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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것에 생명을 주는 것이나 사람의 만남은 모두 인연”
“사라지는 것에 생명을 주는 것이나 사람의 만남은 모두 인연”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1.10.02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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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첫 개인전 여는 ‘어울림’전 3인...오성자 현미정 라비씨

일상은 한결같지 않다.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늘 변화하며, 변화속에서 만나는 개성들은 충돌하기도 한다. 이럴 때 우리가 꺼내는 말은 ‘조화’가 아닐까. 조화를 우리말로 풀이한다면 ‘어울림’이다. 그러나 세상은 ‘어울림’을 그다지 용납하지 않는다. 어울림이란 여럿이 한 덩어리가 돼야 하는 건 물론, 여럿이면서도 모나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있어야 한다.

그런 어울림을 창조하려고 만난 이들이 있다. 지난 1일부터 김영갑갤러리 ‘곳간, 쉼’에서 열리고 있는 ‘어울림-흙 나무 그리고 보름구덕’전(展). 여성 둘과 남성 한 명. 수필가 오성자씨(50)와 옹기장이 현미정씨(41), 생활예술가 라비씨(39).

첫 개인전인 '어울림'전 주인공 오성자 라비 현미정씨(사진 왼쪽으로부터)
'어울림'전은 16일까지 계속된다.

이들은 트리오는 아니다. 예전에 알았으면 좋으련만 ‘어울림’을 위해 처음으로 만난 이들이다. 더욱이 이들은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처음으로 내놓았다.

첫 만남, 첫 개인전. 어찌보면 어울릴 것 같지 않다. 모든 게 처음이기에 낯설다. 처음이기에 포스터나 리플릿 작업도 허둥대던 이들이다. 그런데 대체 왜 이들은 ‘어울림’이라는 타이들을 당당하게 내걸었을까.

답은 자연과 우리가 살고 있는 땅 제주에 들어 있다. ‘어울림’전은 일상에서의 가치를 말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제주에 살던 어머니들의 삶, 제주가 만들어낸 흙, 버려진 것들에 생명을 부여하는 일들이 ‘어울림’전에 가득하다.

오성자씨는 「가파도에서는 사람이 풍경이다」 등을 펴낸 수필가다. 틈나는대로 갈천작업을 해오던 그는 ‘어울림’전에 제주여성만이 가진 신명을 풀어내려 했다. 그의 작품 ‘보름구덕’은 제주여성들이 그랬듯이 낡은 대바구니와 천의 만남으로 재탄생된다.

“제주여성의 신명나는 에너지는 자연에서 나왔죠. 그 자연이 바로 우리의 어머니 아닌가요. 보름구덕은 사라지는 것들의 만남이죠.”

25세때부터 도자기에 관심을 기울이다가 제주옹기의 매력에 빠진 현미정씨. 그는 소나무 잿물이 아닌 제주에서 가장 흔한 귤나무 잿물을 입혀 옹기에 생명을 부여한다.

“감귤나무는 가지치기를 하고 버려지잖아요. 그걸 태워서 잿물로 쓰죠. 억지로 소나무 잿물을 사다 쓸 필요는 없었어요. 자연적인 것을 옹기에 입혔어요.”

수필가로 갈천작업에도 열중인 오성자씨.
제주옹기에 감귤잿물을 입히는 현미정씨.
버려진 것을 쓸모 있게 만드는 생활예술가 라비씨.

오성자씨의 ‘보름구덕’이나 현미정씨의 옹기나 모두 자연이다. 그래서 옹기가 보름구덕 곁에 있든, 보름구덕이 옹기에 다다가든 어색함이 없다.

여기에 버려진 것들에 강한 생명을 부여한 이가 있다. 세계를 주유하다가 고향 제주에 머물며 생활예술을 하고 있는 라비씨다. 6개월 전 친구들에게 생일 선물을 주기 위해 수작업을 하던 게 작품활동이 돼 버렸다.

“쓸모 없는 건 없죠. 길에 버려진 나무 한토막에도 가치가 있어요. ‘어울림’전은 한마디로 인연이죠.”

라비씨의 말마따나 처음 만나서, 처음 개인전을 여는 3인에겐 기막힌 인연인 셈이다. 모르는 이들의 만남은 어울림보다는 어색함이 강할테지만, 이들 3인의 만남은 ‘모든 건 어울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라비씨가 만든 탁자와 옹기, 비슷한 색감의 보름구덕이 만나 관람객을 기다린다.

‘어울림’전은 버려질 것은 없음을 시사한다. 버려진 것에 생명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도 ‘어울림’전이 일깨운다.

김영갑갤러리에서 20m 떨어진 ‘곳간, 쉼’은 감귤창고이면서, 평상시엔 갤러리로 둔갑한다. 그래서 자연과 버려진 것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 ‘어울림’전이 더 돋보이는 듯하다.

‘어울림’전은 오는 16일까지 계속된다.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에서 운영하는 '곳간, 쉼'은 김영갑갤러리와 20m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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