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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위해 열심히 일하고 ‘보람’ 느끼면 그걸로 충분”
“도민 위해 열심히 일하고 ‘보람’ 느끼면 그걸로 충분”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1.07.24 10:00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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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열전] ⑩ 보조금에 칼 댄 ‘잔다르크’…예산담당관실 김연정 주무관

정치인이면 누구나 ‘표를 깎아 먹는’ 행동을 하려 하지 않는다. 그 표는 어디서 나오는가. 바로 이웃한 이들과 시민들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표와 관련된 돈에 손을 대려 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게 민간에게 주어지는 보조금이다.

하지만 민간 보조금은 ‘양면의 칼’이다. 각종 단체의 활동에 힘을 보태주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선심성으로 돈이 뿌려지면서 재정을 갉아 먹는 존재로 둔갑한다.

실제로 제주특별자치도는 예산 편성에 비해 보조금 비율이 전국 최상위권이다. 지난 2009년, 세계적으로 금융위기가 불거질 당시 예산 편성 대비 제주특별자치도의 보조금 비율은 22%였다. 전국 평균 12%를 훨씬 웃돌았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재정에 숨통이 막힐 수밖에 없었다. 2006년이후 매년 200억에서 300억원 가량의 보조금이 증가하는 현실은 가뜩이나 재정상황이 열악한 제주도정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해결책은 단 한가지였다. 보조금에 칼을 대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설 이가 없었다. 그 때 ‘잔다르크’처럼 나선 이가 있다. 예산담당관실의 김연정 7급 주무관(42)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예산담당관실의 김연정 주무관. 그는 지금은 웃고 있지만 보조금 지침을 만들 때 수개월간 꿈에서 사투를 벌이곤 했다.

“출산을 한 뒤였기에 인력개발원에 있을 때였죠. 그런데 (보조금 문제를) 할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예산담당관실로 정식 발령이 아닌 ‘근무지 명령’으로 투입됐어요.”

지난 1993년 공직에 발을 디딘 이래 예산업무만 12년일 정도로 예산 분야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보조금에 손을 댄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전국적인 사례가 있었더라면 벤치마킹이라도 하지만, 전국 어느 자치단체에서도 보조금에 손을 댄 이들이 없었다.

“보조금 문제에 손을 댄 건 2009년부터였죠. 그 전에도 문제가 많다는 목소리들이 나왔어요. 마침 도의회에서 제도개선을 요구하더군요. 잘 됐다 싶었죠.”

전국 첫 사례인 보조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밤낮이 없었다. 갓 돌을 지난 아들을 둔 엄마였지만 보조금 문제 해결에 더 집중된 시기였다. 보조금을 들추니 똑같은 사업을 두고 제주도와 행정시의 기준이 다른 건 물론, 중복지원 되는 등 일관성이 없었다. 소위 ‘힘이 있는’ 기관이 눈먼 돈을 가져가는 형국이었다.

“매일 꿈을 꿨어요. 꿈에서 단체의 압력이 들어오는 거예요. 윗사람들은 빨리 만들라며 꿈에서 재촉을 하고요. 그 땐 솔직히 그랬어요. 운전을 하면서도, 잠을 자면서도 모든 게 보조금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죠.”

김연정 주무관이 그의 숨결이 들어간 예산 편성 지침을 들어보이고 있다.

그가 만든 보조금 편성지침은 이젠 그의 것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지난해 그는 ‘지방자치단체 예산 효율화 우수사례 발표’에서 대통령상을 받고, 특별교부세 3억원까지 제주도에 안겼다. 전국 지자체에서 벤치마킹을 하는 건 물론, 행정안전부에서도 제주도의 사례를 이례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그건 고통이 따르는 일이었다. 꿈에서 단체의 압력이 들어오는 걸 뛰어넘어 현실이 되기도 했다. 지난 2009년 6월 공청회를 거치고, 8월까지 단체의 의견수렴을 거칠 때까지는 좋았으나 이후 도지사에게 압박이 들어왔다. ‘내년(2010년)이 선거인데…’라는 무언의 항의까지 겹쳤다.

“하루종일 전화에 시달리곤 했지만 자신이 있었죠. 왜냐하면 객관적이면서 합리적으로 만들었다고 자부해요. 나머지는 설득하는 과정만 남았던 것이죠.”

그는 보조금 문제 해결을 ‘첫 경험’이라고 했다. ‘첫’의 의미는 그 스스로가 연구하고 분석하면서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에 없는 단 하나뿐인 모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보조금은 개인에게 이익을 주는 게 아니잖아요. 보조금을 먼저 받아가는 사람이 임자이면 안되죠. 보조금을 줄 때는 객관적인 기준으로, 쓰는 사람도 허투루 관행을 하지 말아야죠. 올해 보조금 문제 2년차여서 안정기조에 들어섰다고 봐요. 이 문제를 정착시키고 다른 부서로 옮겼으면 해요.”

김연정 주무관이 바라보는 공무원은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보조금 문제 해결을 위해 압력을 받으면서도 ‘최선’을 다한 건 그에게 최상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아울러 그는 보조금 지침이 제도적으로 정착되도록 힘을 실어준 예산담당관실의 김성도 담당관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가 바라보는 공직은 어떨까. 이에 대한 의견을 물으니 이렇게 답한다.

“공직은 이윤을 추구하는 게 아니잖아요. 도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면 그만 이예요. 제게 주어지는 건 ‘보람’ 하나면 충분해요.”

김연정 주무관은 도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이들을 공무원이라고 했다. 그는 '보람' 하나를 위해 자신의 일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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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우 2011-07-25 08:29:20
김연정 주무관님,경의를 표합니다.꾸벅!

송현우 2011-07-25 08:29:10
김연정 주무관님,경의를 표합니다.꾸벅!

도민 2011-07-24 22:26:37
공무원이 열심히 일해야 하는 건 너무 당연한거 아닌감? 공무원들은 굳이 조명해주지 않아도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는건데...소외된 이들, 풀뿌리 같은 이 들의 삶을 더 조명해주는게 언론의 역할이 아닐런지...

최소한 2011-07-24 20:10:28
최소한의 원칙 만들어 주신 거 감사드립니다.

보조금 2011-07-24 15:32:33
결과적으로 그건 아니었다. 정말로 웃긴다. 무원칙 불공정