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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기본조례(안), 다시 그림을 그려야 한다
사회복지기본조례(안), 다시 그림을 그려야 한다
  • 미디어제주
  • 승인 2011.10.1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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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현 수(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책자문위원)

2010년 6.2지방선거를 앞두고 도내 사회복지계는 ‘사회복지기본조례’ 제정을 도지사 후보들에게 제안했고 이를 받아들인 우근민 지사는 지난 9월 30일 제주특별자치도 사회복지사업에 관한 기본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사회복지계가 기본조례 제정을 제안한 것은 사회복지발전에 대한 도민공감대 형성에 사회복지계의 자발적 노력이 부족했다는 반성하에 도민복지의식의 자발적 발현을 촉진하기 위함이 컸다. 또한 자치와 분권을 강화하는 특별자치도로서 보편적이면서 동시에 제주만의 특별한 복지철학과 비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비판에도 기인한다.

이런 현실인식에 기초한다면 기본조례는 도민복지향상을 위한 도의 책무를 포함하는 복지의 기본방향과 실천방안이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번 입법예고한 기본조례안은 75개 조문의 장황함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철학과 기본방향은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천체계의 내용 역시 미진하기 짝이 없다.

몇가지 문제점을 살펴본다면 첫째, ‘기본법적 조례’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기본법은 특정정책의 추진을 위한 기본이념과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방향, 지침을 규정하며 포괄적이며 강령적인 특징이 있다. 또한 기본법은 특별법처럼 우위의 법률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입법취지상 다른 법률(실천법)보다 우월적 위치에 있는 것으로 행정과 사법이 해석하고 있다.

물론 조례에서도 기본법과 같은 기본조례가 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조례 내에서 우위적 관계를 가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겠으나, 2007년에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여성발전기본조례’에 비추어 봤을 때 그 의문은 희석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사회복지 기본조례안에서는 사회복지정책의 이념(철학과 비전), 실천전략과 지침이 존재하여야 하는데, 이는 없고 기존 시행하고 있는 제도를 나열하고 있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둘째, 조례의 제정사유 중에 하나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의 위임근거를 들고 있으나 특례(위임)의 취지를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치와 분권을 부여하는 정책적 특례를 이용하여 제주도에서 필요한 복지와 관련된 사항을 지역특성에 맞춰 고안하고 창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조례안은 시행령을 대체로 준용하거나 적시하는 수준으로 의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셋째, ‘지방자치법’ 제22조에서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제.개정토록 하고 있는데 ‘법령의 범위 안에서’라는 문구가 갖는 의미는 주민의 권리와 의무를 강제하지 않는 범위에서 조례 제.개정의 범위와 자율성의 확대를 인정하는 것으로서 이는 대법원 판례의 경향이며 상위법령에서 위임이 없더라도 조례제정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조례안은 앞에서 제기했듯 기존 제도의 나열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문제는 기본조례의 제정과정에서 의도성을 떠나 ‘협치’를 무시하는 관행이 답습되고 있다는 점이다. 심의기구인 ‘사회복지위원회 등’을 이용한 민.관간 TF구성 등 ‘협치’를 통한 모범적 조례 제정과정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활용이 배제된 것은 기본조례의 중요성을 등한시한 결과이며 이는 2007년 ‘제주특별자치도 여성발전기본조례’ 제정과정에서 보여 준 여성계와 긴밀한 논의과정과는 매우 비교가 된다.

사회복지기본조례는 기본법적 조례로 사회복지에 대한 제주도의 철학, 기본방향의 설정, 실천전략(지표설정, 계획수립의 연계, 전달체계와 조정, 종사자 교육과 처우, 시설 운영의 투명성) 등 제주복지의 큰 그림을 그리는 중요한 과정이다. 서두름 없이 원점에서 다시 그림을 그려 나갈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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