훈장이 2개나 있다.

그런 그에게 공무원은 다소 어색한 이름이다. 다소 낯설지만 그는 기능 8급 공무원이다. 공무원 생활도 어느덧 20년이 돼 간다. 정년퇴임까지는 3년밖에 남질 않았다. 세월의 흐름은 천상 축구인이 그에게 성성한 머리카락만 늘게 만들었다.

그가 제주일고에 둥지를 틀게 된 건 고인이 된 김만순씨 때문이다. 고 김만순씨는 제주일고 체육진흥회장을 맡으면서 일고 축구를 정상에 올려놓고 싶다는 생각을 늘 품고 있었다. 제주 출신 김희천 감독이 그의 눈에 띈 것이다.

당시 일고 축구는 침체기를 걷고 있었죠. 고향에 계속 있을 걸로는 생각하지 않았고 당분간머물 생각이었는데 벌써 20년이 됐네요.”

1991년 제주일고 축구 감독으로 온 그는 감독을 맡은 그 해 부산에서 열린 청룡기 전국고교축구대회에 출사표를 던져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달성한다. 7년 뒤에는 백록기 전국고교축구대회에서 제주일고를 정상에 올려놓는다.

그는 전 국가대표를 맡았던 허정무 감독, 현재 축구 국가대표를 지휘하는 조광래 감독과는 연세대 동기들이다. 두 친구들과 달리 그는 고향 후배를 지도하고 길러내는 게 즐거움이다. 그가 키워낸 선수들 중에는 심영성과 고경준 등이 있다.

경준이는 어린이축구교실 때부터 키워온 애인데 각 팀에서 눈독을 들였어요. 그런데 경준이 아버지가 무조건 내게 맡긴다면서 일고로 왔죠.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뛰었고 수원 삼성에 곧바로 입단했죠. 그러나 잔부상 때문에 크질 못했어요. 제주유나이티드의 영성이도 부상으로 고생을 했어요. 올해는 진가를 발휘했으면 하네요.”

그가 길러낸 선수들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3년째인 주말리그 때문에 선수들이 힘들어 하는 것도 무척이나 아쉽단다.

녹봉을 먹는 김희천 감독은 공무원이라면 '열정'이라는 무기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말리그를 하느라 선수들은 매주마다 비행기에 올라야 한다. 주말리그 참가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제주일고 선수들.
주말리그를 하면서 애들이 고생이 많아요. 1주일마다 경기가 치러지니 지칠만도 하죠. 가뜩이나 제주지역은 경남권역에 속해 주말리그를 할 때면 비행기를 타고 오고가야 하거든요. 제주도 지역만 주말리그를 치렀으면 문제는 덜어질 텐데.”

그의 머리엔 축구생각으로 꽉 들어차 있다. 어떻게 하면 자신이 키운 애들이 좋은 곳을 택해 사회생활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이다. 제주 지역인 경우 선수층이 엷은데다, 축구만 해서는 생활하기도 쉬운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고의 바람이라면 제주도에도 실업팀이 생겼으면 하는 것이죠. 고교생이나 대학을 졸업한 이들이 갈 수 있는 팀이 있어야죠. 그 실업팀이 N리그에도 참가하고, 제주 대표로 전국체전에도 참가할 수 있거든요. 프로로 진출하는 애들은 10년에 1명 나올까 말까 하니까요.”

어찌보면 그는 공무원 닮지 않은 공무원이다. 그 스스로도 말만 공무원이라고 한다. 그래도 그는 공무원으로서의 사명감을 강조한다. 녹봉을 받기에 그라운드에서의 피말리는 싸움에 진력해야 한단다.

나라에서 주는 녹봉을 받는 사람인데 이름만 그럴 듯한 공무원이 돼서는 안되죠. 공무원이라면 열정이 있어야 합니다. 교사는 교단에서 가르침이라는 메시지를 학생들에게 주듯이, 저는 그라운드에서 축구공 하나에 할 수 있다는 신념과 승패를 떠나 페어플레이를 해야 하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그게 바로 공무원이 아닌가요.”

그에게 공무원으로서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국가대표로서 그라운드를 밟은 기억과 대표팀 코치시절 이운재를 지도했던 기억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그가 간직한 꿈이라면 제주도의 축구발전을 위해 일을 하고 싶다는 것 뿐이다. 그건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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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인 2011-10-23 12:21:48
한 평생 축구인으로 산다는 건... 한 평생 한길을 걷는 다는건... 아무나 할수없는 길... 존경합니다.

김천희감독님팬 2011-10-24 12:40:17
제주도 출신의 훌륭한 제자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김희천광팬 2011-10-24 12:50:18
제주축구를위해 헌신하신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존경합니다!

승화 2011-10-24 18:20:34
김감독이 있어 제주축구가 많은 성장이 되었네요~
잘 키워낸 선수들이 제각기 제자리에서 빛을 발할수 있도록 축구인들로서 끝까지 배려를 함꼐 해주기로 하세~
김희천감독 화이팅~~~자네가 자랑 스럽네~~!!

김희천감독님짱 2011-10-26 15:37:33
역시 멋지시네요~감독님이 계셔서 제주축구의 미래가 밝아보입니다^^
항상 누구보다 멋진 열정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김희천 감독님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