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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훗날 후손에게 줄 ‘살아있는 타임캡슐‘ 만들어야죠”
“먼 훗날 후손에게 줄 ‘살아있는 타임캡슐‘ 만들어야죠”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1.10.09 11: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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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열전] ⑲ 40년 동안 제주의 삶과 모습 직접 사진에 담고 모아온 ‘산 증인’…이광진 제주시 공보과 사진영상팀장

제주의 삶과 모습을 40년동안 사진으로 담아 먼 훗날 '살아있는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여념이 없는 이광진 팀장.  
“앞으로 남을 제주도의 역사는 ‘사진’입니다. 옛 선인들은 ‘살아 있는 기록’을 보여주려고 그림으로 남기지 않았습니까. 먼 훗날 후손들에게 지금의 모습을 정확하게 보여 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끼죠”

카메라를 들고 40년 가까이 제주지역의 모습을 담아가고 옛 사진을 모으고 있는 이광진 팀장(59)의 소신이다.

이 팀장은 처음 제주신문 사진부에서 보도사진을 찍다가, 1973년 제주시청 공보실에 몸담은 이래 ‘공보사진 찍기’와 ‘옛 사진 모으기’에 한 길을 걷고 있다.

돌담과 전통초가가 어울려 있는 제주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그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 게 사진의 길에 들어선 계기가 됐고, ‘만농 홍정표’ 선생에게 가르침을 받기도 했다.

자동차 없이 도내 곳곳을 두발로 걸어 다니면서 돌담․초가․마을 전경.올레(골목) 등을 주로 슬라이드로 찍는데 봉급을 쏟아 부었다고 이 팀장은 전한다.

  그 동안 자신이 찍고 모아온 사진 자료 40만여 컷을 보관하고 있는 제주시청 사진자료실에서 슬라이드를 살피고 있는 이 팀장. 
새마을과에 근무할 때 촬영한 도내 새마을현장 기록을 청와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직접 슬라이드로 보고했던 게 기억에 남고, 새마을 사업 전국 사진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 팀장이 애착을 갖고 온 힘을 기울이는 게 제주의 옛 사진을 모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다.

1900년도부터 일제때, 1950~1960년대에 이르기 까지 제주지역 사진 3만 여점을 모아 현재 갖고 있다.

"예전에 사진을 찍었던 분을 전국을 수소문하면서 찾아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모았죠. 특히 일제 강점기 때 찍은 사진을 구하기 위해 여러 차례 일본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물론 경비는 제부담이었죠“라며 웃는다.

광주의 김홍인 선생(2009년 별세)은 사진을 찍기 매우 어려웠던 1950~1960년대에 제주를 4차례 찾아 촬영했던 인물이다.

제주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그에게 있다는 걸 알고 20여 차례 그를 찾아갔지만 사진을 구할 수 없었다.

나중엔 김 선생의 딸 김수자씨가 소장한 사진과 원판 3000여점을 기증받아 2차례 책자를 만들었고, 감사의 행사을 가졌다고 회고했다.

이 팀장이 모은 사진은 관덕정의 처마를 복원하는데 참고가 됐고, 올해 국제관악제에서 화제가 됐던 1952년 이승만 전 대통령 앞에서 연주한 클라리넷 소녀 사진도 그가 알려줬다고 밝힌다.

이 팀장은 지난 1990년 우리나라 행정기관에선 처음으로 옛 사진과 당시 사진을 비교해서 담은 사진집 「발전하는 제주시 37년」을 펴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일본 히로시마에 사는 사진작가가 보내온 사진첩에 히로시마 원폭 당시 피해사진과 발전된 모습을 비교한 사진을 담은 것에 착안, 이 책을 펴내게 됐다고 전한다.

"이 책자가 나가자 청와대에서 칭찬과 함께 100권을 요청, 당시 각 행정기관에 배부됐습니다. 그 뒤 청와대 서울시, 경기도 등에서 찾아와 사진 수집과 책자 편집 등 자문을 받고 다음해에 서울시와 청와대에서 책자를 만들었죠“

이 팀장은「제주발전상 사진집」(1984년)을 시작으로 「사진으로 보는 제주역사」(2009년) 까지 사진집 7권을 펴냈다.

또 ‘제주발전상 사진전시’5차례를 비롯해 ‘제주 옛 사진전시’(8차례), ‘제주자연경관 사진전시’,‘제주자연경관 일본초청 사진전시’ 등 사진전시회를 여러 차례 열었다.

 이 팀장이 늘 관심을 갖고 카메라 포커스를 맞추는 건 제주의 삶과 모습이다.
요즘 열리고 있는 탐라문화제를 바라보는 이 팀장의 애정과 시선은 예사롭지 않다.

1970년초 시청에 근무하기 전부터 관덕정 앞마당에서부터 옛 제주농고(현 전농로 주변),제주종합경기장, 신산공원, 탑동광장까지 탐라문화제가 열리는 모습을 한 해도 빠짐없이 사진에 담아왔다.

“오히려 70~80년 때가 흥미롭고 잘 다듬어졌다고 봐요. 춤 경연이나 화교들이 목발 퍼레이드 등, 전도체전보다도 큰 축제로 한마디로 ‘흥’이 있어 좋았다는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하지만 날이 갈수록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는 이 팀장은 앞으로 ‘흥’을 돋을 수 있는 새로운 소재 발굴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한다.

현재 제주시청 사진 자료실은 전국 행정기관에서 처음으로 정리가 잘 돼 있고, 습기가 차지않도록 시설을 잘 갖춰놓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이 팀장은 자랑한다.

그는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고 소개한다.

“제주시가 소장하고 있는 자료 40만여 컷을 데이터베이스로 갖춰 영구적으로 누구나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겠습니다. 자료를 더 모아 사진집 편찬과 전시회도 갖고 옛 사진자료에 있는 사진 속 얼굴 주인공 찾기 운동도 펼치려 합니다”

그는 사진을 찍고, 옛 사진을 모으는 일에 대해 갖고 있는 철학은 뚜렷하다.


“내 앞에서 눈에 보이는 건 사진에 담아라. 나중엔 바로 살아 있는 역사이고 자료가 된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도 영구한 ‘타임캡슐’같은 기록으로 남길 수 있어야 한다. 될 수 있으면 아날로그로 찍어라"

<하주홍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주지역 공보사진의 '산 증인'인 이 팀장은 앞으로도 사진자료 보관과 옛 사진 모으기에 더욱 힘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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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우 2011-10-10 03:01:36
기사로 만나니, 사인을 받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