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합창단이 부러울 게 없죠. 우리가 청춘이니까요"
"청춘합창단이 부러울 게 없죠. 우리가 청춘이니까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1.09.2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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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카멜리아코러스를 이끄는 81세 메조소프라노 백옥실씨

KBS 2TV를 통해 인기를 끈 '남자의 자격'의 청춘합창단. 이들은 지난 24일 전국민 합창대축제에서 은상을 받으며 나이듦은 나이가 아닌 실력임을 입증했다. 나이가 들어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 부러울만도 하다.

그러나 청춘합창단이 전혀 부럽지 않은 이들이 있다. 오래전부터 호흡을 맞춰온 '제주카멜리아코러스'(제주여중고동백동문합창단)다.

"청춘합창단을 (TV를 통해) 봤어요. 부러울 게 없어요. 우리가 먼저 청춘합창단을 만들었지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거예요."

81세의 메조소프라노 백옥실씨는 무대에 오를 때가 가장 좋다고 한다.

백옥실씨(81)는 제주카멜리아코러스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그러기에 전국적으로 인기를 끈 청춘합창단이 부러울 게 없다. 그 자신이 청춘합창단원이면서 제주카멜리아코러스 단원들 모두가 청춘합창단원이기 때문이다.

제주여중 1회 졸업생인 백옥실씨는 팔순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력이 있다. 그 기력은 바로 카멜리아코러스 덕분이란다.

"너무 좋아요. 노래를 부르고, 무대에 서는 게 너무 좋아요. 여기에 오면 젊어진다니까요."

제주카멜리아코러스는 정기발표회를 1주일 앞두고 분주하다. 제주여중고총동문회 사무실에서 매일 연습을 하며 무대에 오를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백옥실씨도 총동문회 사무실을 들러 후배들이 하는 노래를 듣고, 자신도 노래를 부르며 청순임을 재확인하곤 한다.

백옥실씨는 지난 2002년 창단한 제주카멜리아코러스와 함께 해왔다. 1회 졸업생으로는 유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그에겐 '노래'라는 단어가 없었다. 오선지도 그에겐 생소했다.

카멜리아코러스는 정기발표회를 앞두고 제주여중고총동문회 사무실에서 매일 연습을 하고 있다.

"노래는 전혀 몰랐죠. 콩나물 대가리(음표)도 몰랐는데, 이젠 악보를 볼 줄 알죠. 아무도 하지 않으려던 메조 소프라노가 이젠 인생의 동반자가 된 셈이네요."

고희(古稀)에 들어서 잡은 악보는 쉬울 리가 없었다. 그래도 그는 도전하는 자세로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다. 고희(古稀)가 지닌 의미 그대로 지난 10년간은 '뜻대로 행동을 해도 어긋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힘들어도 따라가야 했죠. 다른 사람은 한 번만 연습을 해도 되지만 나는 집에 와서 서너번 반복을 했어요. 노력하면 안 되는 건 없죠. 아무도 모르게 연습을 하기도 했죠. 그런 도전정신이 제주카멜리아코러스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만들었다고 봐요."

그는 어찌보면 제주카멜리아코러스의 '정신적 지주'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단원들에겐 애정이 가득하다. 그는 그런 애정을 담아 단원들을 '애들'이라고 표현한다.

"애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이 합창단을 이어줬으면 해요. 그래서 나 자신은 힘들어도 계속 나오는 거예요. 걸을 수 있을 때까지, 힘이 남아 있는 한 합창단원으로 남을 겁니다. 노래가 너무 좋잖아요."

제주카멜리아코러스 단원은 가정주부이면서 손자를 둔 할머니이기도 하다. 47명의 단원들 사이엔 수십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이 있지만 그들은 전부 언니·동생이다. 백옥실씨 자신도 후배 단원들로부터는 '언니'로 통용된다.

"내 딸과 고등학교 동창인 단원도 있어요. 처음엔 어머니라고 불렀으나 이젠 언니라고 불러요."

김군식씨의 지휘로 연습중인 제주카멜리아코러스.

제주카멜리아코러스를 지휘하는 김군식씨(71)는 오랫동안 백옥실씨를 지켜봤다. 그는 백옥실씨를 향해 '무언의 교훈'을 준다고 표현했다. 김군식씨는 "여기는 모두가 한 마음으로 모인다. 그 가운데 백옥실씨는 음악적인 부분도 그렇고, 비음악적인 부분에서도 교훈을 준다. 음악은 어렵지만 백옥실씨는 '어려우니까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노래가 고마워 무대에 서는 백옥실씨. 그와 함께 하는 제주카멜리아코러스의 제6회 정기발표회는 제주여중고총동문회(회장 이애란) 주최로 오는 30일 오후 7시30분 제주도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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