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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을 벼랑 끝으로'…형보다 나은 아우
'스페인을 벼랑 끝으로'…형보다 나은 아우
  • 미디어제주
  • 승인 2011.08.1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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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살레스(콜롬비아)=AP/뉴시스】한국 U20 축구 대표팀이 10일(현지시각) 콜롬비아 마니살레스의 에스타디오 팔로그란데 경기장에서 열린 U20 월드컵 16강전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6-7로 패하며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용재가 공을 다투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처지는 약관의 선수들이 보여준 최고의 일전이었다. 비록 목표로 했던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스페인을 벼랑 끝까지 몰아세우며 한국 축구의 매서움을 전세계에 떨쳤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11일 오전(한국시간) 콜롬비아 마니살레스의 에스타디오 팔로그란데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대회 16강전에서 연장전까지 120분을 0-0으로 마친 뒤 승부차기 끝에 6-7로 졌다.

승부차기 스코어에서 알 수 있듯이 명승부였다. 힘없이 질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은 결과이기에 더욱 극적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기 전 한국-스페인전을 두고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예선을 3전 전승으로 통과한 스페인은 누가봐도 한국의 상대가 아니었다. 스페인 선수들은 경기를 앞두고 커피 농장을 방문하는 여유를 부렸다. 세계를 놀라게 하자는 심정으로 굵은 땀을 쏟아내던 한국과 대조를 이뤘다.

킥오프 휘슬이 울리자 한국은 예상을 깨고 대등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한국은 유일한 해외파인 이용재(낭트)를 최전방에 두고 백성동(연세대)을 섀도 스트라이커로 배치한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측면 요원인 백성동을 중앙으로 돌려 공격 전개의 역할을 맡겼다. 세계 유명 리그 선수들이 즐비한 스페인의 예상을 깬 변칙 전술이었다.

공격 전개는 조별 예선 3경기보다 훨씬 수월했다. 특히 백성동의 역할이 돋보였다. 171㎝의 작은 키인 백성동은 시종일관 장신 숲을 헤집고 다녔다.

직접 몸싸움을 하기 보다는 재치있는 패스와 드리블로 여러 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연장 후반 막판 이용재에게 찔러주는 패스는 일품이었다.

수비진도 어느 때보다 튼튼했다. 예선전에서 질타를 받았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주장 장현수(연세대)를 중심으로 이기제(동국대), 민상기(수원), 김진수(경희대)는 끈끈한 수비라인을 구축했다. 불안했던 골키퍼 노동건(고려대)은 온 몸을 던져 스페인의 파상공세를 막아냈다.

U-20 대표팀의 선전은 전날 라이벌 일본에 무기력하게 무너진 A대표팀의 모습과 극명하게 엇갈렸다. 거대한 산을 상대로 끌까지 물고 늘어지는 모습은 한일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U-20 대표팀 특유의 끈끈함이 엿보였다. 승부차기 6-7로 맞선 상황에서 김경중의 슛이 골대를 넘어가며 패배가 확정된 순간, 하프라인과 벤치에서 어깨를 걸고 있던 선수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김경중에게 달려왔다.

2년 간의 준비 기간이 16강 진출에서 끝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함께 고생했던 친구에 대한 위로와 고마움의 인사가 먼저였다. 20세 선수들 다웠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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