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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즐거운 마음으로 좋은 소식 전할 수 있는 게 바람이죠”
“늘 즐거운 마음으로 좋은 소식 전할 수 있는 게 바람이죠”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1.09.13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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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열전 16] ‘22년째 노래하며 우편물 배달하는’ 최양식 제주우편집중국 집배원

사무실 분위기를 환하게 만드는 최양식 팀장이 배달할 우편물을 분류하고 있다.
디지털시대를 살면서도 아날로그의 따스함과 소중함을 전달하는 곳이 있다. 바로 우체국이다.

우편집배원은 비나 눈이 내려도 바람이 불어도 편지나 소포를 되도록 빨리 정확하게 전하기 위해 새벽부터 오토바이를 타고 온 동네를 돌기에 바쁘다.

22년째 제주우체국과 제주우편집중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양식 집배팀장(45).

특히 추석 등 명절, 연말연시, 선거일 등 우편물이 쏟아질 땐 비록 몸은 힘들지만 책임감은 더욱 또렷해진다.

그는 늘 웃는 얼굴에 노래를 부르면서 우편물을 전하다보니 ‘노래하는 집배원’으로 유명하다.

“몸은 피곤하지만 웃는 얼굴로 노래를 부르며 우편물을 즐겁게 배달하다보니 동네 주민들도 함께 즐거워하고 반갑게 맞아줘요. 아직도 인정이 남아 있어요. 항상 웃으며 살겠다는 게 제 신조입니다”

과거 15년 동안 관할구역이었던 제주시 삼도동에선 자신을 모르는 주민이 없을 정도였다고 전한다.

요즘은 아침 6시30분에 출근, 우편물 1700~1800통을 오토바이에 싣고 연동 동쪽과 오라동을 돌고, 사무실에 들어와 우편물 분류를 하고 저녁 7~8시에 퇴근하는 게 그의 일과다.

인터넷․핸드폰으로 전자우편이나 문자 등과 컴퓨터 파생우편물이 늘어나고, 홈쇼핑 때문에 배달 소포와 편지는 줄고 있지만 그래도 ‘사람냄새’를 담기엔 편지가 제격이다.

우편배달을 하면서 힘든 건 날씨나 업무량도 있지만 그보다도 몰지각한(?) 고객들 때문에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등기우편물을 배달하려면 메시지를 보내는데 고객들이 일방적으로 자신이 편리한 시간만을 고집하거나 심지어 막말까지 하는 경우도 많다”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특히 요즘 배달하는 등기우편물 내용이 과거처럼 좋은 소식 담은 편지가 아니어서 주민들이 별로 반기지 않는 것도 달라진 세태의 한 면이라며 씁쓸해 한다.

“배달하는 우편물가운데 일상적인 편지는 줄었지만, 카드․지로․납부고지서․법원 안내문 등 주로 돈을 내라든지 달갑지 않은 내용이 많아진 때문이죠”

“이사를 하면서 주소가 바뀌었는데도 제대로 알리지 않아 몇 년이 지나도록 신용불량자나 심지어 고인에게 까지 우편물이 잘못배달 경우도 있을 땐 난감하다”며 씩 웃는다.

우편물을 배달하러 갔다가 겪는 난감함은 이뿐이 아니다.

부모가 일터에 나가 있어 아이만 있는 집에선 아예 문을 열어주지 않아 부모와 연락을 한 뒤에야 겨우 우편물을 전하는 경우도 숱하다.

날이 갈수록 이 같은 일이 많아지고 있어 예전 같지 않은 ‘불신 시대’에 살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태풍이 불 때나 폭설로 우편물을 배달할 수 없어 마음이 난감해하고 있을 때 전화를 걸어 와“빨리 가져 오라, 그게 당신들의 의무가 아니냐”며 독촉하는 경우도 적잖아 야속해진다.

늘 웃는 모습으로 22년동안 우편집배를 해오고 있는 최양식씨.
그래도 최 팀장은 아직도 푸근한 인정은 여전히 남아 있어 ‘사람 사는 냄새’를 느낄 때 기쁜 기억으로 남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우편을 배달하다보면 나이 드신 분이 고생한다며 먹을 것을 주기도 한다. 또 주소나 받는 사람의 내역을 쓰지 않은 우편을 끝까지 찾아 줘 받는 사람이 좋아할 때 일할 맛이 난다”

배달을 마치고 사무실에서 우편물 분류작업을 하다보면 예전엔 초등학생들이 감사의 글을 보내와 연필을 사서 보내주곤 했지만 지금은 사라졌다고 아쉬워한다.

현재 제주우편집중국 소속 우편집배원 87명은 자신의 관할 구역의 주소는 손바닥 보듯 머릿속에 늘 꿰고 다닌다.

하지만 제주시내 도시계획에 따른 신시가개발지역이 늘어나면서 배달 업무량도 많아지고, 외워야할 주소도 많아졌다.

게다가 올 7월부터 도로명 새 주소가 기존 주소와 함께 쓰게 됨에 따라 이를 암기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최 팀장은 팀원들이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직무 교육에도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요즘 새 주소 시행에 따른 준비작업으로 집배원들은 기량평가를 받기도 한다.

최 팀장은 자전거 우편배달 마지막 세대이다.

1990년대 초까지 작업물량이 적었지만 수작업을 하기 위해 새벽에 출근해 밤늦게 퇴근했지만 지금은 물량이 많아졌지만 기계화로 작업속도가 빨라졌다.

“과거엔 집에서 9시뉴스를 보는게 꿈이었는데 지금은 비교적 일찍 퇴근해 애들과 저녁을 먹고 공도 찰 수 있을 정도로 여건이 많이 좋아졌다”고 전한다.

최 팀장은 "늘 건강하게 집배업무를 할 수 있고, 팀원들이 좋은 분위기 속에서 근무할 여건을 만드는 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제주시내에 신시가지가 늘어났고, 도로명 새주소가 시행되면서 업무량 많이 늘어나는 만큼 인원을 충원해주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한다.

최 팀장은 “우편집배원은 주민들에게 늘 밝은 모습으로 좋은 소식을 전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조가 ‘항상 웃는 얼굴로 살자’는 최 팀장은 오늘도 활짝 웃는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며 오토바이를 타고 연동과 오라동을 누비고 다닌다.

<하주홍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노래하는 집배원'인 최양식 팀장이 좋은 소식을 전하기 위해 연동과 오라동을 향해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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